상장 폐지될 종목을 "사라"고 했으니…

유가증권·코스닥 상장사의 퇴출이 줄을 이으면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사라'고 추천했던 기업이 '퇴출 기업' 리스트에 포함된 것이다.

중소형 증권사인 A사는 작년 11월, 코스닥 상장 반도체관련기업 네오세미테크에 대해 '매수' 보고서를 냈다. "대만 업체에 사파이어 웨이퍼(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원 모양의 판) 대량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성이 밝은 회사"라는 평가였다. 그러나 불과 4개월이 지난 지난달 네오세미테크는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고, 바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게 됐다. 주식은 거래가 정지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원은 "보고서를 작성할 당시엔 태양광과 LED가 시장에서 테마로 주목받는 상황이었다"며 "업황이 좋았고 수주 실적이 좋아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7년 삼보컴퓨터·팬텍 등이 상장폐지를 당하면서 꾸준히 매수 의견을 냈던 증권사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전문가들은 애널리스트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한다. B증권사 연구원은 "연구원은 해당 회사와 담당 회계사가 내 놓는 자료를 믿고 이를 바탕으로 분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증시 일각에선 증권사들이 중소형 종목에 대한 보고서를 낼 때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테마주 등 실체가 불확실한 종목이 늘어나 애널리스트들의 역할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일반인들과 똑같은 수준의 보고서를 낸다면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