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의 의사 결정은 금통위원 7명이 하는 것이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8일 금융통화위원회 참석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허경욱 기획재정부 차관의 금통위 참가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이날 열린 금통위에서 정부는 11년만에 사실상 사문화됐던 열석발언권을 행사하며 참석, ‘관치(官治) 금융’ 논란이 일었다.

이 총재는 “재정부 차관의 열석발언권 행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은 없다. 굳이 보탠다면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사결정은 금통위원 7명이 하는 것이다. 의장인 총재 혼자 하는 것도 아니며 7명이 소화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할 말은 없다”고 했다.

정부 대표자가 금통위에 참석한 의미를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이 총재는 “결과를 보고 사후적으로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말로 ‘영향을 받는다, 안 받는다’고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이 상반기에 출구전략은 없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해 이 총재는 “출구전략이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지 분명히 하기 전에는 (대통령과 의견이) ‘같다, 다르다’고 말하기 힘들다”며 즉답을 피했다.

재정부는 이날 차관의 열석발언권 행사가 정책당국 간 공조강화 차원일 뿐, 한은(韓銀)의 통화정책에 간섭하려는 의도라는 점을 강조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날 아침 금융노조와 한은 직원 20여명은 한은 정문 앞에서 허 차관의 금통위 참석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였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0%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11개월째 동결이다. 이 총재는 “현재 기준금리 2%대가 정상 수준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기 때문에 정상 수준으로 되돌릴 때의 통화정책은 평상시와는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때가 되면 한 번에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