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재 기업들 제품 만들때 주부들 아이디어 적극 반영
"불황속 스킨십 마케팅 강화" 방문 판매사업 확장 나서

2004년 성장 한계에 부딪친 삼광유리는 위기 극복전략 찾기에 나섰다. 결론은 '주부 모니터 요원' 활용이었다. 전국에서 10여명의 전문 주부 모니터 요원을 뽑아 매월 1회 전체 회의와 매주 1회 수도권 모임을 진행했다. 주부들의 아이디어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김치나 된장을 담는 대용량 사이즈 용기는 무게 때문에 꺼내기가 어려워 손잡이를 달았으면 좋겠다", "냉장고의 다른 용기와 함께 수납하기 어려우니 손잡이가 돌출되지 않으면 좋겠다"….

이런 아이디어는 마케팅팀을 거쳐 샘플 제작업체에 맡겼다. 1년여 만에 최종적으로 손잡이가 달린 효자상품 '글라스락 핸디형 제품'이 탄생했다. 이 제품을 포함한 글라스락 전체 매출은 2006년 87억원에서 2007년 300억원, 지난해 446억원으로 뛰었다.

'아줌마 파워'가 거세지고 있다. 소비재 분야에서 아줌마들은 '전문 소비자'로 제품 개발에 참여하고, 방문 판매 분야에선 최고의 '매출 제조기'로 급부상하고 있다.

◆똑똑한 아줌마 '위키맘'

'위키맘(wiki-mom)'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위키맘은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와 '엄마(Mom)'를 합한 말로 똑똑한 아줌마 소비자 계층을 뜻한다.

이들은 아이를 위한 옷 한 벌이나 책 한 권을 사더라도 무작정 백화점으로 가지 않는다. 먼저 검색을 통해 다른 위키맘들이 올려둔 정보를 꼼꼼히 확인한다. 어느 브랜드가 좋은지, 상품의 장·단점은 뭔지, 같은 상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얼마나 저렴한지 따진다.

이들은 상품을 산 다음에도 반드시 인터넷에 제품 사용 후기를 올린다. 젖병부터 기저귀, 유모차, 전시회까지 예외 없이 위키맘들의 사전에 등재된다. 이 때문에 관련 상품 생산업체들은 위키맘들의 의견을 제품 개발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생활가전 브랜드인 쿠첸이나 CJ제일제당, 롯데마트 등은 최근 위키맘들로 구성된 주부 모니터 요원들의 활동을 강화했다.

위키맘으로 구성된 '코엑스베이비페어서포터즈'를 운영 중인 이플러스 이근표 대표는 "위키맘의 등장은 엄마 소비자들이 시장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했다는 사회적 증거"라고 말했다.

◆판매도 아줌마 선풍

판매 분야에서는 '야쿠르트 아줌마'가 돋보인다. 1971년 처음 등장한 한국야쿠르트의 방문판매사원은 1만3000명에 이른다. 이들은 전체 야쿠르트 매출의 70%인 8000억원을 책임진다. 이 회사의 이주헌 이사는 "대형 할인마트와 인터넷까지 등장해 유통 환경이 급변하면서 한때 주춤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오히려 방문판매사원 수를 늘렸다"고 말했다. 야구르트 아줌마는 소비자들과의 '스킨십(피부 접촉) 마케팅'의 첨병으로 불린다. 덕분에 이 회사는 올 상반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7% 넘게 늘었다.

여성 화장품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은 올 1분기 화장품 방문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0.4%, 한불화장품은 30% 이상 각각 늘었다.

2002년 방문 판매시장에 뛰어든 LG생활건강도 방문판매 매출이 2005년 500억원에서 지난해 1700억원까지 치솟았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프리미엄 브랜드 설화수는 방문판매 조직이 낸 '입소문 파워'로 단일 브랜드로 5000억원 매출을 올리며 올해 백화점 전체 화장품 코너에서 해외 명품 브랜드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설화수 매출의 70% 이상은 방문 판매사원들이 책임지고 있다"며 "방판사원들에게 PDA를 지급해 고객 관리 데이터를 모으고 재고 관리, 구매 내역까지 조회할 수 있도록 방판 기법을 진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