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조선업 MOU 체결 등 기대되는 거대 시장
중동에는 '겨울연가' '대장금' 등 한국 드라마 인기
아랍어 수요 증가, 아랍어 능통자는 귀한 몸

1970~80년대 오일달러와 건설수주로 우리나라 국민소득 1000달러 시대를 열어준 중동이 최근 UAE 원전 수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경제 물꼬가 확실히 트이는 만큼 아랍어 수요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아랍어 능통자는 기업에서 모셔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랍어의 가치가 높아지는 가운데 ‘아랍통’들이 전하는 아랍어와 아랍권 세계를 담아봤다.

◆ UN 지정 공식 언어, 2억5500만명이 사용하는 아랍어

지난해 9월부터 한 라디오 방송 아랍어 진행을 맡고 있는 마르와 무하메드씨(여·24세). 이집트 카이로 아이샴스 대학에서 한국어과를 전공한 그녀는 겨울연가, 대장금 등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몰랐던 한국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이집트뿐 아니라 아랍권에 부는 한류 바람은 매우 뜨겁다고 그녀는 전한다. 2005년 아이샴스 대학에 개설된 한국어과 1회 졸업생인 마르와는 한·아랍 소사이어티에서 일하면서 “한국과 아랍세계를 이어줄 수 있는 중간자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우리나라와 중동 국가들 간의 교류는 197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무역협회와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동 대륙경제권 수출은 1971년 1000만달러에서 2009년 2 40억달러까지 증가했으며 중동지역 투자 금액도 2000년보다 6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신규 법인수도 2006년 36개에서 2007년 86개로 2.5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최근 47조원 규모 UAE 원전 수주 성공, STX 그룹과 UAE와의 조선산업 양해각서 체결 등 새로운 분야의 경제 교류 물꼬도 트이는 상황이다. 이렇듯 아랍국가와의 교류는 더욱 활발해지고 이에 따라 아랍어 수요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아랍어는 UN이 정한 6개의 공식 언어(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아랍어) 중 하나로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22개 아랍국가, 2억 5500만명(아랍권의 인구증가율은 매년 2%로 비공식적으로는 4억명)의 인구가 사용하고 있다. 여러 나라가 사용하는 광역어 개념으로 아랍어는 세계 4위의 언어, 사용 인구 수로는 5위를 차지한다. 1971년 1월 1일 공식 언어로 인정받았다.

◆ 아랍어 구사하니 중동사람들 '나'를 기억해, 삼성엔지니어링 장경오 부장

도곡동 삼성엔지니어링 본사에서 만난 장경오 해외사업개발부 부장은 아랍어를 전공하고 모로코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소위 '아랍통'이다. 석유화학, 정유, 가스 등 다양한 플랜트를 수주하는 삼성엔지니어링 전체 매출의 50%는 중동에서 거둬들인다. 대우전자 두바이 법인장 시절 30개국을 관할한 그는 그 시절 인맥과 경험이 지금의 큰 경쟁력, 무기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아랍어만 앵무새처럼 하는 사람은 필요 없다고 말한다. 같은 선상에선 상대를 더 이해하는 공부가 필요하고 중동사람들이 어떤 문화 속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오는지 이해하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고 했다.

4800 명 임직원 중 아랍어를 모국어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은 장경오 부장 뿐이다. “현지 언어를 하다 보니 상대가 나를 인상깊게 기억한다. 보통 현지어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상대가 나보다 기업을 기억하는데, 그런 점에서 상당히 유리하다. 우리나라가 돈을 벌어올 수 있는 곳은 중동과 남미라고 생각한다. 무역 수지 부문에서 우리가 원유 사오는 것을 제외하면 중동은 우리가 무조건 파는 곳이다.”

대학 입학 당시, 후기로 명지대 아랍어과를 간 것이 오히려 그에겐 기회가 됐다. 서울대에 아랍어과가 없으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아랍어 글자들을 처음부터 익혀야 한다는 지적인 갈등으로 힘들기도 했다. 장 부장은 말한다. “단순직 일수록 결과가 빠르다. 지금 아랍어를 한다면 분명 진로에 고민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지금 해놓으면 선택은 넓고 사회적 인정되는 부분도 많을 것이다. 고민하지 마라."

