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과 정유미가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로 컴백한다. 주지훈은 '궁' 이후 18년만, 정유미는 '연애의 발견' 후 10년 만에 '로코 장인' 자리를 노린다.

18일 오후 서울 구로구 라마다 서울 신도림 호텔에서 tvN 새 토일 드라마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이하 '사외다') 제작발표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박준화 감독을 비롯해 배우 주지훈, 정유미, 이시우, 김예원이 참석했다.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는 원수의 집안에서 같은 날 같은 이름으로 태어난 남자 석지원과 여자 윤지원. 열여덟의 여름 아픈 이별 후, 18년 만에 재회한 철천지원수들의 전쟁 같은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다.

연출을 맡은 박준화 감독은 "대본을 보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큰 힐링을 받았다. 어릴 때의 모습이 대본에 많이 투영되어 있다 싶었다"라며 "두 집안의 갈등을 둘의 관계, 추억, 아련함, 그런 애틋함이 잘 드러난 드라마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특히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환혼'으로 흥행작을 배출했던 박 감독은 최근 큰 흥행을 이끈 '정년이' 후속작으로 나서는 소감을 덧붙였다. 박준화 감독은 "개인적으로 부담보다는 즐겁게 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제가 유미 씨, 지훈 씨, 배우분들께 졸라서 하게 된 드라마였다. 그래서 이분들과 함께 이 드라마를 즐겁게 작업하고 시청자분들까지 즐겁게 보실 수 있는 드라마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라며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닐까 싶었고, 그러면 조금 더 편안하게 힐링하면서, 또 나름대로 노력하면서 찍었다"라고 말했다.

주지훈은 석반건설의 전무이자 독목고 이사장 '석지원'을 연기한다. 석지원은 고등학교 시절 사랑에 빠진 '윤지원'과 지독한 오해 속 아픈 이별을 한 후 비로소 독목고 이사장이 되어 그녀와 재회하는 인물이다.

과거 출연작 '궁' 속 '이신'을 풋사과라고 표현했던 주지훈은 '석지원'을 애플망고라 평해 웃음을 자아냈다. 잘 익어서 뭉클거리지만 느끼하지 않은 캐릭터라고 소개한 주지훈은 "이사장이라고 하면 어른스러운 모습도 보여야 하지만 어릴 때 버릇을 못 버리고 윤지원을 만나면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그런 게 하찮아 보일 수도 있는 부분이 있다"라고 귀띔했다.

'궁' 이후 무려 18년 만에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온 그는 "제가 연기한 지 꽤 됐는데 신기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궁'에서는 판타지가 들어가 있어서 리얼리티 하다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사외다'는 찍으면서 일상에 발을 들여놓은 느낌이었다"라며 "또 학교라는 공간이 일상적인 공간이지 않나. 제 입장에서는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그런 점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정유미는 고등학교 시절 '독목고 미친개'라는 별명을 가졌던 독목고 체육 교사 '윤지원'으로 분한다. 지원은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죽음으로 바닥까지 무너졌지만, 고군분투 끝에 독목고의 체육 교사가 된 인물이다.

'연애의 발견' 이후 주로 장르물에서 활약한 정유미는 여전히 '로코퀸'으로 꼽히고 있다. 오랜만에 로코로 컴백한 정유미는 "벌써 십 년이 흘렀는데 로맨틱 코미디라는 외피를 두른 작품을 하게 됐는데 대본을 봤을 때 정말 재밌었다.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어떤 드라마 만들고 싶으신지 물었는데 '촬영하는 동안 힐링하고 싶다'고 해주셔서 저도 거기에 동의해 참여했다"라며 "오랜만에 일상적이고 편안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작품을 선택했다"라고 전했다.

혐관(혐오관계) 로맨스를 선보일 두 사람은 현장 호흡을 언급, 드라마 팬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주지훈은 "저희가 나이 차이도 거의 안 나서 촬영하면서 친해졌다. 서로 툭탁툭탁 티키타카도 있고 극 중 모습과 비슷했던 것 같다"라고 떠올렸다. 정유미는 "(주지훈 씨와) 같이 한다고 했을 때 설렜다. 촬영할 때는 감독님을 포함해서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서 열심히 찍었고, 방영이 시작되면 좋은 음악과 여러 가지들이 저희 케미를 도와주시지 않을까 싶다"라고 겸손해했다.

여기에 이시우가 전직 국민 스타였던 고교수영 선수이자 현 독목고 체육과 교생 '공문수', 김예원이 윤지원과 석지원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현 독목고 수학 교사 '차지혜' 역을 맡아 짝사랑 캐릭터를 소화한다.

이시우는 '윤지원'을 짝사랑하는 '공문수'에 대해 "대형견 같은 귀여움이 있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이어 "로맨틱 코미디가 처음이라 조금 어려웠다. 감독님께서 많이 도움을 주셨는데 다른 연기와 다르게 로맨틱 코미디에 접근하는 방식, 표정을 정확하게 쓴다거나 에지 있게 연기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 주셔서 그 점에 신경 쓰면서 연기했다.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게 저런 거구나' 하는 걸 보면서 공부가 됐다"라고 떠올렸다.

정유미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너무 편했다. 워낙 베테랑이시고 현장에서 되게 순수하고 맑은 에너지를 주신다. 제가 초반에 낯을 많이 가려서 다가가기 어려웠는데 먼저 말도 걸어주시고 편하게 해주셨다"라며 "제가 아쉬워하고 있는 게 보이면 한 번 더 해보라고 해주셔서 용기 내서 할 수 있었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어린 시절부터 '석지원'을 향한 연심을 품어온 '차지혜' 역의 김예원은 "감정을 절제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18년 동안 한 사람을 변함없이 짝사랑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 미운 행동, 차가운 표정을 해도 한 사람을 계속 바라봤던 그런 마음의 깊이가 매력적으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라고 연기적 주안점을 짚었다.

주지훈은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가 "핫팩 같은 작품이 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대본을 보면서 느낀 게, 시청자분들께서도 추운 겨울에 전기장판 켜고 좋아하는 드라마 보면서 귤 까먹는 그런 편안한 기분을 느끼시면 좋겠다. 그러면 더 바랄 게 없다"라며 시청을 당부했다.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돌아온 주지훈과 정유미의 설레는 케미를 만끽할 수 있는 tvN 새 토일 드라마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는 오는 23일 밤 9시 20분 첫 방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