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부진 부산 고깃집 살리기
유행따라 업종 자주 바꿔 뜨내기 점포 같은 인상
낮시간 매출비중 2%불과 넓은 상권 살리는 홍보를

소규모 음식점을 운영하는 창업자들에게 공통적인 고민은 '변신'이다. 수시로 바뀌는 인기 아이템의 유행을 외면해도 안 되지만 정확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은 채 수시로 쫓아다니는 식의 변신 역시 큰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번 주 한국창업전략연구소의 엄장욱 부장이 멀리 부산에 내려가 컨설팅을 한 고깃집 사장 이영우씨(52)도 그런 경우다.

지난 1999년 부산 용호동에서 49.587m²(15평)짜리 꼬치구이점으로 시작한 이영우씨는 이후 감자탕 전문집→삼겹살 구이집을 거쳐 작년부터는 수입 쇠고기 정육점도 겸영하고 있다. 그는 조선일보의 '맞춤형 창업컨설팅' 서비스 안내를 보고 이메일(job@chosun.com)을 보내왔다. "삼겹살집을 2년 동안 운영하다가 수입육을 취급하는 정육식당으로 바꾸었는데도 매출이 오르지 않고 있다. 집세 월 500만원이 너무 힘들다"는 사연이었다.

◆점포 현황

2년 전 인삼 먹인 저가 삼겹살 전문점으로 전환, 초기에는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건물 주인이 바뀌면서 이전에 무허가로 만들었던 주방이 문제가 돼 본의 아니게 132.232m²(40평) 1층 전체 점포를 빌리게 됐다. 이전보다 두 배 규모가 되면서 월세 부담도 350만원에서 500만원대로 늘어났다. 설상가상으로 불황까지 겹쳐 매출이 격감하자 지난 4월 요즘 뜬다는 수입 쇠고기를 도입, 정육점 식당을 병행했다. 하지만 매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총 4억원이라는 돈을 투자했지만 현재 월 300만~400만원대의 적자를 보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점포 규모가 있어 월세와 인건비를 충당하려면 손익 분기 매출이 하루 100만원대이지만, 현재는 1일 매출이 70만원 선에 그친다.

◆매출 부진 이유

이씨의 점포는 가격 대비한 품질이나 서비스는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육류 가격이 100g 기준으로 1800원부터 3000원 선이고 객단가가 5000~6000원대로 가격파괴에 가깝다. 반면 밑반찬의 수준이나 서비스 질은 상당히 우수하다. 그럼에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매출상황이 나쁜 편이다.

①점포의 모호한 정체성

장사가 잘 되던 음식점도 급작스럽게 확장하면 영업이 부진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지역주민들 사이에 은연중에 '돈 좀 벌었구나'하는 시기심과 매장이 넓어지면서 고객과 종업원 및 업주와의 친밀성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의 경우 장사가 그런대로 잘 되던 꼬치구이점을 감자탕전문점으로 전환할 때 규모에 대한 욕심만 있었지 메뉴 등에 철저히 대비하지 못해 고객의 외면을 받았다. 지금 규모로의 확장도 타의에 의해 준비 없이 늘리다 보니 점포에 대한 철학이나 운영 원칙 없이 즉흥적으로 정육점 식당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복합적으로 도입했다. 여기에 대한 홍보나 운영 전략이 제대로 서 있을 리 없었다.

현재 이씨의 점포는 정체성이 모호하다. 간판을 보면 돼지고기 전문점인데 점포 벽면에 부착된 대형 현수막에는 수입 쇠고기를 파는 정육점 식당 콘셉트이다. 또 매장 안에서는 고기를 전시해야 할 진열대에 먼지만 끼어 있어 정육점 식당이라는 느낌이 없다.

②잦은 업종 전환

10년째 한 자리에서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명소라는 이미지를 쌓을 법하지만 너무 자주 업종을 바꾸면서 브랜드 관리에 실패한 것도 특징 없는 점포가 된 큰 이유다.

이씨의 점포는 배후에 주택가가 있어 고정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측면이 많다. 그럼에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꼬치에서 감자탕, 감자탕에서 다시 삼겹살, 수입 쇠고기 정육점 식당 등으로 업종을 바꾸다 보니 뜨내기 점포 같은 느낌을 준다.

또 상권의 특성상 보수적이고 단골이 많은 지역에서 전문적인 점포로 신뢰를 쌓는 데 실패한 측면이 있다.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쟁력 있는 메뉴를 개발하고 브랜드 관리를 했더라면 당장은 매출은 크게 오르지 않아도 지역 내 명소로서 성장하는 상권의 덕을 톡톡히 봤을 수도 있었다.

③메뉴상의 문제점

이씨의 점포를 분석해보면 낮 시간 매출은 하루 매출의 2%에 불과할 정도다. 가게 문 여는 게 손해인 수준이다. 야간과 심야 매출이 대부분이다. 낮 시간에도 영업을 하므로 주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또 인근에 유사한 고깃집들이 많은데 메뉴상으로 특이점이나 차별화된 요소가 없다. 이전에 인삼 먹인 돼지라는 특징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할 때는 고기가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멀리서도 고객들이 찾아왔다. 지금은 저렴한 가격 외에 별다른 메리트가 안 보인다.

④마케팅 판촉상의 문제

이씨는 판촉이나 고객관리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대응해온 편이다. 소주 한 병을 10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비롯, 고객 연락처를 DB로 구축하며 문자 메시지를 주기적으로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이벤트들은 현재의 점포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어필할 뿐 멀리 있는 고객들에게 점포를 홍보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걸어서 15분 거리에 8000가구에 가까운 아파트 단지가 있는 등 상권 잠재력이 풍부하므로 보다 광범위한 홍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