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들, 위조와의 끝없는 전쟁
홀로그램·DNA잉크·모바일 인증 서비스…
<이 기사는 weekly chosun 200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의 위스키 수입량은 미국, 일본과 함께 세계 5위 안에 든다. 프리미엄 위스키(12년산 이상)의 점유율은 더 높다. 그러나 인기만큼이나 가짜 유통량도 대단하다. 이를 막기 위해 양주의 위조 방지 기술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우리나라에 위스키가 처음 들어온 것은 대한제국 시절로 서구 열강에 문호를 개방하면서부터다. 이후 해방과 함께 미군이 주둔하면서 미군 PX를 통해 위스키는 시중에 유통됐고 사람들은 처음 맛보는 향기로운 술에 매료됐다. 1950년대에는 소주에 색소를 탄 것이 유통됐다. 이를 가짜 위스키의 시초로 보고 있다.

1970년대에는 경제가 발전하면서 접대용으로 국내 위스키가 처음 개발됐다. 하지만 위스키 원액에 주정을 섞은 것이 주였기 때문에, 주류법상으로는 기타 주류로 분류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원액 함량이 100%인 위스키는 1980년대에 처음 나왔다. 이는 88서울 올림픽을 대비하여 위스키의 질을 향상시켜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1991년에는 주류가 수입 개방되면서 각국의 양주가 쏟아져 들어왔다. 이때부터 탈세와 큰 이윤을 노린 가짜 양주가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시작됐다. 에탄올에 색소와 향을 첨가하거나 양주에 소주, 저가 양주를 섞는 등 제조사에 막대한 이미지 손실뿐 아니라 소비자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는 가짜 양주가 심심치 않게 적발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업계는 가짜 위스키를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며 양주 위조단과 싸움을 하고 있다.

2001년
두 개의 구슬 사이로
술 나오는 ‘구알라캡’ 첫선

국내 위스키에 대한 위조 방지 기술 원조는 진로 발렌타인스가 2001년 10월 ‘임페리얼’에 장착해 선보인 키퍼캡이다. 이는 ‘구알라캡’을 이용한 것으로 병 입구에 두 개의 구슬이 장착되어 있어 술을 따를 때 구슬 사이에 틈이 생겨 알맞은 속도로 술이 나오지만 병을 다시 세우면 입구가 막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위조방지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는 이탈리아의 구알라사(社)에서 개발했다. 이를 장착하기 위해서는 연간 5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임페리얼’만큼은 가짜 술을 먹게 될 염려가 없다는 점을 마케팅 수단으로 내세우려 했다. 그러나 술이 잘 따라지지 않거나 너무 느리게 나오기도 하고 구슬 사이로 주사바늘을 이용해 가짜 술을 주입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인기가 식었다. 하지만 디아지오 코리아의 ‘윈저’도 구알라캡 방식을 적용했고 지금은 많은 종류의 위스키에 구알라캡이 장착되어 있다.

2002년
주석 캡슐 인기
윈저는 국내 첫 홀로그램 라벨

2002년 9월 두산에서 출시된 ‘피어스클럽 18’은 국내 최초로 주석 캡슐을 채택했다. 이는 위스키의 병뚜껑을 주석으로 둘러싸는 것이다. 기계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깨끗하게 씌울 수 없고 한번 캡슐을 벗겨내면 쭈글쭈글해지기 때문에 다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했다. 이는 위조방지에도 도움이 되고 병뚜껑 모양을 고급스럽게 차별화할 수 있어 업계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윈저’는 2002년 7월부터 마개 보호 캡슐에 홀로그램 라벨을 부착했다. 이는 국내 최초다. 이 라벨은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바뀌기 때문에 변화에 따라 진품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임페리얼’은 구알라캡에 이은 두 번째 장치로 12월 영국의 레라루사(社)에 의뢰해 개발한 키퍼마크를 장착했다. ‘임페리얼’의 로고와 문자를 납세필증용 비닐 실러에 붙였다. 실러는 밀봉을 위해 병목과 뚜껑 위에 1자 모양으로 비닐을 붙이는 것으로 병을 따면 비닐이 파손돼 다시 사용할 수 없게 했다.

