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 수량만 내놓는 ‘희소성 마케팅’ 번져
승용차·보석휴대전화에서 옷·신발까지…
무분별한 출시 땐 되레 소장가치 떨어져

기업들이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한정된 수량만 제작 판매하는 ‘한정판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더 이상 구입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지며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른바 ‘희소성 마케팅’이다. 최근엔 이 같은 한정판이 고가 브랜드뿐 아니라 의류 등 대중 제품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이달 초부터 ‘SM5LE 블랙’을 8000대 한정 판매하고 있다. 가죽시트와 일부 외형을 기존 제품과 다르게 했으며, 현재 3200대가 계약됐다. 노키아는 지난해 보석이 박힌 휴대전화 ‘애스턴 마틴’을 선보였다. 가격이 무려 2000만~8000만원이었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모토로라는 최근 영국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을 모델로, 세계에서 1대뿐인 ‘모토레이저 바이 데이비드 베컴’을 내놓기도 했다. LG텔레콤도 얼마 전 ‘캔유 DMB폰’ 출시를 앞두고, 유명 화가와 만화가의 작품이 그려진 ‘캔유 캔버스’를 400대 한정 판매했다.

저가 전자제품과 의류, 신발 등 대중적으로 소비하는 제품에서도 한정판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리바이스는 1880년대 나온 청바지를 재현한 제품 등 시대별 청바지 스타일을 재현한 제품을 품목별로 전 세계에 1000여 장 한정판매하고 있다. 국내에는 ‘리바이 스트라우스 시그니쳐 한정판’ 3종 300여 벌이 팔리고 있다. 가격은 9만8000원으로 기존 제품과 큰 차이가 없었다.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는 ‘스니커즈 574 헝그리 드래곤’이라는 운동화를 아시아지역에서만 574켤레 한정 판매했다. 각 제품마다 고유의 인증번호를 붙여 희소성을 높였다.

삼성전자는 얼마 전 밸런타인데이 시즌을 맞아 MP3플레이어 ‘옙 T9’을 500대 한정 판매해 인기를 끌었다. 한정판에는 겐조 향수 ‘플라워 바이 겐조 료코’를 끼워 팔아 젊은층의 관심을 끌었다.

광고회사 웰콤 부설 마케팅연구소 김동섭 연구원은 “한정 마케팅은 제품의 희소성 때문에 대량 생산된 제품보다 소비자의 구매욕을 더욱 자극한다”며 “기업으로선 단기간에 많은 제품을 팔 수 있어 최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한정 마케팅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별다른 차별점도 없이 제품에 ‘한정판’이라는 이름만 붙여 판매하거나, 정확한 한정 수량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동훈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한정 제품을 내놓으면서, 오히려 한정판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며 “소비자들은 소장가치가 있는지,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제품인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