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대리점, 길거리 이벤트에서도 ‘막가파’식 호객행위 성행‘강제추행죄’적용할 수도

◆ 사례 1

퇴근길, 지하철 역 입구에 들어선 회사원 이지영(가명·25)씨 앞에 낯선 남자 두 명이 나타났다. 한 명은 길을 막고 다른 한 명은 이씨의 팔과 코트를 잡더니 무작정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은 ‘초대권 줄게. 이리 와봐’.

호객 행위라는 것을 알고 이씨는 ‘놓으세요’ 라고 말했지만 그 남성은 ‘공연 초대권 준다니까!’ 라고 신경질적으로 대응하고는 더욱 거칠게 코트를 잡아당겼다. 다짜고짜 내뱉는 반말과 거친 행동에 화가 난 이 씨는 다소 큰 목소리로 그 남성을 향해 “놓으세요! 놓으라니까!” 소리를 쳤다. 그러자 그 남성은 오히려 자신이 더 어이없다는 듯, 이씨의 어깨에 걸린 가방이 떨어질 정도로 잡고 있던 팔을 내팽개쳤다.

◆ 사례 2

토요일 오전, 친구와 함께 강남의 한 거리를 걷고 있던 홍연주(가명·27)씨 뒤로 누군가가 다가가 홍씨의 코트에 달린 모자를 확 잡아당겼다. 놀란 홍 씨가 뒤를 돌아보자 요란한 복장을 한 남성이 씩 웃으며 ‘핸드폰이 공짜야, 보고가요’라고 말하며 손짓하고 있었다.

막고, 잡고, 끌고……. 유흥업소 주변에나 있을 법하다고 여겨졌던 지나친 호객행위가 직장 주변, 쇼핑·문화의 거리까지 번지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도를 넘어선 호객행위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남성에 비해 주 호객 대상이 되는 여성들은 불쾌감을 넘어서 성추행 수준으로 느끼기도 한다.

얼마 전 지나친 호객행위 때문에 길거리에서 실랑이를 벌여야 했던 회사원 이 모씨는 “예의상 조용히 거절하려다가도 팔을 잡아당기고 어깨를 감싸 앉으면 기가 막히고 몹시 화가 난다”며 “도대체 왜 몸에 손을 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불쾌감을 표할 경우 되레 ‘유난을 떤다’는 호객꾼의 반응이 두려워 과감하게 뿌리칠 수도 없다. 대학생 이 모씨는 “매우 불쾌하지만 ‘뭘 이 정도에 과민반응 하느냐’는 호객꾼의 시선이 주눅 들게 한다”며 “또 길거리이다 보니 주변사람들 시선도 불편해 과감하게 싫다는 내색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취재 중 만난 강남의 길거리 점원은 지나친 호객행위에 화를 내는 여성들에 대해 “그런 사람은 그냥 꺼지라고 한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때문에 길에서는 불쾌함을 표한 여성과 호객꾼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모습이 흔히 눈에 띈다.

길거리 점원을 고용하고 있는 영화할인카드관련 P사 관계자는 “호객행위와 관련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아침마다 교육을 하고 있다”며 “지나친 호객행위는 직원 개인의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고객 응대 교육 없이 기존 직원들과 함께 무작정 거리로 나가 그들의 모습을 보고 따라 하라는 것이 교육의 전부”라며 “말로 호객행위를 하면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실적위주의 급여이기 때문에 과도하더라도 스킨십을 안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렇게 안일하게 이뤄지는 호객행위가 도를 넘어서게 될 경우 경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경범죄 처벌법에 따르면 ‘억지로 물건을 사게 한다거나 사람이 많이 모이거나 다니는 장소에서 영업을 목적으로 떠들썩하게 손님을 부르는 행위는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벌하도록 되어있다.

또 여성에게 강제성을 띤 신체 접촉은 경우에 따라서 강제 추행에 해당 할 수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 중앙지부 정혜진 변호사는 “여성에 대한 신체접촉은 형법상 강제추행죄에 적용된다”며 ”경미한 신체접촉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는 강제추행에 성립되지 않겠지만 그 범위가 껴안는다거나 접촉부위가 엉덩이 쪽으로 간다면 경우에 따라서 강제추행죄 성립도 고려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지나친 호객행위에 대한 관련법도 존재하고 있고 2008년 서울시가 유흥업소를 대상으로 단속 지역을 확대하기도 했지만 현재 상황은 이를 무색하게 한다. 게다가 이제는 호객행위가 쇼핑 골목과 길거리까지 워낙 전방위로 퍼져있어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단속여력 부족..형법보다는 행정적인 접근 필요

경찰관계자는 “단속을 해도 일시적으로 줄었다가 곧 다시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라며 “단속 인력 부족을 어려움으로 꼽을 수 있지만, 그보다 업주 입장에서는 호객행위를 ‘홍보’라고 주장할 수 있어 관련법 적용자체의 모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호객행위 근절을 위해 형법보다 행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혜진 변호사는 “호객행위 대부분이 업주, 직원들의 생계와 연결되어 있고 한 순간의 실수가 점원들에게는 큰 오점을 남길 수 있다”며 “따라서 강제성을 지닌 법규 보다 제도 보완이 오히려 효과적이고 타당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기사는 28일 밤 9시50분, 11시50분에 비즈니스앤TV를 통해 시청할 수 있습니다. www.business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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