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처럼 화상 대화자 고르는 채트룰렛 인기 - 조선닷컴 대표 경제섹션 비즈니스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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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낯선 사람(Hello, Stranger).”

영화 ‘클로저(closer)’에 나오는 이 첫 대사가 하루에도 수만 번씩 인터넷에서 오고 간다. 웹캠을 가진 사용자들을 무작위로 연결해 주는 채트룰렛(www.chatroulette.com)이라는 사이트가 네티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AP통신이 1일 보도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 사는 17세 고교생이 만든 이 사이트는 아무런 등록 절차도 필요 없다. 단지 웹캠을 가진 사람이 사이트에 접속해 ‘시작(start)’ 버튼을 클릭하기만 하면, 룰렛을 돌리듯 무작위로 사이트에 접속해있는 사람 중 한 명을 골라 눈앞에 데려다준다. 마음에 들면 ‘Hi’라고 인사를 건네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다음(Next)’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러면 룰렛은 다시 돌아간다.

화면 구성도 간단하다. 왼쪽에는 나와 상대의 화면을 볼 수 있는 두 개의 검은 창이 있고, 오른쪽에는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대화창이 있다. 키보드를 두드려가며 채팅을 할 수 있고, 음성 지원이 되기 때문에 헤드셋을 통해 서로의 목소리를 들으며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꼭 대화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상대에게 음악을 들려주며 함께 춤을 추는 사람도 있다.

사용법이 간단할 뿐 아니라, 이 사이트는 단지 당신이 16세 이상인지만 묻는다. 게다가 무료다. 단지 모니터 아래쪽에 깔리는 한 줄의 문자 광고만 이해해주면 된다. “외설적이거나 공격적인 내용, 포르노물은 금지한다”는 규칙을 어기면 사용이 정지된다. 그러나 등록절차가 없고 하루에도 수십만명 넘는 사람이 이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철저한 규제는 불가능하다.

이 사이트는 마치 TV와 같다. 화면 앞에 앉아서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리듯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새로운 인물이 눈 앞에 나타난다. TV와 다른 점은 등장하는 인물들이 배역을 연기하는 가상의 인물이 아닌 실제(real) 인물이라는 점이다.

사이트를 만든 인물은 러시아의 안드레이 테르노프스키(Ternovskiy)라는 17세 소년이다. 지난해 11월 도메인을 등록했다. 만든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았지만 지난 1월에만 이 사이트에 100만명이 방문했다. 이 중 10% 이상이 미국인이다. 어떤 시간에 접속하든 항상 수만 명이 대화를 기다리고 있다.

테르노프스키는 뉴욕타임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친구들끼리 채팅이 지겨워져 낯선 사람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열한살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해, 사이트에 필요한 코드는 혼자 작성했다”며 “서버 호스팅 비용은 친척들이 대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채트룰렛은 TV처럼 잘 짜인 한 편의 각본의 결과를 보는 것이 아닌, 살아있는 있는 그대로의 타인의 삶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점도 있다. 한 남자가 스스로 목을 매단 듯한 이미지가 퍼져 나간 적도 있고, 현재 자신의 모습 대신 사전에 녹화해둔 영상이 나가게 하고 상대의 반응을 살피는 사람도 있다. 의자에 앉아있는 여자의 뺨을 손바닥으로 세게 내리쳐서 의자에서 떨어지게 하는 남자의 영상이 그런 류다. 채트룰렛의 룰을 어기고 음란한 화상채팅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chatroulette’을 치면 대화장면을 녹화한 영상이 1200개가 넘게 뜬다.

테르노프스키는 “채트룰렛을 관음증이나 노출증 욕구해소용으로 사용하려는 이용자도 있지만 나는 이를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며 "먼 곳에 떨어진 10대들이 함께 파티를 열거나, 낯선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만드는 등 내가 제작할 때는 상상도 못한 멋진 방법으로 이 사이트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 사이트가 완전히 새로운 컨셉은 아니다. 오메글(Omegle.com)이나 겟팅랜덤(gettingrandom.com)처럼 1:1 채팅 상대를 찾아주는 사이트들이 이미 있었다. 그러나 이 사이트들은 화상 대화는 지원하지 않는다. 저스트인TV(Justin.tv)는 자신의 실시간 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상대에게 보여주는 사이트다. 여기서도 문제는 발생했다. 2008년 한 대학생이 자살하는 모습을 생중계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를 지켜본 일부 사람들이 부랴부랴 경찰에 연락했지만, 도착해보니 19세 소년은 이미 숨진 뒤였다.

채트룰렛은 16세 이상을 위한 사이트다. 물론 벗은 사람을 볼 수도 있고, 긴 시간 마주 앉아 상대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마치 버스나 바(bar)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무작정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을 인터넷에서 느낄 수 있다. 지금 눈앞의 사람을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대화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미국 시라큐스대 로버트 톰슨(Thompson) 교수는 “채트룰렛과 관련된 짧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며 “누군가 함께 있고픈 사람을 만났는데 실수로 ‘다음’ 버튼을 눌러 영영 그를 다시 만날 수 없었다던 이도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