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 추진 박차
소상공인 단체 “생존권 침해” 강력 반발에...대립 심화
상생 대책 예고했지만…시너지 효과, 제도 설계에 달려
당정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배송 규제 완화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쿠팡 중심으로 굳어진 유통 경쟁 구도가 재편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온라인 플랫폼에 유리하게 작용해온 규제를 손질해 대형마트에도 동일한 경쟁 조건을 부여하겠다는 취지지만, 소상공인 반발과 기존 점포 유지 문제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당정에 따르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한창 논의 중이다. 최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대형마트 전자상거래 영업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형마트의 새벽·심야 시간대 포장·반출·배송을 제한해온 규제를 풀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배송 경쟁 구도에 변화를 주겠다는 구상이다. 당정은 이를 통해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물가 안정, 유통 경쟁 촉진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김성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공동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추진하는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고 있다. / 뉴스1
다만 논의가 구체화될수록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새벽배송 허용이 대형 유통업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대신 골목상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6일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공동성명을 내고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은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조치”라며 “정책이 추진될 경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이미 이커머스 중심으로 기울어진 유통 산업 구조에서 대형마트의 배송 규제까지 풀릴 경우, 오프라인 기반 소상공인이 설 자리를 더욱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새벽배송 허용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과 배송 영역을 동시에 확장하는 조치인 만큼, 경쟁 여건이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충환 전국상인연합회장은 이날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전통시장은 신선식품 판매 비중이 높은데 대형마트가 새벽배송을 하게 되면 소비자들이 시장에 올 이유가 없어진다”며 “그렇게 되면 전통시장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3500만 명가량이 가입한 쿠팡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대형마트가 늦게 새벽배송에 뛰어들어 과연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도 지적했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 뉴스1
반면 유통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같은 방송에서 “대형마트가 온라인 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회복하면 폐점이 줄고, 오히려 주변 상권이 살아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대형마트 점포 유지로 인해 지역 상권과 일자리까지 함께 살릴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소상공인 상생 방안으로는 상생협력기금 마련,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간 업무협약(MOU) 체결 등을 제시했다. 또 "대형마트 물류센터를 전통시장과 공동 활용하거나,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 전통시장 전용 상품관을 여는 등 창의적인 협력 방안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당정은 소상공인 단체와 여권 내 반대에 대해 '대·중·소 상생 방안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조만간 발표해 대응할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새벽배송 규제 완화의 실질적 효과는 향후 방안 설계에 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존 점포 철수 제한, 지역 상공인과의 상생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길 수 있을지, 또 소상공인 단체의 반발을 설득할 현실적인 대안이 제시될 수 있을지에 따라 ‘기울어진 운동장’ 논쟁의 향방도 갈릴 전망이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대·중·소 상생 방안의 실효성에 대해 "MOU체결이 상생방안이 될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어떤 내용이 될지, 언제 할지, 누가 뭘할지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MOA정도까지 가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더불어 상생안에 반영되야 할 추가적인 장치에 대해 "지역MD(지역상권에서 판매되는 제품서비스에 대한 구성계획)가 필요하고 새로운 MD가 정의되면 디자인, 소싱, 마케팅에 대한 지원과 판매프로세스에 대한 구체적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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