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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44세 여성 대상 '타깃 마케팅' 활발

<이 기사는 이코노미플러스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이라는 인물 역할을 한 고현정은 1971년생입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어린 시절의 역할과 나이가 들어 신라라는 나라를 이끌 때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긴 세월 동안의 역할을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것은 그의 얼굴에서 젊은 모습과 성숙한 모습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가 드라마 <히트> 등에 나와 약간은 젊은 역할을 해도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군복무중인 유명배우 조인성과 열애설이 나돌았던 것 같습니다.

따지고 보면 여전히 드라마에서는 마흔 전후의 여배우들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큰 인기를 끈 <내조의 여왕>의 주인공인 김남주 역시 1971년생입니다. 곧 마흔이죠. <선덕여왕>에 완전히 가려졌지만 나름대로 코믹한 연기로 인기를 끈 <공주가 돌아왔다>의 오연수 역시 1971년생입니다. 이 드라마에 오연수의 라이벌로 나온 황신혜는 1963년생입니다.

이 밖에 이미연 역시 1971년생입니다. 장동건과 결혼 얘기가 나오는 고소영은 1972년생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여배우들이 20대에 인기를 끌다가 30이 넘으면 주인공 역할에서 밀려나면서 조연으로 떨어지던 상황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배우들은 가수 이동원의 노래 <마흔 살 되는 해는>의 가사처럼 웬만한 상처는 툴툴 털어버리고 이겨낸 경험으로 폭도 넓고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 줍니다. 대사만 외우는 예쁜 앵무새가 아니라 그 안에 감정이 살아 숨 쉬는 것입니다. 연륜에 더해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외모가 이들의 광폭연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죠.
 
저는 아직도 왕성하게 주연으로 활동하는 우리나라 여배우를 보면서 지난해 일본에서 가장 히트한 신조어인 ‘아라포’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아라포는 외국의 단어를 줄이기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이 만든 단어로, 35세에서 44세의 여성을 가리키는 ‘어라운드 포티(Around forty)’를 뜻합니다. 일본어에는 ‘어’발음이 없는 관계로 ‘아’를 대신 사용한 것입니다.

일본 40세 전후 여성들이 새로운 트렌드 형성

일본에서는 40세 전후의 여성들이 새로운 현상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변화의 가장 큰 동인은 인구구성과 고용구조의 변화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미국처럼 사회적으로 이민을 장려하기보다는 여성인력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쪽으로 정책이 잡혀져 있습니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사상 최초로 40세 전후의 여성인력들이 본격적으로 책임을 지는 자리에 오르게 됐다고 합니다.

이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 남자들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또 결혼에 대해서도 과거처럼 의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본의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현재 일본 30대 여성의 15%는 한 번도 결혼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 비율은 약 20년 전에 비해 3배가 증가한 수치입니다. 어떻게 보면 저출산율과 아라포 현상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임을 지는 높은 자리에 올라간 여성들은 당연히 더 많은 수입을 올립니다. 당연히 자신의 개성을 더 많이 드러내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가 확실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일본에 아라포를 대상으로 한 산업이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화장품 회사 가네보는 40세를 전후로 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눈가 잔주름을 집중적으로 완화시켜주는 화장품을 출시해서 히트를 쳤습니다. 국내에도 ‘여자나이 45세, 다른 화장품을 써야할 때’를 광고로 내걸고 고가의 화장품을 출시한 것도 비슷한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온워드 카시야마라는 의류 업체는 아라포를 타깃으로 한 지유쿠(自由區 http://www.jiyuku.net)라는 브랜드를 내세웠습니다. 의류모델로는 나카야마 미호라는 39세의 배우를 내세웠습니다. 그 결과 이 브랜드는 단기간에 우리나라 돈으로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의 주력 브랜드가 됐습니다.

아라포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기보다는 일을 앞세우다 보니 혼자 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결과 이들을 상대로 한 부동산 사업도 새롭게 뜨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부동산 업체인 미츠이부동산은 파크 럭스(Park Luxe)라는 싱글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아라포들은 직장에서 가깝고, 여성으로 혼자 살기에도 안전하되, 인테리어는 고급으로 된 곳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대체로 이들이 원하는 집의 크기는 33㎡에서 66㎡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여성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일본은 이미 이런 현상이 본격화한 듯합니다.

40세 전후 여배우 맹활약, 아라포 시작의 시그널

아라포들에게 스트레스 해소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들은 직장에서 책임 있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남자들처럼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취해서 돌아다닐 수는 없죠. 그래서 이들은 간단하게 마실 수 있는 샴페인 바를 찾거나 ‘마사지 숍’이나 ‘피부관리 숍’, 호텔에서 푹 쉴 수 있는 ‘호텔 원나이트’ 등을 선호합니다. 당연히 이들을 상대로 한 호텔의 각종 패키지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아라포들이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돈을 가장 많이 쓸 수 있는 집단들이라며 이들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의 주요 기업 팀장급 이상의 95%가 남자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엔 아직 아라포의 시대가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그 시기는 얼마 남지 않았다고 봅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각종 자격시험과 입사시험에서 여성들이 밀물처럼 등장했고, 이들이 곧 책임 있는 자리에 오를 것입니다.

인구구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고 거기에 수반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생겨납니다. 인구 증가의 둔화가 여성의 사회진출을 촉진하고, 그 결과 성공한 여성들이 많이 나오면서 아라포 현상에 기반을 둔 사업도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역시 인구문제에 비즈니스 기회가 있는 듯합니다. 40세 전후 여배우들의 맹활약은 아라포 시대의 시작을 알려주는 시그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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