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정유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주유액의 일정 비율을 적립해주는 ‘엔크린 보너스 카드’를 도입한 SK에너지(당시 SK㈜)는 고민에 빠졌다. 고객이 포인트 마일리지를 지급받고도 사용하는 비율이 너무 적었던 것이다. 지급하는 포인트 혜택이 적고, 사용처도 극히 제한된 탓이었다. 주유 고객들은 “써먹을 데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회사로서도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려는 본래의 마케팅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

SK에너지가 고심 끝에 택한 선택은 통합 마일리지 시스템인 ‘OK캐쉬백’. 마일리지를 얻을 수 있는 곳과 쓸 수 있는 곳을 함께 늘리는 ‘멀티 언 멀티 번(Multi Earn Multi Burn)’ 전략이었다.

1999년 출범한 OK캐쉬백은 지난해 연말 기준, 가입 회원수 2600만명으로 국내 포인트 마일리지 서비스 중 부동의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누적 적립액은 무려 3000억원(3000억 포인트)에 달하고 있다.

◆4만5000개의 방대한 가맹점망=OK캐쉬백은 출범 초창기 제휴사 네트워크를 늘리는 데 주력했다. 신용카드사들은 대부분 초창기부터 제휴 관계를 체결했고, 2000년에는 국내 1위 대형할인점인 이마트가 제휴사로 합류했다.

또 외식 분야의 파리바게트·크라운베이커리·KFC·미스터피자, 주요 영화관인 프리머스·CGV·메가박스·씨너스, 아산스파비스·호텔설악파크·부산롯데호텔 등의 숙박·휴양시설, 온라인 분야의 싸이월드·예스24 등으로 제휴망을 넓혀나갔다.

이런 과정을 거쳐 4만5000개에 이르는 방대한 가맹점 네트워크가 탄생했다. 일상 소비생활을 하는 가운데, 어디서든 OK캐쉬백 포인트를 쉽게 적립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SK에너지는 지난해 대한항공과 온라인 예매 시 부분적으로 OK캐쉬백 포인트를 지급·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는 비자카드와 제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굵직굵직한 대형 제휴사들이 계속 OK캐쉬백 네트워크 속으로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제휴사망이 넓어지면서 포인트 적립액과 포인트 소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OK캐쉬백의 연간 적립 포인트는 2000억 포인트(2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대형 카드사의 2~3배 수준이다.

포인트 소진율도 높아서 90%를 훨씬 웃돈다. 2000년 25%였던 소진율은 해마다 급증, 2004년부터는 90%를 뛰어넘었다. 주부 박모(42·경기 일산신도시)씨는 “OK캐쉬백은 사용처가 많은 것이 장점”이라며 “할인점 등에서 쌓은 포인트를 아이들 도서 구입에 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노무라연구소도 사례 연구 나서=제휴사들이 OK캐쉬백에 합류하는 이유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방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SK에너지는 DB 분석을 통해 제휴사 고객이나 특정 세대, 특정 소비자층의 평소 소비습관, 주요 관심거리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다수 제휴사들이 네트워크를 구성, 공동으로 고객들에게 포인트를 주고 쓸 수 있도록 하는 OK캐쉬백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많지 않은 서비스이다. 최근에는 일본 노무라연구소가 직접 SK에너지를 방문, 사례 연구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OK캐쉬백은 올해 연간 2000억 포인트 수준인 적립 포인트를 3000억 포인트 선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OK캐쉬백 김용갑 전략지원팀장은 “전체 이용고객의 반을 차지하는 20~30대를 겨냥한 결혼컨설팅, 베이비클럽, 음악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