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이 불편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색깔은? “노란색”이라고 답했다면 틀림없이 주변에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SK케미칼의 붙이는 관절염 치료제 ‘트라스트’는 특유의 노란색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높여 발매 6년 만에 국내 1위 제품이 됐다. 1996년 첫 출시 이후 10년간 팔린 개수는 무려 2억4000만장. 우리나라 국민 절반이 1년에 한 장씩은 사용한 셈이다. 최근에는 국내 브랜드 인지도 1위를 넘어 중국으로까지 노란색 열풍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는 무릎만 공략한다

SK케미칼이 처음 트라스트를 발매했을 때 이미 시장에는 유력한 경쟁사들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트라스트가 세계 최초로 발매된 관절염 치료 패치(patch)라는 점에서 전망을 밝게 봤다.

일반적으로 몸이 쑤실 때 붙이는 제품은 모두 파스라고 부른다. 플라스타(plasta)란 영어를 일본에서 발음하기 쉽게 줄인 말이다. 플라스타는 단기간에 약물을 인체에 침투시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약물 침투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반면 패치는 플라스타를 업그레이드(성능 개선)한 제품으로, 치료약물이 일정 시간 동안 꾸준히 같은 양으로 침투되는 제품을 뜻한다. 귀 아래에 붙이는 멀미 패치나 금연보조제 니코틴 패치가 그렇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파스와 패치를 구분하지 못했다. 어려운 개념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필요했다. 바로 광고를 ‘무릎’으로 집중하는 전략이었다.

마케팅본부장 이인석 상무는 “경쟁사들이 ‘관절염 치료제’라고 포괄적인 효능을 광고할 때 우리는 ‘무릎엔 역(力)시 트라스트’라는 직설적인 광고로 치고 나갔다”고 밝혔다. 관절염이 가장 먼저 발생하고 심각한 부위가 무릎이었기 때문이다. 시장의 절반 이상도 무릎 관절염 치료제. 광고가 거듭될수록 점점 소비자 인지도가 높아졌다.

◆상처엔 빨간약, 관절염엔 노란약

두 번째 성공 요인은 ‘노란색 캠페인’이었다. 당시 트라스트의 판매를 책임지던 송화용 부장은 “차별화가 쉽지 않아 고심할 때 경쟁 제품들의 약물이 무색(無色)이지만 트라스트에 사용된 소염진통 약물은 노란색이라는 점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 광고 사상 최초의 ‘컬러 마케팅(Color Marketing)’은 이렇게 시작됐다. 노란 신호등, 상가 건물의 노란 애드벌룬, 비 오는 날 노란 우산은 물론, 축구경기장의 엘로(yellow) 카드와 한가위 보름달까지 노란색을 연상시키는 모든 광고 소재를 총동원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에게 ‘빨간약은 머큐로크롬, 노란약은 트라스트’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약국에서는 제품명 대신 “노란약 주세요”라고 하는 소비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결국 제품 발매 6년 만인 2001년 브랜드 인지도 1위에 이어 시장 점유율에서도 1위를 차지하게 됐다.

◆중국에선 고급화 전략 추진

트라스트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그러나 회사는 2000년 의약분업 후 병원 마케팅에 주력했다. 병원에서 트라스트 처방을 받은 환자는 제품에 대한 믿음이 강해져 약국에서도 자발적으로 트라스트를 구매하게 됐다. 의약분업 실시 이후인 2001년 트라스트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7% 증가했으며 지금까지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병원에 집중하는 전략은 중국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트라스트는 2005년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중국에서는 국내와 달리 반드시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트라스트를 살 수 있다. 중국 고소득층은 종합병원에서 의사가 처방한 약을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한 고급화 전략이다. 트라스트는 2005년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을 시작으로 올 8월에는 상하이(上海)와 저장(浙江)성에도 진출했으며, 2009년까지는 중국 대부분 지역으로 판매망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