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분류 오류..카드대금 10년치 못 받아

[앵커멘트]

신용카드 대금 관련 연속보도입니다.
대형 카드사들이 중소 가맹점의 카드 대금을 누락시킨 사고가 계속 드러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무려 10년동안 대금을 받지 못한 가맹점이 나왔습니다.
최보윤 기잡니다.

[리포트]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박모씨는 한 카드사로부터 무려 10년 동안 카드 대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못 받은 매출액은 940여만원 정도.
장장 10년동안 쌓인 것이기 때문에 박씨는 미입금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박씨가 미입금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불과 한 달 전.
카드사로부터 연락을 받고서야 오류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박철(가명) / 개인 병원 운영
“올 10월 정도에 카드 단말기를 바꾸면서 자동이체가 되기 시작했다. 그때 카드사에서 전화가 왔다. 단말기 바꾸고 2주 정도 지나서…. 그전에는 자동이체가 안됐었는데 지금 들어가고 있다고. 전에 안들어 간 부분을 확인 좀 해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왜 안됐느냐 따졌더니 카드사가 합병되면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카드사에 따졌다. 어떻게 10년 동안 전화 한 통 안하는지….”

보통 카드 가맹점 계약은 신용카드 결제 대행을 하는 밴 사업자가 7-8개 카드사와 일괄 계약을 맺는 식으로 이뤄집니다.
가맹점의 결제 대금은 ‘자동이체’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유독 문제의 카드사에만 박 씨의 병원이 ‘실물접수 가맹점’으로 등록된 것.
실물접수 가맹점으로 등록되면 가맹점주가 직접 전표를 은행 또는 카드사에 청구 해야만 대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통신판매 등을 하는 일부 업종에만 적용하는 이례적인 방식입니다.

[인터뷰] 박철(가명) / 개인 병원 운영
“원래 자동이체 신청을 하기로 다 약정이 되어 있었다. 자동이체를 자기들이(단말기 회사) 맡아서 대신 해 주는 형식으로 된 거 였는데 그게 어떻게 한 카드사가 누락된거다. 카드전표를 내가 은행에 가지고 가서 돈을 따로 청구해야 대금을 받는 식으로 됐던 거다.”

석달전 밴사에서 단말기를 교체하면서 박씨의 병원은 비로소 ‘실물접수’가 아닌 일반 접수 가맹점으로 다시 제대로 분류됐습니다.
이때부터 정상적으로 대금을 받으면서 그 이전의 장기 미매입 처리에 대한 오류를 발견하고, 시정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카드사는 박씨에게 장기 미매입 사실을 직접 통보하면서도 미지급금을 처리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매입 처리가 안된 것은 카드 고객으로부터 돈이 아예 빠져나가지 않았다는 것이므로 무조건 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 카드사의 입장이었습니다.

이후 카드사는 카드사의 처리 기준에 따라 최근 3개월분에 대해서는 강제매입 처리를 해줬고, 3개월에서 6개월 사이는 10만원 미만 건에 한해 전표를 가지고 오면 처리해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또, 10만원 이상건과 6개월 이전 건에 대해서는 카드를 사용한 모든 고객과 결제 여부를 일일이 대조해본 후 확인된 건에 한해서만 대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카드사는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복잡한 처리 과정과 더불어 벤사와 카드사의 책임 공방은 박씨를 더욱 지치게 했습니다.

[인터뷰] 박철(가명) / 개인 병원 운영
“자기들은(카드사) 카드 단말기 회사에 3개월에 한번씩 통보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단말기사에 전화를 했다. 카드사 통보 받고 왜 한번도 연락이 없었는지 따졌다. 단말기 회사는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하고.. 그래서 본사에도 전화를 했다. 지점에서 전화를 못 받았다는데 어떻게 된건지 물었더니 또 본사는 모든일을 지점으로 미루더라…”

한편, 책임을 떠넘기며 원리 원칙만을 내세우던 카드사는 취재가 시작된 직후 박씨에게 10년간의 미지급금 전액을 지급했습니다.
비즈니스앤 최보윤입니다.[boyun7448@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