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에서 15%로…미국車 관세, 한숨 돌렸지만
‘트럼프 2.0’, 일회성 아니다…2026년이 진짜 시험대
2025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최대 변수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었다. 전동화 전환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개발 경쟁,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는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을 한층 키웠다.
관세 정책의 전환점은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글로벌 무역 질서 재편에 나섰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라 수입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고도, 실제 관세 부과 등 무역 제한 조치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2기 행정부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위협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간 보류해왔던 조치를 실행에 옮겼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6일 수입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대통령 포고문에 서명했다. 해당 조치에 따라 4월 3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5월 3일부터 자동차 부품에 각각 25% 관세가 적용됐다.
한국무역협회 자료 재구성
이 조치는 2025년 상반기 한국 자동차 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은 한국 자동차·부품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2024년 기준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비중은 49.1%, 자동차 부품은 36.5%에 달한다.
관세 부과 직후인 2025년 상반기 대미 자동차 수출은 10.7% 감소했다. 하지만 현대차·기아가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하이브리드 판매를 늘리면서 충격을 일부 완화했다. 이 기간 전체 수출 금액은 증가했고, 내수는 3.1%, 생산은 1.4% 각각 늘었다.
수치상으로는 충격이 제한적으로 보이지만, 이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해 관세 부담을 판매 가격에 전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관세 부과 이후에도 미국 현지 판매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일본과 유럽 자동차 업체들도 가격 동결로 맞섰다.
현대자동차그룹 자료 재구성
◇ 매출 늘어도 웃지 못한 현대차·기아
현대자동차는 2025년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7.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8%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전년 동기 9.4%에서 올해 2분기 7.5%로 1.9%포인트 떨어지며 수익성 압박이 뚜렷해졌다.
기아 역시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크게 악화했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6.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4.1%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13.2%에서 올해 2분기 9.4%로 3.8%포인트 하락했다.
수익성 악화의 직접적 원인은 관세로 인한 수출 단가 하락이었다. 관세 부과 이후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평균 가격은 2만2,2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2,400달러) 떨어졌다. 관세 부과 이전인 2025년 1~3월 평균과 비교해도 1,200달러 낮은 수준이다.
뉴스1
◇25%에서 15%로…미국車 관세, 한숨 돌렸지만
장기화될 것으로 보였던 관세 국면은 2025년 하반기 들어 급물살을 탔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7월 말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을 만나 관세 협상에 잠정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8월 1일부터 한국에 부과하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췄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에 적용됐던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역시 25%에서 15%로 인하됐다.
이후 10월 29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관세 협상은 최종 타결됐다. 미국은 11월 1일자로 15% 관세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관세 체제로는 돌아가지 못했지만, 일본·유럽연합(EU)과 동일한 15% 관세 조건을 확보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정책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 통상 정책은 중장기 계획보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수시로 변동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일회계법인 자료 재구성
◇ ‘트럼프 2.0’, 일회성 아니다…2026년이 진짜 시험대
2025년 한국 완성차 업체들이 선택한 관세 대응 전략은 단기적으로 일정한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가 올해 4월 미국의 25% 관세 부과 이후에도 가격 인상 대신 관세 비용을 내부에서 흡수하는 전략을 택한 것에 대해 "매우 바람직하다"며 "차값 상승을 억제해 판매량 유지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2026년 이후에도 미국의 통상 정책이 다시 강경해질 가능성에 대비한 전략으로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를 제시했다. 조 교수는 "달러 표시 매출과 이윤이 늘어나는 만큼 기업 수익성과 달러 유동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다만 미국 내 조립 비중을 높이더라도 핵심 중간재나 반조립품은 한국에서 공급하는 구조를 유지한다면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았던 수출 구조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올해 1~11월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대비 14% 이상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EU·아시아·기타 유럽 수출은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했다. 특히 아시아 수출 증가율은 38%를 넘었다.
조 교수는 "수출 다변화로 미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계기"라며 "현대차·기아는 제네시스 등 고급 브랜드 판매 비중을 확대해 부가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6년은 보호무역과 기술 전환, 글로벌 시장 재편이 동시에 작동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 경쟁에 정치·통상 변수가 겹친 환경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글로벌 위상과 산업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 2.0'은 일시적 변수가 아니라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생존 전략을 재점검하게 만드는 현실적 시험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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