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내수주 타격… 건설주는 수혜
하반기 원약세땐 현대차 등 수출주 각광
금리상승은 의외로 증시에 큰 영향 못줘

‘1600→1700→1800’

요즘 시장은 온통 주가지수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주가지수는 1700선을 넘은 지 딱 11일(매매일 기준) 만에 100포인트가 올랐다. 외국인들이 하루에 4000억 원 가까이 주식을 팔아도, 개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받아간다. 15주 연속 주가상승이라는 긴 축제는 끝날 기미가 없다.

그러나 ‘창문으로는 전 세계를 바라보지 못한다’는 격언처럼 주가지수라는 창(窓) 이외에도 다른 창을 통해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 주가의 영원한 라이벌인 ‘금리, 환율, 유가’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이들에 움직임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고유가 수혜주를 찾아라”=단기적으로 주가를 가장 출렁거리게 만들 요인은 유가다. 18일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배럴당 69.09달러로 지난해 9월18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8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지난 8월 이후 최고치인 72.12달러로 마감했다.

유가급등은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석유노조가 파업에 들어가고, 미국 시장이 휘발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여름성수기로 접어들면서 시작됐다. CJ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고유가는 소비를 위축시켜 안그래도 부진한 IT업종의 회복을 더디게 하고, 살아나고 있는 내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로 덕을 보는 업종도 있다. 대표적으로 중동의 넘치는 오일 머니를 벌어올 수 있는 건설업종이다. 우리투자증권 최나영 연구원은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 대형사들이 해외 건설에서 여전히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종도 별 타격이 없다. 미래에셋증권 황상연 연구원은 “중국·인도 등의 수요가 많아 유가가 오르는 만큼 가격도 올라간다”며 “SK와 LG화학은 유가상승에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화 강세 완화, “수출업종을 노려라”= 달러화 대비 원화의 환율은 지난 4월 이후 1달러당 930원 안팎에서 안정을 찾고 있다. 한국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올 들어 경상수지는 적자행진을 거듭하고 있어, 하반기 원화 약세 가능성이 크다”며 “현대차, LG전자, 삼성전자 등의 수출주들이 각광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엔화 대비 원화환율이다. 19일 외환시장에서 엔화 대비 원화환율은 한때 100엔당 749원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약 10년 만에 최저치다. 달러 대비 원화 약세가 지속돼도 엔화가 원화보다 더 떨어지면 일본과 주로 경쟁하는 수출업체에는 소용이 없다. 신영증권 주이환 연구원은 “일본 경기가 살아나고 있어 3분기 중으로 엔화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며 “여전히 수출업종이 유망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 생각보다 별 영향 없네= ‘금리상승→주가조정’은 투자의 공식이었다. 금리가 높아지면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 안전한 은행으로 옮기기 때문이다. 주가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주식시장에 돈이 빠져나가면서 증권주는 떨어지고, 금리가 오르니 은행주가 주로 올랐다. 또 상대적으로 빚이 많은 건설업종은 하락했다.

그런데 이 공식이 최근 힘을 잃었다. 우리나라의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5.2%대까지 치솟아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주가는 연일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CJ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세계 경제의 성장으로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급격한 금리 변동이 없는 한 중소형 상장사들 중에서 부채비율이 높은 몇몇 회사들을 제외하고는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증권 김학균 연구원도 “오히려 중국 금리인상으로 중국 관련주인 두산인프라코어나 포스코의 약세 가능성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중국의 경제성장세가 꺾이지 않아 주가는 곧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