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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잘나가던 외국계 생보사 '고객불만 1·2위'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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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3.23 02:46

선진기법 자랑 PCA·ING생명, 설계사 先인센티브제 부작용
단기 실적위주 영업에 치중, 고객서비스 소홀… 민원 급증

회사원 오모(29)씨는 2년 전 한 외국계 생명보험사에서 가입한 연금보험과 관련해 지난해 금융감독원 금융민원센터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가입 당시 설계사가 설명했던 약관대출(보험료를 담보로 대출해 주는 것)의 내용이 사실과 크게 달라 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설계사는 "이미 충분히 설명했기 때문에 절반밖에 돌려줄 수 없다"고 맞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처럼 생명보험과 관련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한 건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명보험은 내용이 복잡하고 계약규모가 큰 까닭에 원래 보험사와 고객 간에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분야이다. 특히 작년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제사정이 나빠진 보험계약자들이 늘면서 분쟁 건수가 급증했다.

주목할 점은 외국계 생보사의 민원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기존 계약을 해지하는 비율도 외국계에서 두드러졌다. 지난 2000년대 초 선진 금융기법을 선전하면서 국내 생명보험 시장을 석권할 듯한 기세였던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외국계가 민원 1·2위 차지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해 금융분쟁 관련 통계에 따르면 작년에 접수된 약 2만9000건의 금융분쟁 가운데 보험 관련 분쟁이 7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생명보험과 관련된 분쟁이 전체의 38.6%에 해당하는 1만1193건으로 가장 많았다.

생명보험 관련 민원 건수는 지난 2006년 8681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 2008년 7393건까지 하락하다가 지난해 50% 이상 급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생명보험 분야에서 보험계약 건수 대비 분쟁이 가장 많이 발생한 1·2위 회사가 모두 외국계인 PCA생명ING생명으로 나타났다. 이 두 회사는 지난 2008년에도 각각 3위와 1위를 차지했었다.

새로 보험에 가입하는 금액(신계약)에 비해 해약하거나 보험료 납입 중단을 통해 사실상 보험계약을 해지한 금액(효력상실 해약)의 비율도 외국계 생명보험사가 월등히 높았다. 생명보험협회가 공시한 3월 결산법인인 생보사들의 작년 4~12월까지의 영업현황을 살펴보면, 생보사 전체적으로 신규 계약 대비 해지 비율은 59.4%를 나타냈다. 이에 비해 PCA생명은 이 비율이 144%를 기록했다. 새로 계약한 금액보다 해약한 금액이 40% 이상 많았던 것이다. 뉴욕생명이 85.9%로 2번째로 많았고 대한생명과 ING생명이 각각 82.8%, 82.6%로 뒤를 이었다.

◆'양날의 칼' 된 선(先)인센티브제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은 지난 2000년대 초반 '보험 영업은 여자가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지배했던 국내 보험업계에 20~30대 남성 설계사를 대거 고용하며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보험설계사라는 말 대신 FC (financial consultant·재무 컨설턴트)란 용어를 도입했고, 매뉴얼화된 절차에 따라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 방식을 처음 선보였다.

특히 외국계 생보사들은 미국처럼 보험설계사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고급 인재들을 대거 끌어들였다. 이전까지 설계사가 받는 인센티브는 고객이 보험료를 납입하는 수년에 걸쳐 장기간 분할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반해 외국계 보험사들은 인센티브를 보험계약 후 처음 1년 동안에 집중시키는 '선(先)인센티브제'를 도입했다. 금세 고액 연봉을 받는 설계사가 속출하면서 고학력·전문직 출신 인력들이 외국계 보험사로 몰려들게 됐다. 하지만 이 제도는 설계사들이 단기 성과에 치중하게 함으로써 무리한 영업을 유도했다.

직장인 이모(33)씨는 지난해 외국계 보험사를 통해 가입한 연금보험 납입을 중단하기로 했다. 국내 보험사들은 이씨의 소득을 감안, 월 20만원 정도 내는 보험이 적당하다고 했지만 친분 때문에 외국계 보험에 가입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는 "설계사가 소득을 바탕으로 재무설계를 해준다고 하더니 결국엔 매달 100만원씩 연금보험에 투자하라고 했다"며 "친분 때문에 매달 50만원씩 납입해 왔는데, 몇달 지나니 자금 사정이 빡빡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국계 설계사들이 무리한 영업에 나서는 것은 고객이 1년 이상만 계약을 유지해도 자신에게 돌아올 인센티브를 모두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설계사를 평가하는 기간을 2~3개월 정도로 세분화한 것도 외국계 보험사가 단기실적 위주로 영업하도록 하는 폐해를 부추겼다. 지난 2008년 10월 설계사들의 학력 위조 혐의로 400명 이상의 직원이 경찰에 입건된 ING생명 사태도 결국 단기실적을 높이기 위해 팀장들이 무리하게 휘하 설계사를 증원하는 데서 빚어진 참사였다는 분석이다.

◆단기성과 급급하다 민원 급증

이 같은 단기실적 위주의 영업 관행은 일부 설계사들의 잦은 이직을 불러왔다. 인센티브만 챙기고 이직하는 설계사를 양산했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외국계 보험사가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즈음인 지난 2002년엔 근속연수가 2년 미만인 설계사의 비중이 44.8%였던 데 비해, 지난 2008년엔 이 비율이 62.6%로 급증했다.

대부분의 설계사들은 이직을 잘 하지 않고 열심히 고객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들의 잘못된 제도 운영으로 일부 설계사들의 잦은 이직이 발생하면서 금융분쟁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처음 상품에 가입했을 때부터 관계를 맺어온 설계사들은 고객의 불만에 대해 중재역할을 하지만, 중간에 담당 설계사가 바뀌게 되면 이 같은 고리가 사라져 분쟁으로 번질 소지가 커진다는 것이다.

PCA생명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들이 단기실적 위주로 영업을 하면서 민원 부분에 취약점을 보인 것이 사실"이라며 "분쟁 가능성이 큰 변액보험 같은 상품비중을 줄이고 FC에 대한 교육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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