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감지 신경세포가 없어
순간적으로 사물이 안보여

아이가 텔레비전 앞에 바짝 붙어 앉아 있다. 눈이 나빠진다고 그렇게 일러도 말을 듣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말 눈이 안 보이게 되는 마술(魔術)로 실감나게 경고해 보자.

뒷면이 깨끗한 명함이나 그만한 크기의 종이를 준비한다. 종이 위에 검정 사인펜으로 점과 가위표를 그리자. 점과 가위표 사이는 5㎝ 정도 거리를 둬야 한다. 이제 아이에게 팔을 쭉 뻗어 종이를 들게 한다. 이때 가위표가 오른쪽에 오게 한다.

먼저 오른쪽 눈을 감고 왼쪽 눈으로 가위표를 똑바로 바라보게 한다. 물론 옆에 있는 동그란 점도 보일 것이다. 계속 가위표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종이를 얼굴 쪽으로 옮기게 한다. 어느 순간 동그란 점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날 것이다. 반대로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으로 동그란 점을 바라보게 하자. 마찬가지로 종이를 천천히 얼굴 가까이로 옮기면 이번엔 가위표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날 것이다.

사물에서 반사된 빛은 각막을 통해 시신경들이 몰려 있는 망막에 도착한다. 시신경들은 빛 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한다. 그 결과 우리는 사물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망막 한가운데에는 시신경 다발들이 빠져나가는 곳이 있다. 이곳에는 빛을 감지할 신경세포가 없는 셈이어서 사물을 볼 수 없게 된다. 이곳을 맹점(盲點·blind spot)이라 부른다. 맹점은 반대편 눈을 가리고 정면을 볼 때에 오른쪽 눈은 시야의 3시와 6시 중간쯤에 있게 되고 왼쪽 눈은 6시와 9시 중간쯤에 있다. 실험에서 왼쪽 눈으로만 가위표를 볼 때 그 왼쪽에 있는 점이 일시 보이지 않는 것은 맹점이 그쪽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종이 끝에서 끝으로 점과 가위표를 지나게 직선을 그어보자. 이렇게 하고 앞의 실험을 하면 점이나 가위표가 사라질 때도 선은 그대로 이어진 상태로 보인다. 우리 뇌가 맹점 주변에 있는 영상을 중복시켜 자동으로 맹점을 채워 버리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맹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