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ategy Paradox
저자 Michael E. Raynor, 2007

기업의 최대 승부는 전략에서 시작돼 전략으로 끝난다. 최고의 기술력과 자본을 가진 훌륭한 기업도 전략이 잘못되면 성공하기 어렵다. 당연히 기업들은 최고·최상의 경쟁력 있는 전략을 찾고 만들어 내기 위해서 혈안이다. 기업의 미래 운명을 결정짓고, 동시에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분수령이 되는 전략. 그렇다면 성공한 전략과 실패한 전략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이팟(iPod)으로 재기에 성공한 기업 애플과 엔터테인먼트산업의 구조를 바꾸려고 시도하다가 엄청난 부채를 안고 실패한 기업 비방디(Vivendi)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당시에는 두 기업의 전략이 모두 우수했고 논리적인 가정도 좋고 전략 실행도 우수했다. 하지만 애플이 디지털 음악의 시류에 편승해서 운이 좋았던 반면, 비방디는 너무 일찍 인터넷에 승부를 걸어서 실패의 길로 들어섰다.

▲ 일러스트=정인성기자 1008is@chosun.com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이론의 주창자인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와 공동으로 ‘성장과 혁신(Innovator’s Solution)’이란 책을 써서 주목을 받았던 마이클 레이노가 제목만큼이나 특이한 ‘전략 패러독스(Strategy Paradox)’를 신간으로 내놓았다. 그의 요점은 아주 간단하다. 실패한 기업이라고 해서 그 기업의 전략까지 엉터리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전략의 성공 가능성이 클수록 그 전략의 실패 가능성도 동시에 커진다는 충격적인 역(逆) 발상을 던진다. 경영자 입장에선 정말 섬뜩한 역설이다.

저자가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는 뭘까? 레이노는 “성공한 최고 기업들이 근근이 생존하는 기업보다는 쫄딱 망한 회사와 더 닮았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성공은 필수적으로 실패를 전제로 한다는 새로운 패러독스다. 최고로 잘 만든 계획이 가장 높은 실패 가능성을 내포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는 소니(SONY)다. 성공의 상징이었던 소니는 지속적인 무능으로 전략적 실패를 겪게 된다. 전략적 분석과 실행에 있어서 소니는 분명 모범적인 회사였다. 소니는 나쁜 전략이 아닌, 오히려 위대한 전략으로 인해 실패한다. 예컨대 소니의 베타 테이프와 미니디스크는 시장 지배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동시에 시장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완전한 실패의 가능성도 내포했던 것이다.

마이클 포터 교수의 경쟁전략에 따르면 기업은 원가우위 전략이든 제품 차별화든 간에 두 극단 전략 중 하나를 택하도록 강요 받는다. 그는 어중간한 상태의 중간적인 성격의 혼합 전략은 결코 의미가 없으며 혼합 전략은 양쪽의 극단 전략을 택하는 기업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료를 분석해 보면 전략 공간의 양쪽의 극단적 전략을 추구하는 회사가 수익성이 높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전략은 경쟁자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시장 위치를 구축할 때 가장 성공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전략 공간에서 극단적인 위치를 유지하는 것은 높은 수익성을 의미하는 동시에 전략적 위험과 실패도 동시에 만들어 낼 수 있다. 저자는 이를 ‘전략의 불확실성’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은? 바로 ‘적응력(adaptability)’이다. 즉 변화하는 시장의 요구에 맞춰 전략을 시의적절하게 수정하는 것이다. 전략의 장점 여부를 떠나 조직 변화의 속도를 환경 변화에 맞추어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전략 기획 단계에서부터 탄탄한 예측력이 있어야 한다.

전략적 불확실성은 전술이나 재무적 불확실성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장기적 계획을 수립할수록 이 불확실성은 더 커진다. 전략의 불확실성은 구조적 문제이며 필연적 결과이기 때문이다. 직위가 높을수록 이 불확실성을 경영하는 데 더욱 중점을 둬야 한다. 능력 있는 이사회의 역할도 전략적 불확실성에 기업이 어느 정도 노출됐는지를 판단하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따라서 기업 전체를 총괄하는 고위 경영진들은 적절하게 전략적 위험을 헤징(hedging)하는 메커니즘을 개발하고, 하위 사업부 담당 경영진은 구체적 전략을 실행하는 식으로 합리적인 역할 분담이 조직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목표 지점이 명백한 ‘단일전략’을 통해 전략적 불확실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반면 비방디는 전략의 기반이 되는 가정들을 잘못 수립해 기업을 파산 수준으로 몰아갔다. 비방디의 최고경영자였던 장 마리 메시어는 영웅심리로 가득 차 있었다.

전략적 불확실성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해 저자는 네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 변화의 요인을 파악하고 예측 가능한 미래의 범위를 정하라 ▲ 각각의 미래 시나리오에 적합한 전략을 개발하라 ▲ 시나리오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들을 철저히 준비하라 ▲ 어떠한 전략이 가장 적절한지를 결정하고 확실한 옵션을 선택하라.

이때 주의할 점은 최대한 다양한 시나리오와 옵션을 준비하는 것이다. 가장 유연한 전략은 항상 ‘시나리오’와 ‘옵션’을 기반으로 한다. 특히 고위 경영층은 전략 기획 과정에서 시나리오를 적극 활용하고 ‘시간’을 전략 변화의 핵심 축으로 봐야 한다.

이 책은 제목인 전략 패러독스만큼이나 내용이 복잡하고 일목요연한 느낌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전략의 역설적인 측면을 새로운 관점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각의 해결책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