◆ ‘중동 전도사’ 자처하는 이진숙 기자, 아랍어는 예술

‘중동기자’ 하면 떠오르는 얼굴, MBC 보도국 국제부의 이진숙 기자는 25년차 베테랑 기자로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전쟁 종군기자로 활약한 바 있다. 2005년 보도국 국제부 부장을 거쳐 3년 동안의 미국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작년 귀국한 이진숙 기자를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라디오 부스에서 만날 수 있었다.

대학시절부터 아랍문화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녀는 아랍권 출장을 다니면서 어느 순간 ‘나도 저 꼬부랑 글씨의 정체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아랍어 사랑은 언론연수를 시작으로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공공정책 석사 시절, 이라크 아랍어 연수까지 총 4년간 아랍어에 푹 빠져 살게 했다. “다른 언어를 공부한다는 것이 하나의 빗장을 여는 건 틀림없다. 아랍어는 소리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라 여성이든 남성이든 목소리가 좋은 아나운서가 표준 아랍어로 글을 읽으면 거의 예술이다. 그 사람들의 언어를 알게 되면 그 사람들의 영혼이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통역을 거쳐서는 얻을 수 없는 뭔가를 얻게 된다.”

아랍권 관련 분야로 진로 고민을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주위에서 ‘선진국이 최고야. 미국이나 유럽을 잡아야해. 반드시 영어로 승부를 봐.’ 그렇게 얘기하는 것보다는 이런 가능성, 저런 가능성이 있다고 다양한 얘기를 해줄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 수능에 아랍어 반짝하는게 결과론적으로는 그렇게라도 잠시 아랍어를 접했다면 그런 사람들이 앞으로 아랍 문화에 가지는 관심이 하지 않은 사람보다 낫지 않을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아랍어는 한번 발을 담그면 빠져 나오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인 언어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이나 권하고 싶다. 단순히 경제적인 뿐만이 아니라 아랍 문학, 문화라든가 전통, 역사 같은 비경제적 분야로도 관심을 더 많이 가져줬으면 한다.”

◆ 수능 도입, 아랍어과 인기, 취업도 잘돼

한남동에 위치한 이슬람 사원에서는 아랍어 강습이 한창이었다. 글씨 쓰는 방향부터 거꾸로인 어려운 언어이지만 배우는 학생들 눈빛이 진지하다. 경기도 의왕시에 사는 제민조씨는 “경제교류가 활발해지면 아랍어를 활용할 때가 곧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어렵지만 열심히 공부한다”며 열의를 나타냈다. 조민행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사무차장도 “최근에 배우려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인원이 줄기는 하지만 한반에 20명씩은 등록한다”고 말했다.

비인기학과라는 오명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이인섭 원장은 “예전보다 확실히 많은 숫자가 지원을 하고 들어온다. 최근 경제 붐 때문에도 그렇고 9·11사태 이후 우리나라에서 이슬람 아랍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그 반작용으로 사회적 수요가 늘어났고, 그 학생들이 예전에 비해 훨씬 준비를 잘 해서 들어온다. 아랍어가 쉽지 않은 것만큼 기회가 많이 오는 게 사실이다. 이 분야는 미개척분야, 우리 사회에서 아직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면에서 쓰일 수 있다”며 아랍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UAE와 조선산업 양해각서를 체결한 STX 그룹의 이제용 인력관리실 실장은 “과거에는 주로 중동과 단순 상품 거래 또는 원유에 대한 거래 중심으로 이뤄졌기에 실질적인 소통자가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직접 현지에서 건설을 중심으로 사업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그 분야에서 소통능력과 그 문화를 잘 이해하는 인재가 많이 필요하지만 많이 배출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귀한 존재”라고 했다.

떠오르는 블루오션, '중동 국가' 하면 히잡을 두른 여인이 떠오를 만큼,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는 아랍이지만, 그곳은 엄청난 원유와 에너지를 갖고 있는 거대 시장임과 동시에 기본적으로는 한국 아랍간의 상호이해 기초 위에서 우호 친선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곳이다. 최승호 한·아랍 소사이어티 사무총장은 “(UAE와의 원전 수주로) 훌륭한 디딤돌이 생겼다고 평가한다. 앞으로 건설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와 관련해 아랍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입술과 이의 관계로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현재 수능 제2외국어 영역 과목으로도 채택된 아랍어. 더 많은 사람들이 아랍어를 접하게 된 만큼 아랍권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대신 좋은 영향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에 대한 기대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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