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가속따라 그린란드 대규모 解氷 일부
“범람한 북극 물이 유럽 얼릴수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 50년간 대표적으로 빗나간 미래예측 5가지 중의 하나로 지구 냉각화를 꼽았다.

일부 과학자들이 빙하기의 도래를 예언했으나 지구 온도가 떨어지기는커녕 온난화로 환경 재앙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역사 46억년 동안 여러 차례의 빙하기가 있었다. 22억년 전에 엄청난 규모의 빙하기가 있었으며 그로부터 10억년 정도 따뜻한 기후가 이어졌다. 그리고 8억~6억년 전에 첫 번째 빙하기보다 규모가 더 큰 빙하기가 찾아왔다. ‘극저온기’(Cryogenian)라 명명된 그 시기에 태양의 복사량은 오늘날보다 6% 적었으며, 이산화탄소 등 온실효과 기체의 양이 충분하지 못해 지구는 꽁꽁 얼어붙었다. 지구 전체가 두께 1km의 얼음으로 뒤덮이고, 기온은 섭씨 영하 50도로 떨어졌다. 이른바 ‘눈 덩어리 지구’(Snowball Earth)가 된 것이다.

지구가 눈 덩어리처럼 꽁꽁 얼어붙은 상태가 영속되었더라면 인류는 오늘날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구가 여러 차례 눈 덩어리 상태가 되었지만 그 때마다 다시 따뜻해질 수 있었던 까닭은 화산 폭발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가 완전히 얼어붙은 뒤 수천만 년이 지나서 화산이 폭발해 엄청난 양의 열과 함께 이산화탄소를 쏟아내면서 온실효과가 발생해 얼음이 녹고 대기가 따뜻해진 것으로 보인다.


빙하기가 출현한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이론이 나와 있다. 가장 지지를 많이 받는 것은 1930년 유고슬라비아의 수학자인 밀루틴 밀란코비치가 발표한 빙하기 주기설이다. 그는 30년 동안 태양을 도는 지구의 공전 궤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방정식을 연구한 끝에, 일정 시기에 지표면에 닿는 태양에너지가 크게 감소하기 때문에 빙하기가 주기적으로 도래한다고 주장했다. 과학자들은 밀란코비치의 이론으로는 빙하기가 반복되는 이유의 80%정도 설명이 가능하다고 여긴다. 따라서 해마다 새로운 이론이 과학저널의 머리기사를 장식하고 있다. 빙하기의 발생과 전개에 관련된 수수께끼를 완전히 풀 수 없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적지 않다.

오늘날 지구의 10%는 빙하에 덮여있고 북극과 남극에는 만년설이 쌓여있다. 어느 의미에서는 우리가 빙하기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빙하기는 3500만 년 전에 시작되었으며 그 동안 10만 년에 한 번 꼴로 빙하기가 나타났다. 이러한 빙하기는 물론 ‘극저온기’때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것들이다. 마지막 빙하기는 1만 2000 년 전에 막을 내렸다. 요컨대 우리는 간빙기(間?期)에 살고 있다. 빙하기 사이에 존재하는 비교적 따뜻한 기간을 간빙기라 한다.

1979년 과학자들은 그린란드의 빙하에서 수천 년 동안 얼음 속에 갇혀있던 이산화탄소를 찾아냈다. 지구가 다시 따뜻해지기 시작한 1만 2000년 전의 이산화탄소 수치를 밝혀낸 것이다. 이 연구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기온을 냉각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화석연료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키고, 그 결과 빙하기가 다시 도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시되고 있다. 그들의 논리는 단순명료하다.

▲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지구가 더워지면서 가령 그린란드의 얼음이 대규모로 녹기 시작하면 북극의 찬 물이 북대서양으로 넘쳐흐른다. 찬 물은 대기를 냉각시켜 북서 유럽의 기온을 떨어뜨린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 그린란드의 얼음이 더욱 많이 녹아 북서 유럽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냉각시키게 된다. 지구 온난화가 빙하기의 도래를 지연 또는 차단시킬 것으로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어쨌든 기후과학자들은 다음 빙하기의 출현 시기를 놓고 열띤 논쟁 중이다. 과학은 서로 다른 이론들이 경쟁하면서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를 두고 ‘포린폴리시’가 잘못된 미래 예측이라고 꼬집는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빙하기 예측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