2003년
‘딤플’ 수작업으로 만든
그물망 다시 씌워

하이스코트는 위스키 원액의 공급 부족에 따라 15년산 ‘딤플’의 판매를 중단하고 12년산 딤플을 시판하면서 병을 감싸고 있던 그물망을 없앴다. 이후 2003년 1월 1일부터 디오지아 코리아가 ‘딤플’을 인수했고, 리뉴얼과 고객 보호 차원에서 금색 그물망을 다시 씌워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물망은 20세기 초부터 프랑스, 스페인, 스코틀랜드 등에서 위조 방지를 위해 사용하던 방법 중 하나인데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대량으로 유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2004년
국세청·업계 ‘가짜 양주 신고 포상금제’ 실시

2004년에는 국세청과 양주 업계가 함께 ‘가짜 양주 신고 포상금제’를 실시했다. 정부는 가짜 양주의 심각성을 깨닫고 본격적인 실태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음지에서 대량 유통되고 있는 만큼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국세청과 업계 그리고 소비자가 윈윈 할 수 있는 포상금제다. 그러나 한 해에 3~4건 정도 신고가 접수되고 있어 예상보다는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2007년
‘듀얼코드’ ‘체커’ ‘C-Color’
 첨단화 전쟁 가속화

작년 한 해 위조를 방지할 수 있는 신기술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그중 디아지오와 진로 발렌타인스는 ‘듀얼코드’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디아지오는 1월에 가장 먼저 ‘예스코드’라는 이름으로 이를 도입했다. 윈저의 병 라벨 표면에 적힌 아홉 자리 숫자 중 마지막 네 자리와 마개에 있는 네 자리 숫자가 일치하는지를 살피면 가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이어 진로 발렌타인스에서도 5월경 ‘OK마크’라는 기술을 리뉴얼한 ‘임페리얼’에 선보였다. 이 마크는 별 라벨에 인쇄된 10자리 숫자 중 뒷자리 네 개와 병마개, 납세필증에 인쇄된 숫자가 모두 일치해야만 정품임을 인정하는 마크다.

롯데칠성의 ‘스카치블루’는 라벨 부분에 판별 용액을 묻히면 파란색이 빨간색으로 변하고 다시 물을 묻히면 파란색으로 되돌아온다. 이는 ‘DNA시스템’ 때문인데 DNA잉크를 사용해 만든 라벨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정품 여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11월에는 임페리얼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정품 인증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휴대전화와 임페리얼 병에 인쇄된 고유번호를 이용해 구매 현장에서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체커’는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추 방식의 위조 방지 장치다. 디아지오 코리아에서 작년 말 체커를 부착한 윈저를 선보였다. 체커는 뚜껑을 열면 안쪽에 부착되어 있던 추가 분리되어 떨어진다.

병을 깨지 않는 이상 추는 다시 꺼낼 수 없다. 이전까지 보여줬던 기술들이 외국 기술을 그대로 들여와 디자인만 바꾼 것이라면 체커는 위스키 위조 방지를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하고 독점 사용권을 가졌다는 데 의미가 크다.

하이스트코는 지난해 말 ‘킹덤’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C-Color’를 적용했다. C-Color는 필름 형태로 뚜껑에 부착되어 있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색과 모양이 변하는 일종의 홀로그램 방식이다. 이 기술은 미국의 3M사(社)에서 개발한 기술로 화폐의 위조 방지를 위해 사용하는 컬러 쉬프팅 잉크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형태의 보안 장치로 위조 자체가 불가능한 첨단 기술이다. 하이스트코는 한 대에 2000만원 정도의 ‘정품 인정 판별기’를 도입하여 서울 시내 유흥업소 및 술집 방문 고객들을 대상으로 직접 마시고 있는 술의 정품 여부를 판별해 주는 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2008년
뛰는 기술 위에 나는 밀조단… 가짜 유통 여전

그러나 이렇게 수많은 위조 방지 장치들이 도입됐지만 전문 밀조단은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으로 가짜 위스키를 유통시키고 있다. 국내 유일의 블랜드 마스터인 영남대 식품공학과 이종기 교수는 “예전에 비해 가짜 양주가 적발되는 횟수가 줄었다. 캡틴큐와 같은 저가 양주가 우리가 모르는 새 꽤 많은 양이 팔리고 있다는 것이 가짜 양주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사업을 시작하면서 술자리를 많이 가졌던 김성훈(30)씨는 “비싼 돈을 내고 양주를 먹는 이유 중 하나는 다음날 숙취가 덜 하기 때문인데 워낙 가짜 양주가 많아 요즘은 술 먹기가 겁난다”면서 “술에 취하고 조명이 어두우면 더욱 구분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가짜 양주를 먹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위조 방지 장치들이 잘 장착되어 있는지 여부와 색, 향, 기포 등을 모두 잘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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