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직업이 궁금하다]
증권사 신입사원 대부분 영업맨 거쳐
억대 연봉은 일부, 능력별로 천차만별

증권맨의 세계

증권맨들이 상종가다. 최근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투자은행·프라이빗뱅킹 등 증권업계가 체질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증권맨 몸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자본시장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시장. 하루하루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증권맨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증권영업의 중추 ‘주식브로커’

코리아증권의 나대박 대리는 증권 영업맨이다. 그는 새벽 6시에 전날 미국서 나온 각종 경제지표를 확인하고 미국증시 결과를 살펴본다. 7시쯤 조간신문을 펼쳐보고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보내준 시황전망, 관심 종목 리포트를 꼼꼼히 체크한다. 9시 주식시장이 열리기 30분 전쯤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오늘 매매전략을 설명한다. 오후 3시 주식시장이 거래를 마치면 하루 매매 내역을 뽑아 고객에게 통보하고 오후 4시 쯤에는 고객을 만나러 나간다. 업계에서는 ‘ODS(Out Door Sale)나간다’고 한다. 귀가시간은 보통 자정 쯤.

증권중개인의 하루 일과다. 증권중개인은 보통 영업맨 또는 브로커로 불린다. 이들은 주식투자를 하는 개인 고객에게 투자 방법과 종목 등을 조언해주고 거래를 성사시킨다.

증권사 신입사원 대부분 영업맨을 거친다. 이들의 연봉은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보통 기본 연봉과 영업성과에 따라 지급받는 보너스로 구성돼 있다. 최근 대우증권 영업왕이 분기(3개월) 보너스만 3억4000만원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입사하면 서울이나 지방 지점에 배치돼 현장에서 주식 교육을 받고 본격적으로 영업활동에 투입된다. 고객이나 투자금을 많이 유치할 수록 유능한 영업맨이 된다.

브로커는 매매 상품에 따라 주식브로커, 채권브로커, 파생상품브로커로 구분되고, 고객에 따라 법인브로커, 해외브로커도 있다. 법인브로커는 은행·보험·투신·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주식거래를 성사시키는 증권중개인이다. 보통 증권사 법인영업부에 소속된다. 이들은 애널리스트들이 작성한 보고서와 기업정보를 매일매일 기관 투자가들에게 제공한다.

또 채권브로커는 수수료를 얻기 위해 채권을 취급하는 브로커이며 파생상품브로커는 선물·옵션·환율·금리 등 고객이 원하는 파생상품을 만들어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매매 상대방을 찾아 계약을 성사시키는 역할을 한다.

주가는 내 손안에 있소이다 ‘애널리스트’

애널리스트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금융권 취업 선호 1순위 직업으로 꼽힐 만큼 인기가 높다. 애널리스트는 하는 일에 따라 경제전반에 걸친 분석과 전망을 내놓는 이코노미스트(economist), 증시의 등락을 전망하고 투자전략을 세우는 스트레터지스트(strategist), 산업·업종과 개별기업의 재무상황과 주가를 분석하는 기업 애널리스트로 구분된다. 또 차트를 분석하는 차티스트(chartist), 정량분석을 하는 퀀티스트(quantist) 등도 모두 넓은 의미에서 애널리스트다.

애널리스트는 재무관리·투자론·재무제표 분석·통계·회계·경제학 등 여러 분야의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증권사별로 채용 방법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공채보다는 주로 특채를 통해 뽑는다.

새내기 애널리스트는 입사 후 어시스턴트(RA) 역할을 한다. 보통 3년 정도 선배 애널리스트로부터 업무를 배우고 특정 업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게 되면 자신의 이름으로 투자보고서를 낸다. 이때부터가 진정한 애널리스트다.

겉으로 화려해 보이지만 모든 애널리스트가 억대 연봉을 받는 건 아니다. 주식시장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애널리스트 역시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속한 증권사 영업성과를 높이기 위한 보조역할을 한다. 얼마나 주가전망을 잘하느냐에 따라 회사 영업성과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기업탐방, 리포터 작성,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한 투자설명회 등 연봉이 많은 만큼 업무 강도도 쎈 편이다.



고객자산은 내가 책임진다 ‘프라이빗뱅커(PB)’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상품이 인기를 끌고 포트폴리오(자산배분)에 대한 투자자 인식이 높아지면서 고객 전체 자산을 관리하는 PB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증권사들이 기존 주식 매매 수수료 수익에서 탈피해 사업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PB는 주식중개 영업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고객 재산의 평생 관리자로서 역할을 한다. 증권사에 따라 별도의 PB를 두는 경우도 있고, 주식브로커가 PB업무를 함께 하는 경우도 있다.

‘전직원의 PB화’를 선언한 삼성증권은 네 단계의 PB를 두고 있다. 신입사원은 전국 지점에 배치돼 2년간 현장실습을 거친 뒤 주니어PB가 된다. 주니어PB는 평균 200명 고객을 관리하고 100억원 정도 자산을 관리한다. 이후 프레스티지PB와 시니어PB 단계를 거친 뒤 최종 마스터PB가 된다. 마스터PB는 관리자산이 평균 1000억원이 넘고, 2억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 또 유명한 PB들은 수억원의 연봉과 스카웃될 때 상당한 금액의 사이닝보너스(이적료)까지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피말리는 경쟁 ‘인베스트먼트 뱅커(IB)’

IB뱅커는 투자은행 업무를 맡는 사람들이다. 기업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한다고 보면 되지만 업무영역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인수·합병(M&A)을 자문하거나 기업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기업공개(IPO)를 주관한다. 또 회사채·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기업구조조정과 외자유치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또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으로 국내외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에 투자하는 PI업무나 스트럭쳐 파이낸싱(구조화증권) 등도 IB업무에 속한다. 최근 증권사들이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국제금융 부문 역시 넓은 의미의 IB업무에 속한다.

최근에는 증권사가 투자은행으로 변신할 수 있는 토대가 된 자본시장통합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증권사들은 IB업무를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당연히 IB 전문인력도 크게 부족한 상태다.

증권사들은 최근 처음부터 업종을 나눠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 신입사원으로 IB부문에 지원해 부서에 배치되게 되면 3년 정도 전반적인 업무를 익히게 된다. IB는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계약직이 많은 편이다. 회계·세무·법학 등 특정 분야의 전문 자격증을 갖고 있다면 우대받는다.

이밖에 딜러는 증권사 자금으로 주식을 매매하는 전문가다. 보통 지점에서 영업을 잘하던 직원이 발탁되는 경우가 많다. 딜러 역시 수익에 따라 보너스를 많이 받는다. K증권사 고참 딜러는 1년 보너스로 20억원을 받아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