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간 담배회사인 ‘우리담배㈜’가 국내의 자체 공장에서 제조한 새로운 담배를 출시했다. 민간회사가 정부 허가를 받고 국내에서 자체 담배 상품을 생산해 출시한 일은 1948년 담배에 대한 전매(專賣) 제도가 도입된 이후 60년 만의 일이다.
2006년 7월 설립된 우리담배는 2007년 12월 자체 공장을 준공해 연간 50억개비 이상의 담배 생산시설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담배사업법 허가 기준을 충족하고 정부로부터 담배 제조·판매 허가를 받았다.
우리담배는 1월 17일 위고(Wigo)라는 이름의 담배 3종류(1㎎, 3㎎, 5㎎)를 출시한 데 이어 1월 28일 스윙(Swing)이라는 이름의 담배 2종류(1㎎, 4.5㎎)를 출시했다. 가격은 모두 1갑당 2500원. 이로써 우리담배는 KT&G와 외국계 담배회사인 BAT(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코리아, PM(필립 모리스)코리아에 이어 네 번째로 정부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은 국내 담배 제조사가 됐다.
이전에도 국내 일반 기업이 자본을 투자해 담배를 판매한 사례는 있었지만 모두 재경부 정식 담배 제조허가를 받은 사업자는 아니었다. 구강물산의 ‘IF(이프)’, 코리아토바코컴퍼니의 ‘주몽담배’는 해외에 있는 공장에서 주문 생산한 담배로 이들 기업은 담배사업자가 아니라 일종의 담배유통기업이다. 우리담배는 충남 당진에 연면적 1만4250㎡(4300평) 규모의 생산 시설을 갖추고 전국 200여개 대리점망을 확보했다. 지난 1월 30일 우리담배 당진공장을 찾았다. 담배공장 내부는 기계음과 담배 냄새가 가득했지만 환하고 깨끗해 보였다.
“사람 손이 많이 가지 않습니다. 완전 자동화 기계입니다. 독일에서 블렌딩을 거치고 들여온 담뱃잎을 기계에 넣으면 자동으로 담배 한 보루가 만들어져 나옵니다.”
우리담배 당진공장 관리팀 원태인 차장은 “제약 회사 공장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당진공장의 청결도에 대해 자랑했다. 당진공장은 새로 지은 공장답게 최첨단 담배 제조라인 4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레귤러 제조용 기계 3개 라인과 수퍼슬림용 1개 라인이다.
현재 우리담배 당진공장은 연간 67억2000만개비의 생산 규모를 갖추고 있다. 장기적으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연간 100억개비 이상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에 따라 1차 가공시설을 갖춰야 한다. 우리담배 이덕희 마케팅본부장은 “국내 수요 및 해외 수출물량을 감안하면 조만간 연 100억개비 이상의 생산시설 보유가 불가피하다”며 “현재 1차 가공시설 및 2차 생산시설 증설을 위한 설계 발주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장 부지 건너편에 1차 가공 공장을 짓기 위한 부지가 터 공사를 끝낸 상태였다. 원태인 차장은 “수퍼슬림의 국내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로 2개 라인의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며 “이 중 한 개 라인은 올해 7월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담배의 특징은 DNA필터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덕희 마케팅본부장은 “DNA필터는 몇몇 국산 에어컨 필터에도 적용될 만큼 유해물질의 필터링 효과가 인정된 것으로 우리담배에서 출시되는 전제품에 장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마케팅본부장은 “아무리 최첨단 필터 담배라도 인체에 유해한 것은 사실이나 우리담배의 DNA필터는 연어에서 추출한 DNA를 특수가공 처리한 것으로 발암성 유해물질을 거르는 효과가 일반 활성탄필터의 5배에서 크게는 20배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흡연율은 2005년 말 52.3%에서 2006년말 44.1%, 2007년 6월 현재 42.5%로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담배 소비량은 2007년 918억개비로 2006년에 비해 11% 증가했다. 연도별 소비량을 보면 2001년 983억개비, 2003년 968억개비, 2004년 1065억개비, 2005년 823억개비, 2006년 834억개비, 2007년 918억개비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라고 볼 수는 없다. 우리담배판매 홍원기 사장은 “우리담배는 담배 시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며 “국내 시장은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제조사보다는 개별 담배 브랜드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월 9일 재정경제부와 한국담배협회, 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 담배시장은 약 8조5000억원(순매출 기준 3조원) 규모다. 밀수담배 등 불법유통 분량까지 합치면 10조원 규모를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06년 기준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은 KT&G가 71.3%, 다음 BAT코리아 16.8%, PM코리아 8.6%, JTI코리아 3.3% 순이다. 영국계 BAT코리아는 ‘던힐’ 브랜드, 미국계 PM코리아는 ‘말보로’ 브랜드, 일본계 JTI코리아는 ‘마일드세븐’으로 유명하다. 1980년대 담배 시장이 개방되며 외제 담배의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2001년 15%에 그쳤던 외제 담배의 시장점유율은 2006년 30%에 육박했다. 7년 만에 두 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덕희 마케팅본부장은 “마일드세븐만큼은 팔 수 있다고 자신한다”며 “우선 3% 시장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고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15만여 소매점 중 2만여 점에 우리담배가 자리를 잡았다.
