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일용직·식당 인력난… "한화·위안화 차이 줄어 월급 적으면 남는 것 없어"
함께 나온 가족들 때문에 지방 일자리는 더 기피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2호선 대림역 8번 출구에 있는 한 직업소개소에 중국 교포 송모(38)씨가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몇 분도 안 돼 나와버렸다. 소개소 직원이 "전남 해남 김 양식장에 가서 3주간 숙식하는 일이 있는데요. 어때요?"라고 묻자 송씨는 "아, 네. 다음에 오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나가버렸다.

오전 11시가 넘은 시각에도 일자리를 못 구한 중국 교포들이 40~50명 정도 서 있었다. 게시판에 '건설현장 잡부 구함', '식당 주방 보조 구함'같은 구인 광고가 붙어 있었지만,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송씨는 오전 7시부터 직업소개소 10군데를 드나들었다. 그는 "아내와 함께 한국에서 살고 있는데 지방까지 멀리 가서 힘들게 일하기보다 서울에서 가깝고 월급이 정기적으로 나오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는 3만8000여명의 중국 교포들이 모여 산다. 대림역 인근에는 중국교포 취업을 알선하는 직업소개소가 80여개나 밀집해 있다. 직업소개소에서는 제조업과 건설 일용직, 축사 청소, 주방 보조, 입주 가정부 같은 일자리를 알선한다.

직업소개소를 운영하는 김모(51)씨는 "1년 전에 비해 일자리 소개건수가 20~30% 줄었다"며 "일용직이나 일하기 힘든 식당보조 같은 일을 피하는 중국교포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3D업종을 채워주던 중국교포들이 이젠 이런 일을 외면하고 있다. 중국 교포 석모(45)씨는 "과거에는 한 달에 50만원씩 5년만 모아도 중국에서 50년은 편히 살 수 있어 일이 힘들어도 할만 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중국 돈(위안화) 가치가 높아져 100만원으로 방값 내고, 생활비 쓰고 하면 남는 게 없기 때문에 어려운 일은 피한다"고 말했다.

중국 교포들은 깔끔한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을 선호한다. 여성들은 하루종일 서서 일해야 하는 식당 보조보다 입주 가정부나 간병인을 더 하고 싶어 한다. 지방보다는 서울과 수도권 일자리를 원한다. 대림동 인근 인력회사 사장 임모(43)씨는 "요즘은 중국 교포들이 가족들과 함께 온다"며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라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해 지방 일을 꺼린다"고 말했다.

중국교포들의 3D업종 기피로 관련 직종의 인력난은 심해지고 있다. 경북 구미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이모(58)씨는 "종전에는 많았던 중국교포들을 구할 수 없어 일손 부족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일하러 오겠다는 사람은 불법체류자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