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20·고려대)가 연관되면서 광고는 한층 복잡해졌다. 삼성, 현대자동차, 국민은행, 홈플러스로 압축되는 김연아 광고는 선택과 집중으로 온에어된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단독 중계하는 SBS TV로 김연아를 활용한 스포츠 마케팅이 집중된다. 현대자동차를 타고 머리를 흩날리던 김연아가 곧바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덤블링하더니 빙판 위에서 연기를 선보이는 핸드폰 광고가 이어진다. 홈플러스는 김연아 잘하라며 ‘김연아송’을 틀어준다. KB국민은행도 김연아를 정면에 내세워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김연아 광고가 3~4편 연달아 등장하는 경우도 심심찮다. 광고 집행 빈도가 높은 이들 대기업 CF는 김연아를 앞세워 물량공세를 퍼붓는다. 올림픽 기간 중 아무나 할 수 없는 마케팅이기도 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개막 9일 전부터 폐막 3일 후까지 참가 선수들에게 광고 등 상업적인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는다. 단, IOC 집행위원회가 허가하는 방식으로는 광고가 가능하다는 예외 규정이 있다. 올림픽 월드와이드 파트너인 삼성만 김연아 CF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현대자동차, 홈플러스 광고에서 예외가 또 다시 발생한다. IOC 산하 대한체육회와의 별도 스폰서십 계약에 따라 광고 집행이 이뤄졌다.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공식후원사와 유사한 권리를 갖는 단기 계약이다. 현대자동차는 구두 계약, 홈플러스는 서면 계약이 완료된 상태다.

그렇다면 올림픽과 무관한 KB국민은행에게는 어떠한 예외 규정이 적용되나. 매일유업 등 김연아를 모델로 세운 기업들이 광고를 올스톱한 상황에서 국민은행의 사례는 특혜로도 비쳐진다. 김연아 개인의 오랜 후원사인 KB국민은행를 특별 대우한다는 의구심은 당연하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복잡한 이슈가 있고, 논의를 계속 하는 부분”이라며 즉답을 꺼렸다. “국민은행은 김연아 선수와 장기 계약을 했다고 알고 있다. 계약에 따라 불이익이 크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자칫 김연아 선수의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제재하지 못하고 있다”고 에둘러 설명했다.

대한체육회 측은 “사안별로 민사소송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퍼블리시티로 공격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 역시 대한체육회와 기업 간 싸움으로 비쳐질까봐 쉽지 않은 노릇”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제재하지 않는다면, 공식 스폰서가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식 스폰서가 아닌 기업이 교묘한 방법으로 규제를 피해 자신의 브랜드나 제품을 알리는 ‘앰부시 마케팅’도 여느 때보다 활발하다. 치킨, 대부회사 등 김연아를 이용하려는 업자들은 비단 대기업만이 아니다. 담배, 위스키, 대출 등 올림픽 기본 철학과 맞지 않는 기업들을 합법적인 스폰서 관계로 전환하는 것이 옳으냐의 문제는 또 다른 딜레마가 된다.

올림픽 기간 중 선수의 광고 출연 문제를 놓고 이번처럼 논란이 불거진 적은 없다. 피겨요정이자 CF퀸인 김연아 개인의 모순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이슈를 던진 셈이 됐다. 올림픽 기간 중 광고 활동을 금한다는 IOC의 포괄적 규정에서 예외, 예외의 예외까지 적용해야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 기업마다 계약 관계가 다른만큼 똑 떨어지는 해답을 내리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와중에 불변의 원칙만큼은 확고해졌다. ‘김연아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김연아 광고들도 넓은 관점에서 보면 맥락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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