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로 끝마다 90도로 급하게 꺾어야
주말엔 진입로마다 차량들 상습 정체

정부가 다음 달 중으로 롯데그룹의 서울 잠실 제2 롯데월드 사업 승인 여부를 결정키로 한 가운데, 맞은편에 자리잡은 기존 롯데월드는 '최악의 주차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롯데월드 주차장은 잘못된 설계로 인해 급회전 구간이 많은 진입로,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는 복잡한 구조 등으로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데다 주변지역에 상습 교통 정체마저 유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롯데측이 제2 롯데월드 건설을 서두르기 전에, 먼저 기존 롯데월드에 대한 관리와 보수부터 철저히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위험천만한 주차장=최근 롯데월드 주변에서는 이용자와 주민들의 사고 위험과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텔롯데월드 쪽 주차장 입출구. 지난주 행사 참석차 호텔롯데월드를 찾았던 최모(45)씨는 차를 몰고 주차장으로 들어가다 사고를 당할 뻔했다. 지하 2, 3층까지 내려가는 길이 다른 주차장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90도 가까운 급우회전 구간의 연속이었기 때문이었다. 대개의 건물 주차장들은 한 층을 내려가면 다음 층으로 내려가기 전에 직진 구간을 최소한 몇 m 정도 설치, 급회전으로 인해 주차장 벽이나 맞은편 차량과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주차장은 내려가는 경사로 끝마다 여유 공간도 없이 곧장 90도 급우회전을 두 차례 연달아 해야 지하로 갈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었다. 최씨는 "경사로 끝마다 순식간에 운전대를 꺾어댔지만 회전 반경이 너무나 좁아, 하마터면 맞은편에서 올라오는 자동차와 부딪힐 뻔했다"고 말했다.
◆교통 정체에 내부 정비도 제대로 안 돼=차에 내려서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가령 지하주차장에서 내려 엘리베이터 통로로 가려면 차들이 지나다니는 사이를 가로질러 가야 했다. 일부 바닥에 안전통로 표시가 있긴 했지만 화물이나 청소차가 막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게다가 롯데월드는 호텔·백화점·롯데마트·놀이공원(어드벤처)·수영장 등이 주차장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보니 주말이면 진입로마다 들어가려는 차들로 상습 정체를 빚는다. 지난 주말에 주차장을 이용한 양모(38)씨는 "지하주차장이 워낙 복잡해 빠져나가는 데 30분이나 걸렸는데 그만큼 주차료를 더 부담해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객 고려하지 않는 설계가 원인=주차장이 이 지경이 된 것은 롯데측이 건축 당시 고객을 배려한 설계를 하지 않고 관련 법규 위반 여부만 따진 채 최대한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호텔 주차장을 관리하는 롯데백화점측과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1988년 오픈 당시엔 당시 주차장 관련 규정에 어긋나지 않게 지었다"며 "노천주차장이 아니어서 이젠 구조변경이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호텔 등 건축물의 주차장 규정이 담긴 '주차장법'에서는 회전 여유 반경 6m를 확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호텔롯데월드의 경우 이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지만 당시엔 이런 규정이 없었다는 것.

하지만 다른 호텔의 경우를 살펴보면 운영주체측이 고객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슷한 시기인 88년 준공된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만 해도, 지하로 내려가는 주차장 편도 도로 폭만도 8m나 되고 지하로 내려가는 구간마다 최소 10m 이상의 완충 공간이 마련돼 있다. 롯데월드는 또 호텔·백화점·놀이공원·할인점 주차장이 하나로 연결돼 있지만 수시로 운영주체가 바뀌는 등 체계적 주차장 관리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교통기술전문회사 오현코퍼레이션의 하회성 교통기술사는 "과거 주차장 중엔 당시 법규 미비로 좁은 통로와 위험한 구간 설계로 지어진 곳이 적지 않다"며 "하지만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시설인 만큼 지금이라도 운영 주최측이 안전요원을 늘리고 차량 동선을 재배치하는 등 안전 사고 주의 의무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