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 주식투자 시대.."이런 포트폴리오 어때요?` - 조선닷컴 대표 경제섹션 비즈니스앤

오는 10월부터 사립대학도 주식투자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림에 따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의 대학기금 유치를 위한 물밑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증권이 대학기금을 위한 자산배분 전략 보고서를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6일 삼성증권은 "국내 사립대학 재정의 등록금의존도는 70% 이상으로 매우 열악하며 대학 발전을 위한 재정확충이 시급한 상태"라며 "수익용 기본재산을 비롯한 투자가능자산의 재정기여도 제고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학재단 및 유관단체에서는 원천적으로 사립대학이 주식투자를 할 수 없게 되어있는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을 개정해 운용대상의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교육인적자원부에 건의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부터는 관련규정이 개정돼 대학 적립금의 주식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최근 들어 일부 사립대학의 경우 투자전문가를 자금운용위원으로 위촉하고, 목표투자수익률을 상향 조정하는 등 주식투자 허용에 대비해 이전보다 공격적인 자금운용에 대한 준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보고서에서 대학기금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목표수익률을 설정해야 한다며, 보수적인 대학을 위해 기대수익률 7~9% 수준의 자산배분안과 추천상품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사립대학(전문대 포함)의 운영수입구조는 등록금 의존률이 70%에 달하며, 투자자산으로 얻은 수입이 총운영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6%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미국 대학 중 기금운용규모 상위 3개 대학인 하버드, 예일, 스탠포드 대학에서 학생납입금이 운영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21%로 국내대학 대비 현저히 낮다. 대신 기부금·적립금 운용에 의한 투자수입금, 정부와 민간으로부터의 연구사업수입, 병원이나 수익사업 수입 등이 등록금 수입을 대체하고 있다.

김유성 삼성증권 자산배분전략파트 연구위원은 "국내 사립대학(전문대 포함)의 운영지출구조를 살펴보면 인건비 지출 비중이 50% 내외로 외국대학의 지출비중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교비 지출구조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2006년 현재 사립대학의 수익용 기본재산은 약 5조1000억원으로 수익사업체(44%), 토지(33%), 신탁예금(15%), 유가증권(8%)의 순으로 구성돼 있다. 수익성이 낮은 토지의 비율이 높으며, 유가증권과 신탁예금은 비중이 낮을 뿐 아니라 운용수익률도 정기예금 수익률 수준인 4%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

이에 비해 하버드 대학기금과 예일 대학기금은 국내외 주식에 40% 이상을 투자하고 있으며, 자산군별 국내외 장기 분산투자를 하고 있다. 하바드대학은 지난 74년 HMC(Harvard Management Company)를 설립해 기금운용을 하고 있고, 예일대학은 75년 이후 예일코퍼레이션투자위원회에서 펀드 위탁관리 형태로 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이들 대학은 국내 투자비중을 줄이고 해외투자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헷지를 위한 실물자산의 비중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국내 대학기금의 경우도 수익률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자산과 상품의 다양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대학기금의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가장 보수적인 1안의 경우 주식 비중은 약 14%, 2안은 20% 수준이며, 다소 적극적인 3안의 경우도 주식비중은 40% 이하로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 12년간 연평균 16~18% 수준의 수익률을 꾸준하게 올린 하버드나 예일대 등에서 주식 비중을 45%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주식비중 40% 수준의 투자안은 장기 투자자에게는 공격적 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중립적인 포트폴리오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여러 자산군과 유형의 상품을 대상으로 대학의 자금규모나 현금흐름에 맞추어 다양한 형태의 구조화 상품이나 맞춤형 상품을 설계해 내는 것이 추가 수익률 확보를 좌우할 것"이라며 "대학 자체적으로 이런 투자가 가능하도록 운용규정과 조직을 갖추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