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학 졸업 후 전문대 택한 권도연·박혜윤씨
일본 취업 성공한 권도연씨
日語 한마디도 못했지만 전문 교수진이 심층 지도 현지업체 파견 실무 익혀
간호사 꿈 이룬 박혜윤씨
"이론과 실습 병행하며 철저히 취업 위주 수업 시험 앞두곤 1대1 교육"

갈수록 취업이 힘들어지고 있지만 '취업 맞춤형 수업'으로 무장한 전문대에 입학해 원하던 직장에 입성(入城)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학의 목표가 '취업'은 아니지만, 취업을 직접 겨냥한 맞춤교육을 통해 전문 지식과 기술을 배워 취업 지름길을 찾으려는 이들에게는 전문대학도 좋은 선택이다. 4년제 대학 졸업 후 전문대에 다시 입학해 국내외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찾은 권도연(28)씨와 박혜윤(32)씨에게 취업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일본 취업반'으로 해외 취업 뚫다

지난 1일 권도연씨는 일본 도쿄에 있는 세계적인 IT기업 '소프트뱅크' 본사로 첫 출근을 했다. 직책은 이동통신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담당이다. 사실 권씨는 지난 2006년 2월 지방의 4년제 사립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지만 원하는 일자리를 못 구해 백수 생활도 경험했다. 권씨는 "4년제 대학에서 공학수학 등 다양한 기초과정을 접할 수 있었지만, 2% 부족했던 것은 '취업을 위한 공부'였다"며 "막연하게 해외 취업을 꿈꾸고 있었는데, 그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졸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졸업 1년 후인 2007년 3월 이번엔 대구 영진전문대(컴퓨터 전공 계열)에 입학해 '일본 IT기업 취업반'에 들어갔다. 4년제 대학 졸업자면 수능시험 성적 없이 입학원서를 낼 수 있는 조건도 있었다.

"처음엔 4년제 대학 나와서 한 학기에 350만원을 내고 전문대학에서 또 공부하려니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러나 정말 제대로 해외취업 준비를 할 수 있겠다 싶어서 도전했습니다."

먼저 한마디도 모르던 일본어가 가장 큰 난관이었다. 하지만 일본어 학원에 다닐 필요도 없었다. 학교에는 이미 4명의 일본인 교수와 일본어 강사가 32명의 일본 IT기업 취업반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권씨는 "일본어를 일주일에 5시간씩 5학기 동안 5학점씩 들었지만 부족했다"며 "그런데 일본어 교수진이 일주일에 2~3번씩 밤 10시까지 취업반 강의실로 직접 찾아와 일본어를 지도했다"고 말했다.

전공과목도 철저히 주문식·맞춤형 교육이었다. 재학 중 한 학기는 의무적으로 일본 현지 인턴십으로, 또 다른 한 학기는 일본 기업이 요구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으로 꾸려졌다.

2008년 10월부터 올 2월까지 권씨는 일본 IT기업 '이데아크로스'에 파견돼 일본인 팀장 아래에서 웹사이트 구축 업무를 했다. 자신감이 확 생겼다.

실무와 어학 능력이 완벽해지자 일본 기업 취업은 일사천리였다. 지난해 8월 소프트뱅크 인사담당자가 영진전문대를 직접 방문해 가진 채용 면접에서 권씨는 자기소개와 학교에서 했던 프로젝트 추진 성과를 일본어로 발표했다. 올 2월 권씨는 최종 채용 확답을 들었다.

소프트뱅크 일본 본사에서 '고객 요금 데이터베이스 정보시스템 구축' 업무를 맡은 권씨는 340만엔(약 4550만원) 연봉을 약속받았다. 권씨는 "이번에 함께 졸업한 일본 IT취업반 11명 중 5명은 해외 취업에, 나머지 6명은 국내 취업에 성공했다"면서 "학문도 좋지만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만족도 높은 기회를 줘 무엇보다 좋았다"고 말했다.

◆이론 교육도 취업 맞춤형으로

박혜윤(32)씨는 전문대 재입학으로 맞춤형 취업 기술을 배워 '평생 꿈'과 '좋은 일자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그 역시 2002년 서울의 모 사립여대 사회사업과를 졸업한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백수 생활을 8개월 정도 했다. 복지관 등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싶었지만 사회복지 관련 학과 졸업생이 많아지면서 경쟁률이 수십 대 일이 넘어가 줄줄이 낙방했다.

"복지사가 되기 위해 운전면허를 따도 1급으로 따고, 복지관 취업을 위해 졸업을 앞둔 마지막 두 학기엔 자원봉사도 더 열심히 나갔어요. 도시락 자원 봉사에서 노인 도우미까지 경력을 쌓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결국 박씨는 목표를 간호사로 수정한 다음 간호대로 진로를 틀었다. 2003년 교수 추천과 면접 과정을 통해 3년제 수원여대 간호학과에 들어갔다. 박씨는 "고등학교 생활을 다시 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지만, 전문대학은 4년제 대학과는 달리 기술 교육 위주였다"고 말했다. 이미 짜인 시간표대로 1학년 2학기부터 3학년 1학기까지 한 달에 2주는 실습, 나머지 2주는 이론 교육을 받았다. 현직 간호사의 도우미 역할을 하면서 실습을 하고, 실습이 끝나면 실습 담당 교사와 토론 수업을 이어갔다.

간호사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간호국가고시'에 통과하기 위해 마지막 학기엔 시험 과목인 성인간호, 아동간호, 모성간호에 대한 맞춤형 이론 교육이 집중됐다. 박씨는 "4년제 대학에선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스스로 깨닫고 노력하는 방법을 배웠다면, 전문대학에선 한 명씩 맞춤형 교육으로 취업까지 책임지는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전문대 졸업식을 석 달 앞둔 2005년 11월 이대 병원에 합격했고, 지금은 수원 영통에 있는 삼성여성병원에서 정식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