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준호 기자

"非회원 받는 게 훨씬 이익" 일부 업체, 객실 빼돌려 장사
소비자 불만 해마다 급증 정부는 대책 마련 '말로만'

스키 마니아인 직장인 권모(40)씨는 올겨울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연초부터 큰 눈이 내려 스키 타기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콘도 회원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예약을 못했다. 2000여만원이 넘게 주고 콘도 회원권을 구입했지만 정작 주말이나 공휴일, 스키 시즌 등 성수기에는 콘도에 빈방이 없었다. 권씨는 "2000여만원씩이나 주고 회원권을 구입했지만 정작 사용하려고 할 땐 쓸 수 없어 팔아버릴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콘도 이용 불만 매년 증가

주말이나 공휴일, 겨울 스키철이나 여름 휴가철 등 성수기엔 콘도 회원권을 가지고 있어도 객실을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24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콘도 회원권과 관련해 소비자원에 접수되는 피해 상담 건수는 최근 3년 새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7년 3834건이었던 피해 상담 건수는 2008년 5725건으로 50% 가까이 증가했고, 지난해엔 7491건이 접수됐다.

콘도는 객실 한 개를 회원 여러 명이 분양을 받는다.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10여명이 객실 하나를 공유한다. 분양가는 객실 크기와 계약자 수에 따라 2000여만~2억여원으로 편차가 크다. 객실이 크고, 공유하는 사람이 적을수록 회원가는 비싸다. 따라서 12명이 객실 하나를 공유하는 회원권을 분양 받은 사람은 평소에도 12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성수기를 앞두고, 일부 콘도 업체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날짜와 장소를 3지망까지 지원하게 해서 추첨제로 객실을 운영하는 것도 회원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콘도 예약이 어려운 진짜 이유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일부 콘도 업체가 성수기엔 회원을 배제하고 비회원 위주로 객실을 운영한다는 사실이다. 성수기 회원의 객실 이용료는 5만~10여만원이지만, 비회원의 이용료는 4~5배에 해당하는 20만원~40여만원에 이른다. 한 콘도 업체 관계자는 "성수기엔 회원보다는 비회원을 받는 게 이익이기 때문에 객실 물량의 절반 정도를 비회원 물량으로 빼놓는다"며 "여행사나 인터넷을 통해 빼돌린 객실을 판매하는 업체가 많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콘도는 여러 명이 공유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회원들 입장에서는 그저 '회원 간 경쟁이 치열한가 보다'고 생각할 뿐 콘도 업체가 비회원에게 판매할 물량을 따로 빼놓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며 "콘도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실체 파악도 어렵고, 제재 방법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뒷짐 진 정부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민 여러분, 콘도·골프장 예약 잘 되십니까?"란 보도자료를 내고, 회원제로 운영되는 콘도·골프장 이용과 관련한 실태조사를 벌여, 소비자 피해에 대해 관련 법률에 따라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공정위는 "콘도·골프장 업체가 주말이나 공휴일 등에 회원의 예약을 배제하고 비회원에게 예약을 배정하는 등 회원을 차별하는 행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콘도·골프장 업체가 회원을 과도하게 초과해 모집했는지, 성수기에 비회원에게 일정 수의 객실을 우선 배정했는지 등을 조사해 소비자의 피해 확산을 막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공정위는 계획만 화려하게 밝혔을 뿐 6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실태조사 결과도,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2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실태조사는 강제사항이 아니라 콘도·골프업체의 협조를 받아 이뤄진 참고조사여서 응답률 자체가 높지 않아 발표할 만한 조사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현재로선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