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ISO 표준으로 추진하고 있는 ‘오피스오픈XML(OOXML, ISO/IEC DIS 29500)’이 ISO 첫 번째 투표에서 부결됐다. P 투표국 2/3 이상, P 투표국을 포함한 전체 투표국 중 1/4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두 가지 승인 조건 모두 얻지 못한 것이다.

ISO는 4일(현지시각) 해외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OOXML을 반영하고 있는 ‘ISO/IEC DIS 29500’ 가안 표결이 승인을 위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5개월 동안 10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국가대표별 투표가 지난 2일 완료된 것이다. 이 중 ‘JTC 1 위원회’를 직접 구성하고 있는 P 투표국은 41개국이다.

이날 투표는 P 투표국의 53%가 찬성표를 던져 2/3가 찬성해야 하는 기준에 크게 못 미쳤다. 또 전체 투표국의 26%가 반대표를 던져 ‘1/4이 반대해서는 안된다’는 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우리 정부도 이번 표결에서 반대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플랫폼 의존성 ▲기존 표준과 상충 ▲MS고유 사항 포함 ▲ 사용자 혼란 가중 등을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내년 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ISO 행사에서 관련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는 가능한 변경안을 다각도로 고려해 합의를 모색할 예정이다. 제시된 변경안이 표심을 움직일 수 있으면 OOXML은 다시 표준화 절차가 진행될 수(may proceed to publication) 있다. 그렇지 않으면 OOXML 제안은 완전히 폐기된다.

◆국내서도 MS vs 反MS 세대결 ‘후끈’

국내에서도 이번 투표와 관련해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MS와 반MS 진영의 세대결이 매우 뜨거웠다.

지난달 30일 오픈 도큐먼트 포맷(Open Document Format)을 지지하는 국내 일부 개발자 수백여 명이 “더 이상 MS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며 공개적으로 서명 운동(http://channy.creation.net/antiooxml)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서명운동을 진행한 관계자는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IBM, 구글, 리눅스 재단 등 이미 많은 오픈 소스 진영 및 오픈 도큐먼트 진영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MS가 제출한 표준안은 기존 표준안과 중복 및 대치됨은 물론이고, 다량의 상용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표준안이 되더라도 노벨이나 애플처럼 MS와 특허 계약을 한 업체들만 수혜를 받게 되고, 사실상 특정 기업을 위한 표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사태가 이쯤 되자 한국MS도 여론을 확보하기 위해 언론에 보도자료를 별도로 배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MS는 지난달 31일 오후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시장조사기관 IDC 조사 결과 오픈 XML이 가장 채택률이 높은 문서표준으로 나타났다”며 “67개국 2000개 이상 회사들이 오픈 XML 표준 승인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MS는 “미국과 독일 등이 이미 ISO 복수 표준에 찬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S는 “전 세계 컴퓨팅 인구가 MS의 오피스 제품을 이용하고 있는 환경에서, 오픈XML이 국제 표준이 될 경우 국내 응용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개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제품에 대한 기술도 국제적으로 인증 받기 용이해진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