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하는 학생들이나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처음 자신만의 공간을 꾸밀 경우 많은 사람들이 저렴한 중고가전제품을 찾는다.

더욱이 요즘에는 직거래의 형태로 온라인을 통해서 중고제품의 판매가 활성화 돼 있고 동네마다 있는 소규모 판매상을 통해서도 중고제품은 언제나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안전과 밀접한 연관이 돼 있는 가전제품의 경우 혹시 불량부품이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피해를 넘어 사고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 중고가전제품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져'

온라인을 통한 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용돈이 부족한 학생들은 중고 게임기등을 많이 구입해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마음먹고 용돈을 모아 게임기를 장만했더니 알고보니 전자파로 말썽을 일으켰던 기종이거나 몇 번 하다 보니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아 기분이 상했다는 글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자신이 구입한 제품이 가전제품일 경우는 문제는 달라진다. 전기제품은 여러 부품이 연계돼 있는 복잡한 구조로 돼 있고 자칫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중의 중고 가전제품 판매점에서 제품 수리 시 중고이다 보니 부품이 흔치 않아 순정품 대신 유사부품 또는 중고부품을 많이 사용해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의 한 중고부품 판매자는 "오래된 제품일 경우 부품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경우는 유사부품을 써서 수리해 판매한다"고 말한다.

K전자주식회사 개발팀 관계자는 "유사부품을 자칫 잘못 사용할 경우 과전류가 생겨 제품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고 전기를 꽂았을 때 불꽃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전기제품 자체에도 음극이 있고 양극이 있는데 하나의 부품으로 인해 다른 부품까지 파손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자격자에 의한 수리나 유사부품 등을 사용해 수리한 중고 가전제품이 부적절하게 수리돼 안전사고로 이어질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K사 관계자는 "전기적인 특성이 문제가 된다"며 "전기제품에는 대체품에도 허용범위가 있는데 만약 허용범위를 넘어서게 되면 과열이 돼서 화재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만약 100볼트의 허용범위를 가지고 있는 전기제품이라면 80볼트의 허용범위를 가지고 있는 부품으로 고쳤을 경우 일시적으로 동작은 되더라도 제품에 이상이 생겨 금방 고장나고 부품이 제품 안에서 타거나 폭발의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중고제품으로 인한 사고원인도 고온의 영향을 받은 경우, 화재, 폭발, 기타상해 등의 사고가 가장 흔하다.

한편 중고가전제품의 경우 안전사고 말고도 작동이 제대로 안돼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는 문제로 꼽힌다.

예를 들어 냉장고의 경우 성능이 정품보다 훨씬 떨어진다거나 접촉 불량으로 인해 음식부패의 가능성이 있고 세탁기의 경우 빨래가 잘 되지 않는 불량제품의 예가 많다.

아주대 가정의학과 박샛별 교수는 "성능이 떨어진 냉장고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음식이 부패하기 때문에 면역이 저하되고 장염이 걸리는 등 건강상 해롭다"고 우려한다.

전남대 피부과 이승철 교수 역시 "세탁기의 헹굼기능이 잘 안되거나 갑자기 동작 이상을 일으킬 경우 민감성 피부염의 사람들은 접촉성 피부염이라든지 피부에 특정 이상을 느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한다.

◇ 중고가전제품 '관리되지 않아 더 문제'

이렇게 큰 사고로까지 번질 수 있어 더욱 문제가 큰 중고 가전제품의 경우 대부분 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어 소비자들만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 시급한 대안이 필요하다.

기술표준원 전기통신제품안전과 관계자는 "이미 신제품으로 출고전에 인증받았기 때문에 중고제품이라고 해서 따로 안전관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고제품의 경우 소비자의 안전사고가 간간히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제품과 동일하게 안전해야 하는데 신제품일때의 안전인증을 받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관계자는 "사실 신제품은 인증을 받아야 판매가 되는 것이지만 각 가정에서 쓰다가 중고가 된 제품을 되팔고 하는 것까지 관리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토로한다.

반면 외국에서 중고품이 들어올 경우는 안전검사를 받는다.

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수입시마다 매번 샘플을 검사해서 신제품과 동일한 기준으로 안전시험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안전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구입하는 국내 제품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제 없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중고 가전제품에 대한 제조물책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범규 기자 bgk11@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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