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 성큼… 이동통신 '권력이동'
국내서 40만대 넘게 팔려 무선랜 서비스 다시 각광
외국산 휴대전화 몰려와 국내업체 점유율 떨어져

애플 아이폰의 국내 판매가 100일 만에 40만대를 넘어서면서 한국 휴대전화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고급 피처폰(일반 휴대전화)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하고 있었지만, 아이폰의 성공으로 스마트폰(PC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아이폰, 국내에서 100일간 40만대 팔려

아이폰은 작년 11월 28일 국내에 첫선을 보인 이래 5일까지 약 40만대가 팔려나갔다. 하루 평균 4000대꼴이다.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보통 하루 1000대가 팔리면 '히트작'으로 평가받는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삼성·LG전자가 글로벌 선두주자로 올라선 이래 줄곧 국내 시장은 '외산 휴대전화의 무덤'으로 통해왔다"며 "아이폰은 국내에서 성공한 몇 안 되는 외산 휴대전화"라고 말했다.

해외 휴대전화 제조업체들도 스마트폰을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에 뛰어들고 있다. 노키아·모토로라·소니에릭슨·RIM·HTC 등이 성능이 대폭 향상된 신제품을 앞세워 국내 휴대전화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아이폰 출시 전인 2008년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던 비중은 0.9%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스마트폰 비중(당시 11.4%)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2009년에는 이 비중이 2.2%로 올라갔다. 올해에는 이 수치가 글로벌 시장과 비슷한 20% 수준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다시 살아나는 무선랜

스마트폰 시대의 개막은 무선인터넷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방통위 자료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스마트폰 이용자의 무선 데이터 사용량은 월 107MB(메가바이트)로 일반 휴대전화 사용자(4.3MB)에 비해 약 25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사들도 무선랜에 대한 신규투자를 통해 스마트폰 고객 잡기에 나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료인 무선랜을 통해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면 휴대전화 전용의 3세대(3G) 이동통신망을 이용할 때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따라서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무선인터넷망이 잘 갖춰진 이동통신사로 몰려갈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무선랜망을 거의 갖추지 않고 있던 SK텔레콤은 올해부터 독자적인 무선랜망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장터인 '앱스토어'는 국내 콘텐츠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앱스토어에서는 이들이 만든 애플리케이션이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도 세계 2억6000만명의 아이팟·아이폰 사용자에게 바로 전달된다. 국내 게임업체인 게임빌의 경우 '베이스볼 수퍼스타즈'라는 야구게임 하나로 작년 12월 한 달 동안에만 전 세계에서 15억원을 벌어들였다. 작년 10월까지 1400여개였던 국내 콘텐츠 개발사·개발자는 아이폰 도입으로 2300여개까지 늘어났다.

◆국내 단말업체 타격, 애플 고압적 태도도 문제

글로벌 히트 상품인 아이폰이 국내에 가져온 그늘도 만만치 않다. 아이폰의 성공은 곧바로 국내 제조업체의 타격으로 이어졌다. 이전까지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서 점유율 50% 아래로 떨어진 적이 거의 없었던 삼성전자는 아이폰의 등장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이 56%(작년 10월)에서 49%(작년 12월)까지 내려앉았다. LG전자는 30%를 오르내리던 시장 점유율이 지난달 20% 수준까지 떨어졌다.

애플의 고압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아이폰은 KT와 국내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보조금을 전액 KT에 떠넘겼다. 다른 외산 휴대전화업체들의 경우 이동통신사가 소비자에게 주는 보조금을 최대 30%까지 분담하고 있다. 또 고장이 났을 경우 수리해주는 대신 다른 사람이 사용하던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애플의 애프터서비스 방식에 대한 비판도 많다.

앱스토어 등록 심사 과정에서 애플이 지나치게 많이 간섭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이스트소프트는 최근 응용프로그램에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한 광고를 얹어서 등록하려 했다가 애플로부터 거부당했다. 개발자가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행위를 제한하는 애플의 정책 때문이다. 이스트소프트 관계자는 "지역 기반 광고 수익을 혼자 차지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한 개발자가 응용프로그램을 올리면서 "구글에서 1등으로 뽑힌 프로그램"이라는 문구를 넣었다는 이유로 등록 거부를 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