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G.I. 조' 출연한 배우 이병헌
할리우드 진출 성공여부 아직은 단정 지을 수 없어
한 계단 올라간 것으로 생각
본방: 4일 오후 9시50분 재방: 6일 오후 1시50분

"할리우드 영화 한 편 출연한 걸로 (할리우드 진출) 성공이냐 실패냐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앞으로 계속 부딪혀야 하니까 이제 한 계단 올라간 것으로 생각한다."

할리우드 영화 'G.I. 조(Joe)'에 출연한 영화배우 이병헌은 디지틀조선일보의 케이블채널인 비즈니스앤(Business&)의 '강인선라이브'에 출연해 조심스럽게 할리우드 진출소감을 말했다. 그가 'G.I. 조'에서 연기한 '스톰 섀도우(Storm Shadow)'는 이전까지 해온 현실감 있는 인물과는 다른, 과장이 심한 만화 같은 역할이라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망망대해에서 나침반이 없는 보트를 타고 저쪽이 육지일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노를 저어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병헌은 미국 프랑스 합작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I come with the rain)'와 'G.I. 조'에 출연하면서 한국과는 다른 외국 영화계를 경험했다. 촬영현장에선 아침 6시에 시작해서 오후 6시에 끝내기로 했으면 99% 정확하게 일이 끝났다. 그는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나 싶었지만 배우도 인간이니까 촬영 이외의 다른 스케줄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의미였다"고 했다.

작년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칸 영화제에 갔을 때 호텔 식당에서 우연히 미국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옆 테이블에 앉게 됐다. 다가가서 인사하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이상한 팬이라고 오해할까 봐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배경에 들어가게 위치를 잡아 사진을 찍었다. 그는 "나도 언젠가는 다른 배우가 나를 배경에 넣어 사진을 찍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연기를 시작한 지 20년이 다 돼가면서 인기와 경력도 늘었지만 부담도 같이 늘었다. 그는 "배우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져야 그걸 연기에 반영하고 표현할 수 있는데, 부담감이나 책임감이 내가 느끼는 자유로움보다 커지면 그 순간부터 경직된다"고 했다. 그는 "좋은 일만 하고 사는 게 배우가 아니다"면서, "경험을 위해 또는 하고 싶어서 하는 일도 있는데 도덕적인 것에 얽매이고 갇혀 살다 보니 자꾸 작아지고 겁내게 된다"고 했다.

대표적인 한류스타로 꼽히는 이병헌은 일본에 가면 개인적인 외출은 거의 하지 못한다. 보디가드가 10명은 동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팬들의 열성은 놀랍다. 비가 내리는 날 새벽에 양손에 선물을 들고 눈물을 흘리면서 호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팬도 있었다. 팬들이 그가 키우는 진돗개 '다리'에게까지 선물을 보내기도 한다.

이병헌은 한류스타지만 한류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도 갖고 있다. 그는 "한류의 거품은 질보다 양이 월등히 넘쳐나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시아의 한류 팬들이 한국의 슬픈 멜로물을 좋아하면서 비슷한 작품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이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회사들이 생겨나면서 부작용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영화배우 이병헌'과 '자연인 이병헌'은 "다중인격이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다르다"고 한다. "배우로선 완벽주의자지만 자연인 이병헌은 엉뚱하고 빈틈이 많고 덜렁거린다"고 했다. 그는 "배우란 다중인격을 즐기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자기 속에 들어 있는 수많은 성격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서 극대화하는 것이 배우의 일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때로는 "'어떻게 저런 표정이 나왔지? 정말 잘했다'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이병헌 최고작'은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금까지 같이 작업한 감독님들께 죄송하지만, 그런 작품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고 그것으로 끝이 아니고 내 영화인생에 계속 반복됐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