우리담배판매㈜ 직영사업부 이재승 부장은 “시장점유율 ‘0’ 상태에서 새로운 상품으로 소매점에 입점하는 일은 높은 진입 장벽을 깨는 게 첫 번째 일”이라며 “신상품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에 소매점주와의 인간적 유대를 꾸준히 쌓으면 기존 담배 회사의 아성을 깨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담배의 올해 목표는 우리담배를 전국 소매점 8만곳에 입점시키는 것이다. 이재승 부장은 “소매점에서 경쟁사들이 영업 방해 행위를 펼치는 면도 없지 않다”며 “누가 소매점주 사이에 퍼뜨렸는지 모르지만 우리담배가 중국산 담배이고 곧 망할 기업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전 세계적으로 담배 시장 규모는 약 300조원대. 우리담배는 이 어마어마한 세계 담배시장에도 뛰어들었다. 1월 9일 우리담배 6만달러어치를 실은 화물선이 부산항을 출항해 필리핀으로 향했다. 이덕희 마케팅본부장은 “우리담배는 올해 필리핀에만 100만달러 상당의 수출 계약이 체결되어 있다”며 “이미 베트남, 호주, 미국, 몽골, 중동 등에 총 2600만달러 상당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우리담배판매 홍원기 사장은 “중장기적으로 7000만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
국내 담배 판매의 역사
해방 후 전매청 독점… 2001년부터 민간 제조 허용
담배를 제조해 판매하려면 재정경제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요건은 담배사업시행령이 정하고 있다. 허가 기준은 300억원 이상의 자본금과 연간 50억개비 이상의 생산시설을 갖출 것, 담배제조 및 품질관리 분야에서 3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5인 이상의 전문기술인력을 보유할 것, 제품성능 및 품질분석이 가능한 실험설비를 구비할 것, 품질관리기준 빛 이에 관한 품질지침서를 마련할 것 등이다.
국내 담배시장은 해방 이후 국가 기관인 전매청과 그 후신인 한국전매공사가 제조 판매에서 독점권을 행사해왔다. 1988년 5월 ‘담배시장 개방에 관한 한·미 양국 정부 간 양해록’ 조인에 따라 1988년 7월부터 해외 업체에 제조를 제외한 담배 판매시장만이 개방됐다. 이에 따라 BAT, PM, JTI 등이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전매공사는 1989년 4월 한국담배인삼공사로 변경됐고 이후 정부지분이 매각되면서 주식회사 KT&G로 민영화됐다.
국내 민간담배회사 중에서도 담배제조업에 뛰어들겠다는 회사가 있지만 담배사업법이 정한 담배제조업 허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제일 큰 장벽이 30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춰야 한다는 규정이다. 한 민간담배회사는 “담배제조업 허가를 위한 자본금 규정(300억원 이상)이 불합리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최근 2심에서 패소했다.
1899년 8월 궁내성 내장원 삼정과 설치
1921년 7월 조선총독부 전매국 설치
1948년 재무부 전매국 설치 (연초전매법)
1952년 4월 전매청으로 개편 (담배전매법)
1987년 4월 한국전매공사 창립 (담배사업법)
1988년 7월 담배시장 개방
1988년 BAT KOREA 설립
1989년 4월 한국담배인삼공사 설립
PM KOREA 설립
1992년 JTI KOREA 설립
2002년 10월 BAT 코리아, 경남 사천
PM 코리아, 경남 양산 공장 설립
2002년 한국담배인삼공사 민영화.
KT&G Corporation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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