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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발생한 실종자 사망 사건의 전말은 국민들에게 깊은 충격과 분노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수사기관이 마땅히 수행했어야 할 기본적인 수사 과정마저 무책임하게 은폐하고 조작해서 종결 처리했다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경찰 수사선상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별 경찰관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현 수사 시스템이 지닌 치명적 구멍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 /김종훈 보도국장
앞서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은 경찰의 부실 수사를 넘어 적극적으로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한 과정이 드러나면서 수사시스템의 부실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다. 검찰의 보완 수사 결과, 당시 광산서 강력팀장이 현장 수사관에게 케이블타이를 그대로 두도록 하고 해당 물건이 찍힌 채증 영상 일부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아울러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부친 장모 경감과 강력팀 간의 유착 의혹도 일부 드러났다.
결국 검찰은 지난 3일 광산서의 박모 강력팀장을 증거인멸 방조·교사와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팀원 1명도 불구속기소했다. 수사의 초점은 장윤기 은폐·조작 사건에 대한 일선 수사팀의 증거 처리 문제에서 당시 수사 지휘 라인 전체로 확대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수사의 초기 단계부터 오작동이 일어났을 때, 이를 바로잡을 ‘2차 검증 장치’마저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현재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이 그 중심에 있다. 수사권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추진되는 보완수사권 폐지는, 경찰 수사의 허점이나 부실, 나아가 의도적인 수사 누락을 견제하고 바로잡을 검찰의 사법적 통제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최근 한국갤럽과, 한길리서치 등 여러 여론조사결과도 정당 지지층과 정치 성향을 가리지 않고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여당측은 바디캠(신체 착용형 카메라) 착용 의무화나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등재 강화를 안전장치로 제시하고 있다. 기술적·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면 경찰의 수사 오남용이나 부실 수사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형사사법 현장의 실상을 외면한 지극히 한가하고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
최근 한동훈 의원이 지적했듯, 여권이 내세우는 안전장치들은 명확한 한계를 지닌다. 바디캠이나 KICS 등재 같은 장치는 경찰이 정상적으로 수사에 착수하여 공식적인 기록을 남기는 '한정된 상황'에서만 비로소 작동한다. 제주 실종자 사건처럼 경찰이 아예 수사를 누락하거나 의도적으로 은폐하여 기록조차 남기지 않는 경우에는 바디캠을 찍을 과정도, KICS에 남길 데이터도 존재하지 않는다. 적용 범위가 엄격히 제한된 기술적 보완책을 마치 모든 범죄 현장을 감시할 수 있는 '만능 치키'인 양 포장하는 것은 국민을 향한 거짓 선동이자 착시 현상일 뿐이다.
국민의 권익 보호라는 측면에서도 이는 거꾸로 가는 개혁이다. 정점식 원내대표 등 야권 인사들이 거듭 경고하듯, 검찰의 보완수사권마저 완전 폐지된다면 경찰의 부실수사나 수사 지연, 사건 은폐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무고한 국민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수사의 주체가 독점적인 권한을 쥐고 스스로를 셀프 검증하는 구조에서는 그 어떤 객관성도 담보할 수 없다.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을 보완수사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사라진다면, 억울한 피해자는 어디에 호소해야 한단 말인가.
사법제도의 존재 이유는 형벌권의 남용을 막고,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범죄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데 있다. 수사권 조정이 권력기관 간의 밥그릇 싸움이나 정치적 셈법에 의해 추진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제주 실종자 사건은 견제받지 않는 수사권과 허술한 수사 검증 체계가 가져올 비극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완수사권을 폐지해 사법 통제의 블라인드 스폿(맹점)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경찰 수사의 철저한 쇄신과 함께 이를 다각도로 검증할 수 있는 중첩적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하는 일이다. 수사 누락 앞에서는 그 어떤 첨단 바디캠도 무용지물이라는 당연한 상식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잇따른 경찰의 조작과 은폐 사건을 보고도 보완수사권 폐지를 강행할 것인지 국민들에게 답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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