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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고환율·탄핵정국에 희망퇴직까지 꽁꽁 얼어붙은 내수시장

김태동 기자 ㅣ tad@chosun.com
등록 2024.12.17 16:39

실적 부진·업황 불확실성에 희망퇴직 줄줄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내수 소비침체 장기화 조짐...단기 회복 어려워"

/뉴스1

유통업계가 팬더믹 이후 온라인으로 소비 패턴이 넘어가 고전하던 가운데 소비침체와 글로벌 리스크 등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실적 개선을 할 특단의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희망퇴직 등 인력 감축이 단기적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특히 유통업계는 오프라인 부분에서 상당수 과거에 비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데다 해외 진출도 전쟁 및 정권교체로 인한 정책변화 등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되는 상황이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른바 '3고' 늪에 빠졌지만 정치적 상황도 보수와 진보의 극한 대치로 정부 예산집행 등이 쉽사리 협치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 같은 여러가지 이유로 업계의 비용절감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은 잇따를 전망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자회사 코카콜라음료는 지난달 4일부터 15일간 1971년 이전 출생한 영업 및 물류부서 근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2007년 LG생활건강에 인수된 이후 첫 희망 퇴직이다.

LG생활건강은 "인력 정체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이번 희망 퇴직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코카콜라음료는 희망퇴직 신청자에게 연령별로 차등을 두고 6개월부터 2년 치의 기본 연봉을 퇴직일시금으로 지급했다. 아울러 최대 4학기의 자녀 학자금도 지원키로 했다.

운영 효율화와 비용 절감 차원의 구조조정 분위기는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앞서 G마켓은 지난 9월 근속 2년 이상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G마켓이 2021년 신세계그룹 계열로 편입된 이후 희망퇴직을 실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SSG닷컴도 지난 7월 근속 2년 이상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접수 받았다. 희망퇴직자는 근속연수에 따라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4개월 치 월 급여 상당의 특별퇴직금을 제공한다. 미취학 또는 초·중·고·대학에 재학 중인 자녀를 위한 지원금을 준다.

매각 작업을 진행중인 11번가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도 지난 10월 만 4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대상자에게는 18개월 치 급여와 취업 지원금, 자녀 학자금 등을 제공했다.

단체관광객(유커) 발길이 끊킨 면세점도 사업 비용 절감을 위해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DF 지난달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상은 근속 5년 이상 사원이다. 근속 10년 미만은 기본급의 24개월 치를, 10년 이상은 36개월 치를 지급하는 조건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8월 15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한 해에 두 차례 희망퇴직을 받는 곳도 나오고 있다. 롯데온은 지난 6월 첫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한데 이어 이달 사내 게시판에 희망퇴직 접수를 재차 공지했다. 대상은 근속 2년 이상 사원으로 2022년 12월 13일 이전 입사자까지 신청할 수 있다. 접수 기한은 내년 1월 6일까지다. 희망 퇴직자에게는 6개월 치 급여를 일시금으로 지급한다.

이마트도 2차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신청 대상은 밴드1(수석부장)∼밴드3(과장) 인력 중 근속 15년 이상(입사일 기준 2010년 1월 1일 이전), 밴드4(대리)∼밴드5(사원) 인력 중 근속 10년 이상(입사일 기준 2015년 1월 1일 이전)인 직원이다.

신청 기간은 오는 23일까지다. 대상자에게는 법정 퇴직금 외 월 기본급의 20~40개월 치 특별퇴직금과 근속연수별 1500∼2500만원의 생활지원금, 직급별 1000∼3000만원의 전직 지원금을 지급한다. 퇴직 후 10년간 연 700만원 한도로 이마트 쇼핑 할인도 제공한다.

업계선 이번 희망퇴직 배경으로 실적 부진을 꼽는다. 코카콜라음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41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SSG닷컴과 G마켓은 지난해 각각 1030억원, 32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롯데온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11번가는 지난해 영업손실 125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8655억원을 냈다.

세븐일레븐은 실적 악화에 더해 미니스톱 통합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 55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469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누적 적자 규모는 1180억원이다. 신세계디에프의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은 162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적자전환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산업 전반이 고물가로 인한 내국인의 소비 침체가 이어지며 단기간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업들이 이렇다 할 돌파구가 없는 상황에서 비용절감을 위한 인력 구조조정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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