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코리아가 운영하는 인터넷 동영상 검색 서비스‘구글비디오’가 음란물과 저작권 침해 콘텐츠 등 불법 동영상으로 넘쳐나고 있다. 구글비디오에서‘sex’ 라는 단어를 검색하자 100만건 이상의 관련 동영상이 나타난 결과 화면. 구글비디오 서비스 화면 캡처

강력한 검색기술 무기로 불법물 쉽게 접근
음란물도 성인 인증 절차 없이 바로 검색
'검색만 제공한다'는 이유로 책임 등한시

가정주부 이모(40)씨는 구글코리아가 운영하는 인터넷 동영상 검색 서비스 '구글비디오'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인기 검색어 순위 1위에 '베드신'이라는 단어가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단어를 클릭하자 성인영화 속에 등장하는 낯뜨거운 베드신이 2850개나 올라와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 창에 '섹스'를 입력하자 1740개의 관련 동영상이 화면에 떠올랐다. 이중 한 동영상에는 성인영화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음란한 대화들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이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항상 옆을 떠나지 않는다. 어린 아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음란 동영상을 보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 탓이다.

◆강력한 검색기술, 미약한 관리

구글코리아가 최근 선보인 '구글비디오(video.google.co.kr)'가 불법 영상물의 집합소가 되고 있다. 강력한 검색기술을 가졌지만 이를 통제할 만한 수단이 없어 음란물과 저작권 침해 콘텐츠의 천국(天國)이 되고 있다.

구글비디오는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를 비롯해 다음TV팟·판도라TV·엠군·엠앤캐스트 등 국내 주요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영상물을 모두 검색해준다. 여기에 '시나닷컴'이나 '마이스페이스닷컴' 같은 해외 서비스에서도 동영상을 끌어오기 때문에 매우 강력하다. 하지만 '자유로운 정보 제공'이라는 이름 아래 관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성인 인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섹스'와 같은 단어를 입력했을 때에도 모든 음란물이 걸러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성인 인증 과정 역시 간단하게 통과되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도 아무 문제 없이 성인물을 볼 수 있다.

구글의 허술한 관리는 심각한 저작권 침해문제도 야기하고 있다. 구글비디오 검색창에 국내에서 방영 중인 인기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를 입력하고, 검색 조건을 '장편(20분 이상)'으로 설정하자 43분짜리 드라마가 2480건이나 나타났다. 네티즌 편의를 위해 개발한 '동영상 분량 기준 검색' 기능이 불법 영상물을 찾는 맞춤형 검색 도구로 악용되는 셈이다.

특히 똑똑한(?) 구글비디오는 한글로 '프리즌 브레이크'를 입력해도 영어 단어 'Prison Break'를 함께 인식해 국내외 사이트를 모두 찾아준다. 불법 영상물을 찾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헤매지 않고도 구글비디오에서 한 번에 모든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검색만 해줄 뿐 책임은 없다

동영상 통합 검색 서비스는 네이버·다음·엠파스 같은 국내 인터넷 포털들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포털들이 법적 책임 소재에 대한 부담 때문에 검색 결과물을 다양한 방식으로 걸러내는 것과 달리 구글은 '자유로운 정보 제공'이라는 기본에 충실하겠다며 인위적인 관리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구글비디오가 불법 영상물 집합소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구글은 현재 '세이프서치'라는 청소년 보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성인 인증을 거치지 않으면 음란한 결과물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기능이다. 문제는 다수의 모니터링 인력을 활용해 일일이 음란물 등 유해 콘텐츠 차단에 나서고 있는 국내 인터넷 포털과 달리 구글은 자동 프로그램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불법 영상물 차단에 큰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글코리아의 정김경숙 이사는 "(불법 영상물이 검색되는) 현상은 맞다"면서도 "불법 영상물에 대한 책임은 해당 동영상을 보유한 개별 사이트에 있지, 단지 검색만 해주는 우리가 져야 할 책임은 없다는 것이 구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반면 NHN이 운영하는 인터넷 포털 네이버는 불법 영상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민간 모니터링 요원이 한 번 검토를 해서 검색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려는 국내 인터넷업체와 달리 구글은 해외 업체라는 점을 활용해 이런 부분을 등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