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화력발전소인 서울 마포구 당인동 서울화력발전소(옛 당인리 발전소)가 2012년까지 지하 30m 아래로 내려가고, 그 위는 대형 강변 공원으로 바뀐다.

대형 발전소를 지하로 옮기고 지상을 공원화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없는 일이다.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중부발전(사장 정장섭)과 서울 마포구는 12일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1930년에 지어진 서울화력발전소는 한강변 11만9454㎡(3만6000여 평) 부지에 있다. 서울의 5만3000여 가구에 전력과 난방열을 공급하며, 정부중앙청사·국회의사당 등의 비상전력공급 임무도 맡고 있다. 지금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하지만, 무연탄이 주 원료이던 1970년대까지 적지 않은 매연과 먼지를 내뿜었다. 때문에 수십 년 동안 주민들의 이전 요구가 끊이지 않아 정부에서도 이전을 검토했으나, 기간 시설이라는 점 때문에 백지화됐었다. 발전소 자리는 밤섬 숲과 서강대교의 주홍빛 아치, 여의도 고층건물이 한눈에 들어오는, 한강에서 가장 전망 좋은 곳 중 하나. 월드컵 경기장과 홍대 앞 피카소 거리 등 서울의 명소들과 멀지 않다.

공사는 한국중부발전 자체 예산 7925억원으로 2008년 10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진행된다. 현재 가동 중인 4·5호 발전기(총 387.5㎿ 규모) 인근 지역을 파 들어가 지하 30m 지점에 500㎿ 규모 발전기 2대를 설치한 뒤, 지상 발전기를 모두 헐고 공원으로 꾸민다. 땅 위에는 60m 높이 굴뚝과 행정건물·조정실 정도만 남긴다. 대형 굴뚝은 예술작품으로 꾸미고, 분수대와 작은 숲, 공연장 및 레저·스포츠 시설도 들일 계획이다.

한국중부발전은 공원 디자인에 서울시와 마포구 의견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한강에 녹지와 문화명소를 확충하려는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과도 맞아떨어진다. 안경재 서울화력발전소장은 “국내·외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명소로 만들어 지역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