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지난 15일 아프리카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서 르완다 정보통신부와 와이브로 통신망 구축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와이브로는 우리나라가 개발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고속 이동 중에도 대용량 정보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
르완다 정부는 장기간의 내전(內戰)으로 인한 혼란을 극복하고 중부아프리카의 IT(정보기술) 허브로 성장한다는 복안에 따라 KT의 첨단 이동통신 기술을 채택했다.
◆해외로 나가는 국내 통신사들
KT는 앞서 지난달 30일 우즈베키스탄 통신업체 이스트텔레콤과 수퍼아이맥스를 인수했다. 이스트텔레콤은 우즈베키스탄 2위 유선통신 회사. 초고속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현지 기업들에 유선·인터넷 전화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1100만 달러(약 103억원). 수퍼아이맥스는 최근 무선통신 주파수(2.3GHz)를 기반으로 무선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시작한 신생기업이다.
KT는 이들 2개 통신사의 네트워크를 통해 내년부터 타슈켄트·사마르칸트 등 우즈베키스탄 12개 도시에 유·무선 통신과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어 인터넷TV·포털사이트·데이터센터사업과 와이브로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KT의 해외진출 성공사례는 지난 1997년 인수한 러시아 연해주 현지 통신사 NTC가 대표적이다. 이동통신 사업자인 NTC는 올 7월 가입자 수 100만 명을 돌파, 연해주 지역 이동통신 시장의 1위를 달리고 있다. KT는 몽골 최대 유선통신 회사인 몽골텔레콤에도 투자, 지분 40%를 갖고 있다.
◆“해외진출은 선택 아닌 필수”
이동통신 1위인 SK텔레콤도 글로벌 경영에 팔을 걷어붙였다.
SK텔레콤은 올해 중국 차이나유니콤의 지분 6.7%를 확보, 중국 정부에 이어 2대주주가 됐다. 차이나유니콤은 중국 2위 이동통신 회사로, 가입자수가 1억5000만 명에 이른다.
베트남 사업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SK텔레콤이 간접 투자해 설립한 베트남 S텔레콤은 2003년부터 ‘S폰’ 브랜드로 서비스를 시작, 올 6월말 현재 244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S폰은 특히 우리나라가 처음 상용화한 CDMA(미국식 이동통신 기술)방식을 채택, SK텔레콤이 국내에서 축적한 통신기술을 수출하는데 톡톡히 기여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베트남은 인구가 8400만 명이 넘지만 이동전화 보급율은 30% 수준에 불과해 미래 잠재수요가 크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미국에도 진출, 현지 합작법인 힐리오를 통해 이동통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김신배 사장은 최근 ‘SK텔레콤이 1조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후에도 해외진출 사업을 계속할 계획인가’하는 질문에 “해외진출은 선택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국내 통신업체들이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는 것은 수익성 회복이 목적이다. 지금까지 통신산업은 대표적인 내수산업으로 꼽혔다.
그러나 최근 내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국내 통신업계는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KT는 2000년 이후 주력사업인 유선전화의 가입자 수가 해마다 줄어들면서 연간 3000억~4000억원씩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SK텔레콤도 2004년 이후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정체 국면을 맞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은 가입자수가 급증하는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을 해외진출 1순위 지역으로 꼽고 있다.
◆세계 통신업계는 글로벌 전쟁 중
세계 통신업계도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치열한 글로벌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인 영국 보다폰은 최근 텔레콤말레이시아의 이동통신 사업부 지분 25%를 30억 달러에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보다폰은 올 2월에도 인도 4위 통신회사인 ‘허치슨 에사르’의 지분 67%를 111억 달러(약 10조3785억원)에 인수, 인도시장에 진출했다.
도이치텔레콤은 허치슨왐포아가 이탈리아에 운영 중인 3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사업을 150억 유로(약 20조85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AT&T도 지난달 인도 마힌드라텔레콤과 손잡고 인도 22개 지역에서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현지 통신사업권 입찰에 참여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업체들도 해외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외국의 대형업체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중국 차이나유니콤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세계 1위 이동통신 회사인 보다폰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와이브로(WiBro·휴대인터넷)
‘wireless broadband’의 약자. 우리나라가 개발한 3세대 이동통신 방식이다. 고속 이동 중에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무선통신 기술로, 다운로드 속도가 최대 24.8Mbps에 이른다. 시속 100㎞로 달리는 자동차에서 2시간짜리 영화 1편을 내려받는 데 약 1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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