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최저가 선언'한 달… 매장 돌아보니
포장단위 바꿔 소비자 골탕, 롯데마트·홈플러스도 비슷… 고객들 "미끼상품에 속은 꼴"

지난달 7일 '1년 내내 늘 싼 가격(EDLP·every day low price)'을 내걸며 대형마트간 가격 할인 전쟁을 불러일으킨 신세계 이마트. 방아쇠를 당긴 뒤 한 달이 지난 요즘, 이마트는 전체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6.0%, 고객수는 4.1% 정도 늘어 외관상 '손님 끌기'에 성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처음 약속은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 걸까?

◆가격 인하 약속과 달리 30% 넘게 오른 품목도

기자가 지난달 중순과 이달 5, 6일 이마트 서울 영등포점·양재점·용산점을 취재한 결과, 지난달 7일 공개한 12개 가격 인하 대상 품목 가운데 3개는 품절이었고 1개는 가격이 오히려 더 올랐다.

이마트가 100g당 372원으로 값을 내린다고 1월 7일 발표한 '해태 고향만두'의 경우, 물량부족으로 100g당 315원짜리 제품으로 바꿨으나 6일 현재 시판중인 제품 가격은 100g당 415원(용산점 기준)으로 값이 31% 정도 올라있다.

가정주부인 유석경(서울 여의도동·37)씨는 "가격 인하와 정반대로 오히려 값이 더 올라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이마트측은 "수급이 맞지 않아 가격 인하 품목 대신 675g짜리 제품을 2130원에 팔고 있다"고 해명했다.

대형마트 간 경쟁으로 한때 100g당 500원대까지 떨어졌던 삼겹살은 이달 8일부터는 1월 7일 고지한 할인 가격(980원)으로 되돌아간다.

시행 수개월 전부터 준비해 물량 확보에 큰 문제가 없다는 이마트측의 호언과 달리 'CJ 햇반', '오리온 초코파이', '세제 비트' 등은 공급업체들이 납품을 중단하거나 물량 부족으로 다른 물건들이 팔리고 있다.

◆같은 군(群)의 다른 상품들은 오히려 값 더 올라

소비자원이 최근 발표한 '생필품 가격정보 사이트 T프라이스'와 현장 조사를 병행한 결과, 행사 상품인 '비트'(2.1㎏×2개·8400원)가 아닌 단품 '비트(4300g)'는 지난달 말 6550원에서 이달 5일에는 9800원(영등포점)으로 올랐다.

'파워크린'(6200g)도 1월 말 7900원에서 1주일 새 9980원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새우깡'은 560원에서 600원으로, '뉴하기스골드4 남아용'(60개들이)은 2만3400원에서 2만6780원(양재·신도림·미아점)으로 각각 올랐다.

물론 가격이 추가로 내린 품목도 있다. 고등어와 국산 오징어, 이마트 맛승부라면, 켈로그 콘푸로스트 등 10개 품목은 가격이 최대 20% 정도 인하됐다.

◆3사 경쟁에 덤핑 판매 중단 요청 공문도 들어와

이런 모습은 롯데마트·홈플러스도 비슷하다. 롯데마트에서도 햇반, 세제 등은 이마트처럼 품절돼 가격 인하효과를 누릴 수 없다. 롯데마트의 추가 할인품목(7개)은 이마트(10개)보다 더 적다.

홈플러스는 한때 800원대까지 내렸던 삼겹살 가격을 최근 1500원대로 다시 올렸다. 물량 조달을 못했기 때문이다. 축산업체 관계자는 "삼겹살을 확보했다고 해도 저가(低價)에 맞추기 위해 '물퇘지' 등 품질이 나쁜 상품이 공급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발품 팔아 대형마트를 찾았는데, 정작 물건이 없다면 '미끼 상품'에 속은 꼴밖에 되지 않는다"며 "수량 확보 등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