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등록금 "카드결제 왜 안돼?" - 조선닷컴 대표 경제섹션 비즈니스앤

[앵 커]

편의점에서 천 원짜리 음료수를 사도
신용카드 결제가 되는데
공공요금은 여전히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곳이 많습니다.
특히, 가계에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교육비의 경우도 여전히 카드 납부가 어려워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최보윤 기자입니다.

[기 자]

영등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불경기로 가게가 어려워지면서
도시가스요금을 못 내 3개월 간 연체됐습니다.

당장은 현금 마련이 힘들어
신용카드로 납부하길 원했지만 카드 결제가
안 되는 탓에 기한 내에 납부할 수 없었고

결국 가스 공급이 끊겨 가게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인터뷰녹취:자영업자]
“경기도 안 좋고, 장사도 안 돼서 현금이 안 돌아요.
그래서 가스비가 3개월이 미납됐어요.
현금도 없는데 카드결제도 안 돼서
결제를 못했더니 가스도 끊기고…”

실제로 현금 융통이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들은
각종 공공요금을 신용카드로 낼 수 없어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니지 않는 시민들에게도
당혹스러운 상황은 자주 펼쳐집니다.

급하게 여권을 발급하러 갔다가
현금이 없어 빈손으로 발을 돌려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

5만원을 웃도는 발급비용에도 불구하고
카드결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A구청]
기자 : “카드로 계산할 수 있나요?”
구청 여권발급과 : “아니요. 카드는 안되죠.”
기자 : “왜요?”
구청 여권발급과 : “수수료 문제 때문에 아직은 안돼요”

현재 가정용 전기요금과 지역건강보험료,
지역국민연금료는 신용카드 납부가 가능하지만,

이를 제외한 일반용 전기요금이나
도시가스 요금, 직장의료보험료 등
대부분의 공공요금은 신용카드 납부가 불가능합니다.

가계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비도 카드 납부는 외면 받고 있습니다.

사립유치원의 경우 연평균 최저 교육비가
350여 만원에 육박하지만,
대부분 카드를 거부하고 있는 현실.

[녹취 / A사립 유치원]
원장 : “종일반은 28만원이고, 처음에 오시면 체육복, 원복,
가방 다 포함해서 15만원 입학금있고요.
교재비가 한 학기당 10만원 있어요.”
기자 : “카드 결제는 되나요?”
원장 : “아니요. 저희는 아직 카드결제는 안 되고 있어요.
카드결제는 안되고, 현금으로 입금하셔야 할 것 같아요.”

한국소비자연맹이 전국 18개 지역 827개 유치원을 조사한 결과,
납입비에 대해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된다는 곳은
68.6%에 달했습니다.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는
학부모도 29.8%나 됐습니다.

한 학기 평균 오백만 원의 대학 등록금의 경우 마찬가집니다.

이 역시 현재까지 380개 대학 중
신용카드 납부가 가능한 곳은 52곳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신용카드 결제가 된다 하더라도
턱없이 높은 수수료율 때문에
엄두내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인터뷰 / 고진광 학사모 공동대표]
“아이 둘만 해도 2천만 원이에요.
그럼 가계부담이 보통 맞벌이 부부 가계비중의
80%를 차지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그런 것이 카드가 안 되고 있단 말이에요.
카드로 분할 납부해서 어떻게 하면 좋은데,
한꺼번에 목돈을 마련하다 보니까 힘든거죠.”

경기 활성화와 세수 확보차원에서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해 온 정부.

그 결과 현재 1억 장이 넘는 카드 발급이라는
상상이상의 ‘기록’을 세웠지만,

공공요금이나 교육비의 신용카드 납부는
몰려드는 민원 속에서도 사용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앤 최보윤 입니다. [boyun7448@chosun.com]

[기획 리포트2] 신용카드 납부 허용해야

[앵 커]

이렇게 공공기관과 학교들이
여전히 카드결제를 거부하고 현금만 고집하면서
서민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신용카드 결제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렇다면 방법은 없는지
임은경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 자]

연간 천만 원에 달하는 대학 등록금,
수 백 종에 이르는 공공요금과 정부 수수료에 대해
카드 결제를 제한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바로 1.5%에서 많게는 4%에 달하는
신용카드 수수료 때문입니다.

그 동안 전기와 가스요금,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대부분의 공공요금은
카드 수수료가 공공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들어
법령 또는 관행에 의해 카드 납부를 제한해왔습니다.

[인터뷰:김성훈/국민권익위원회 제도개선담당관]
“공공기관 등은 신용카드 납부 허용 시 발생하는
카드수수료가 공공요금 인상요인이 된다고 얘기하지만
그것은 다른 방안으로 얼마든지 대체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방법들을 강구하지 않고 있어서 문제라고 봅니다.”

대학과 중 고교, 유치원 등 교육기관들도
카드 결제 시 발생하는 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등록금은 현금 완납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일시적 자금난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
개강 때마다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학부모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인터뷰:강정화/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유치원 등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한번에 현금으로 등록비를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카드 결제가 가능해진다면 부담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최근 3년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관련 민원 건수만해도 6,000여건.

공공요금과 학비의 카드 결제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관계당국과 카드 업체들은 수수료 부담에 대한 논의를
서로 미루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는
신용카드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부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카드 결제를 허용할 경우
수수료는 고스란히 공공기관과 교육기관의 몫이라는 겁니다.

카드사들도 등록금이나 공공요금 시장은 수수료가 적은데다
카드 납부를 위한 별도 시스템을 갖추기에는
수익률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출에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현재 일부 지자체와 학교들이
지방세,학비를 카드로 받고 있고
수수료도 자체 부담하거나 신용공여방식 등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며

“수수료 부담을 들어 카드 결제를 불허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라고 지적합니다.

또 수수료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납부 편의와 결제 수단에 대한
국민의 선택할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지난 7월
요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전 행정, 공공기관과 대학들에 권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전과 도시가스협회,교과부 등이
수용하는 입장을 밝혔고
다른 기관들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카드 결제가 현실화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김성훈/국민권익위원회 제도개선담당관]
“200여 개의 기관 중90% 이상이
단말기를 설치하고 온라인 납부가 가능하게 하거나
카드 수수료 문제는 카드회사와 협상해서 수수료를 낮추는 등
다양한 방식들을 통해 시행하겠다고 답변이 왔습니다.”

실제 1997년 이후 지방세를 신용카드로 받아온 지자체들은
카드로 공공요금을 내게 한 후
카드사가 그 자금을 며칠간 따로 운용할 수 있게 해
그 수익으로 수수료를 충당하는 신용공여방식 등을 통해
수수료 부담을 해결해 왔습니다.

경제 위기 속에서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진정한 친 서민 정책이 무엇인지
관계 기관들의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비즈니스& 임은경입니다.

[비즈니스앤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