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2년 5월 4일 촬영한 석유왕 존 록펠러(왼쪽)와 아들 존 록펠러 주니어의 모습

The House the Rockefellers Built
A Tale of Money, Taste, and Power in Twentieth-Century America Robert F. Dalzell and Lee Baldwin Dalzell, 2007

1902년 말 존 록펠러 주니어(John D. Rockefeller Jr.)의 머릿속에는 대저택의 청사진과 아이다 타벨(Ida Tarbell)이라는 냉혹한 탐사보도 기자의 모습이 교차하고 있었다.

당시 월간지 맥클루어스(McClure’s) 기자였던 타벨은 석유왕 록펠러가 설립한 스탠더드 오일(Standard Oil Co.)의 독점과 그 폐해를 파헤치는 기사를 연재하며 록펠러 가문을 끊임없이 공격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록펠러의 취향도 문제였다. 타벨은 록펠러를 ‘백치 구두쇠’로, 그의 여름 별장을 ‘추한 싸구려의 금자탑’으로 묘사했다.

록펠러 주니어의 해결책은 새로운 대저택을 만드는 것이었다. 오늘날 뉴욕시의 북쪽에 접해 있는 웨스트체스터(Westchester) 카운티의 관광명소 키쿠이트(Kykuit·네덜란드어에서 온 ‘망루’라는 뜻)가 바로 그것이다.

허드슨 강가의 높은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이 저택의 40개 방은 피카소(Picasso), 헨리 무어(Henry Moore)등 20세기 거장들의 그림과 조각으로 가득 차 있다. 건물 사방에는 아름다운 정원과 테라스가 펼쳐져 있다. 이 대저택이 탄생하기까지의 사연이 길다. 록펠러와 아들 록펠러 주니어, 그리고 그 후손들은 건물의 기둥과 인테리어, 지붕과 전망 등 잡다한 설계를 둘러싸고 서로 옥신각신 한 편의 유쾌한 드라마를 만들었다. 이 책의 처음 절반은 그 건축 과정을 상세하게 묘사한다.

록펠러 주니어는 키쿠이트에 대해 커다란 야심을 갖고 있었다. 반면 아버지 록펠러는 가족들을 위한 소박한 보금자리를 원할 뿐이었다. 그는 커다란 채석을 이용해 실용적인 T자형 건물을 짓는다는 확고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 시대로 따지자면 50년 정도는 유행이 지난 양식이었고, 품위나 아름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록펠러는 아들에게 어떤 요리기구를 사고 어디에 난방장치를 설치해야 하는지 따위의 잡일을 시켰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이게 화근이 되었다.

세계 제일 가는 석유왕의 아들은 임무가 권력과 동등한 의미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록펠러 주니어는 아버지가 세운 계획을 뒤엎고 의도적이고 체계적인 방해공작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겼다.

들라노와 알드리히 등 당대의 가장 참신한 건축가들에게 의뢰해, 미적 비례를 고려해 각 층의 방과 창문, 출입문 등을 다시 설계하도록 시켰다. 건축 계획을 변경해 4층을 새로 얹었고, 뾰족한 형태의 지붕도 보다 둥근 형태로 바꿔버렸다. 좁았던 다락 침실이 넓어졌고, 틀림없이 연기를 내뿜었을 굴뚝도 재배치했다.

이 와중에 건축을 방해하는 예기치 못한 위협들이 쏟아져 나왔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이 거부의 대저택은 공사 중에 이미 무장 강도를 당했고,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비밀 범죄조직 블랙 핸드(Black Hand)의 습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공사는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들쑥날쑥했던 건물 외벽은 깨끗한 석회암으로 덮였고, 건물은 구리가 둘러쳐진 지붕을 향해 한껏 솟아 올랐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평범한 책이 되었을 것이다. 작가들은 책의 나머지 절반을 통해 대저택에서 벌어지는 가문의 무용담과 뒷얘기들을 펼쳐놓는다. 부통령과 뉴욕 주지사를 지낸 3대(代) 넬슨 록펠러(Nelson Rockefeller)와 그 자손으로 끝맺음한 록펠러 가문의 마지막 키쿠이트 거주 생활, 버지니아주 동쪽에 위치한 식민지 시대 민속촌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Colonial Williamsburg) 재건에 참여한 록펠러 주니어 부부의 사연 등 록펠러 가문의 대하소설이다. 어마어마한 부를 가진 석유왕 록펠러가 하녀와 화로지기, 석공들의 급료를 깎기 위해 벌이는 ‘전쟁’도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이 책은 설득력 있는 증거들로 대저택의 구석구석을 훑는다. 가만히 책장을 넘겨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에 헌납된 록펠러 가문의 금자탑에서 옥신각신하는 100년 전 석유왕 부자의 다툼을 들여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