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부산의 한 아파트단지 우편함. ‘인터넷을 신청하면 스카이라이프 TV가 공짜’라는 내용의 광고 전단이 가득 꽂혀 있다. 또 다른 아파트 단지에는 ‘시청료 인상에 의한 입주민과 케이블방송 간 마찰이 예상되는데, 스카이라이프에서는 ○○아파트를 위한 특별조건을 제안 드린다’는 전단이 뿌려졌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등 유료TV 업계가 치열한 시장쟁탈전에 나섰다. 케이블TV에 밀리던 위성방송 업체 스카이라이프가 최근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광고 전단을 뿌리며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케이블TV는 아파트마다 설치돼 있는 MATV(공동시청용 안테나) 설비를 통해 손쉽게 시장을 확보했다. 반면 위성방송은 가구마다 베란다에 위성 안테나를 설치하는 ‘공사’를 해야 하는 불편이 따랐고, 베란다가 없는 주상복합 건물은 아예 위성안테나 설치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정보통신부가 지난 13일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입주자가 TV를 공동으로 시청하기 위해 설치하는 MATV에 대한 규칙을 바꾸면서 스카이라이프가 결정적인 호재를 만났다. 위성방송은 MATV 이용이 금지돼 있었으나, 이번 규칙변경에 따라 아파트 옥상의 공시청 안테나를 이용해 각 가정에서 스카이라이프도 케이블TV처럼 편리하게 볼 수 있다.

간단한 규칙 변경이지만, 소비자는 매체 선택권과 함께 강력한 협상력을 갖게 되면서 ‘소비자 파워’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곧 유료TV 업계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케이블TV는 시장점유율 84.6% (2006년 4월 현재)로 위성방송을 압도해왔다. 케이블TV는 전국을 77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별로 독점적 사업자가 서비스를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케이블TV가 일방적으로 수신료를 인상해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케이블TV가 잇달아 수신료를 대폭 인상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면서 “이제 케이블TV의 가격이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손쉽게 위성방송으로 바꿀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특히 아파트 등 공동주택 구성 비율이 높은 대도시의 경우, 스카이라이프의 시장 점유율은 3~5% 수준에 그치고 있어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유료TV 시장에서도 치열한 판촉전과 가격인하, 무료 서비스 등의 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특히 결정권을 가진 ‘부녀회’의 마음을 잡기 위해 경쟁도 강화될 전망이다.

스카이라이프의 공세에 직면한 케이블TV 업계는 “스카이라이프의 대주주인 KT가 통신망에 이어 유선방송망까지 장악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스카이라이프는 이미 가입자 200만에 육박한 최대의 유료방송 업체”라며 “KT의 전화·인터넷 서비스를 연계해서 요금을 할인해 줄 경우, 중소 케이블 업체는 도저히 대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케이블협회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IPTV(인터넷TV)보다 이번 조치가 더 위중한 상황”이라며 “규칙변경에 대한 행정소송은 물론 헌법소원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기존 시청자를 빼앗기지 않도록 업체별로 요금인하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