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인천광역시 동구 송현동에 위치한 현대제철 공장. 44만평에 이르는 이 대규모 전기로 공장에는 요즘 취업을 앞둔 동양·인하공전 학생 140명의 현장 실습이 한창이었다. 제강(製鋼)공장 안에서는 10여 명의 학생들이 현장 직원들의 지휘 아래 전기용접기로 네모난 쇳조각을 잘라냈다 붙였다 하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철강 공장에서 용접은 갖춰야 할 기본기 중의 하나. 간단한 기계 보수는 스스로 용접기를 들고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섭씨 30도를 넘어가는 무더위였지만 학생들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긴소매 작업복에 안전모를 쓰고, 발에는 1?짜리 쇳덩이가 떨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발등 부분을 강철로 두른 군화 모양의 안전화를 신고 있었다. 이 차림으로 하루종일 공장 곳곳을 돌다 보면 파김치가 되기 일쑤라고 했다.

전기로·제강·압연 등 각 철강 공정별 공장 실습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었다. 제어계측장비 운용 요령 습득, 주요 장비에 대한 분해·결합 훈련, IT(정보기술) 강의에 이르기까지 교육 과정은 다양했다. 손에 든 수첩에는 그동안 배운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옥성진(26·인하공전 기계과 2학년)씨는 “공장이 3D 현장이라고들 하지만, 남들 눈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합격된다면 최고의 철강 장인(匠人)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6일부터 28일까지 계속되는 현장실습은 이날로 9일째. 무더위 속에 지친 표정이 역력했지만 눈빛은 쇳물만큼이나 형형했다. 곽호성 인재개발팀 과장은 “아침에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 지하철을 타고 온 학생들을 동인천역에서 셔틀버스에 태워 출근시키는데, 9일 동안 결석은 물론, 지각 한 번 없었다”며 “나약한 20대라는 선입견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대단한 열의”라고 말했다.

이번 현장 실습에 참가한 학생 중 실제 고용되는 인력은 전체의 반. 2대1의 경쟁률이다. 선발된 학생들은 2009년 가동에 들어가는 충남 당진 일관제철소에 첫 생산직 요원으로 투입된다. 올 하반기 채용 이후 현대제철 인천·포항·당진공장 등에서 경험을 쌓은 뒤 가동에 들어가는 일관제철소에 합류한다는 일정이다.

현대제철은 제철소 초기 생산직원 확보를 위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충남 당진에 있는 신성대학, 인천의 인하공전, 서울의 동양공전 등 3개 전문대학과 산학협력을 체결했다. 각 학교의 전기·금속·기계공학과 등에 현대제철이 주문하는 커리큘럼의 교과 과정을 개설해 이론 교육을 이수하게 하면, 그중 50%를 채용하기로 한 것. 현대제철은 대신 세 학교에 연간 2억4000만원의 장학금과 커리큘럼 운영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신설 학교인 신성대학은 아예 제철산업과라는 전문학과도 개설했다. 현대제철은 이를 통해 오는 2010년까지 400~500명의 생산직 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산학협력 과정은 취업난 탓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각 학교에서는 정원의 2배 정도 되는 신청자가 몰려 성적순으로 합격자를 선발해야 할 정도. 지난해 졸업반이었지만, 이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일부러 학점을 포기하고 졸업을 한 해 늦춘 학생도 있었다.

박장우(25·동양공전 기계과 2학년)씨는 “전기로에 들어간 철스크랩(고철)이 불과 산소의 세례 속에 쇳물로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도 웅장했다”며 “꼭 취업에 성공해 신제철기술 개발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인하공전 김종일 교수(금속재료)는 “국내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돼 기술 인력의 취업기회가 더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