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에 물방울 구르듯…
직물 표면을 굴곡 처리해 얼룩 안남아… 나노 의류도 개발

세탁기를 거부하는 옷들이 있다. 섬유 구조를 변화시켜 스스로 물과 오물을 털어내는 첨단 의류들이다.

영국의 알렉시움(Alexium)사는 연초 “세탁할 필요 없이 한번에 수주일 동안 입을 수 있는 스포츠 의류를 올해 중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미 공군으로부터 관련 기술을 이전받았다고 한다.

기술의 핵심은 섬유 가닥에 붙어 있는 나노입자.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의 작은 입자를 전자파를 이용해 섬유에 달라붙게 한다. 이 나노입자에는 물과 기름을 밀어내고 박테리아를 살균하는 화학물질이 결합돼 있다.

미 공군은 이 기술 개발에 지난 5년간 1400만 파운드(약 260억원)를 투입했다. 당초 군복을 생물학전 보호복으로 바꾸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었다. 미 공군의 제프 오웬스(Owens) 박사는 “군인들에게 이 기술로 가공한 티셔츠와 속옷을 입혀 수주일 동안 시험한 결과, 세균 없이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연의 지혜를 모방한 자기정화형 의류도 있다. 연꽃은 더러운 진흙에서 살지만 잎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다. 1997년 독일 본대학의 식물학자 빌헬름 바르트로(Barthlott) 교수는 연잎에 나있는 미세한 돌기층 때문에 물방울이 스며들지 못하고 그냥 굴러 떨어지며, 이 과정에서 표면의 먼지까지 말끔하게 씻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른바 ‘연잎 효과(Lotus effect)’다. 

스위스 쉘러(Schoeller)사는 연잎 효과를 모방해 직물의 표면을 아주 미세한 굴곡 구조로 바꾼 ‘나노스피어(NanoSphere)’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생활방수는 물론이며, 음료수나 케첩이 흘러도 얼룩이 남기 전에 표면을 따라 그냥 미끄러진다. 어쩌다 오염물질이 묻어도 세제 없이 물만 뿌리면 간단히 씻겨 내려간다. 여러 스포츠 의류업체가 이 기술로 만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나노텍스(Nano-Tex)사도 섬유 표면에 길이가 10나노미터인 나노수염(nano whisker)을 만들었다. 물이나 오염물이 섬유 표면에 떨어지면 나노수염이 액체 방울을 강하게 떠받쳐 바로 굴러 떨어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