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2시 14분경 충남 아산시 모종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에서 불이 났다. 지상으로 옮겨진 벤츠 전기차./아산소방서 제공
충남 아산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벤츠 전기차에서 새벽 시간 불이 나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앞서 지난 8월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건의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화재가 발생해 더욱 더 벤츠 전기차 오너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앞서 중국 업체인 파라시스가 제조한 배터리가 탑재된 벤츠의 EQE 350+에서 발생한 화재 원인은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14일 충남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14분경 아산시 모종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벤츠 EQC400 4MATIC 전기차에서 불이 났다.
당시 아파트에 설치된 자동화재속보기가 화재를 감지했다. 새벽에 화재 안내 방송을 들은 주민 790여 세대가 긴급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4분여 만에 빠르게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차 등 장비 27대와 소방관 85명이 투입됐다.
소방이 도착했을 때 해당 전기차의 배터리가 탑재된 아랫부분에서 스파크가 튀며 연기가 나는 중이었다. 이 차량에는 국내산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은 화재 지점에 계속 물을 뿌려 배터리 온도를 낮추고, 아파트에 비치된 질식소화포를 덮어 연소를 차단했다.
불은 신고 2시간여 만인 오전 4시 12분경 완전히 꺼졌다.
불길이 다른 차량이나 건물로 번지진 않았으나, 인근 차량 1대가 그을음 피해를 봤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지난 8월에는 인천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벤츠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아파트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이 불로 주민 등 20여 명이 연기를 마시거나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차량 80여 대가 불에 탔다.
당시 벤츠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가 싸구려 중국산 배터리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을 것이란 원인에 무게가 쏠렸지만 아직도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에 아산에서 불이 난 차량은 다른 제조사 배터리를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배터리에 관한 논란이 계속 될 전망이다.
국내 자동차업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현대차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는 등 업계에서 자발적으로 정보 공개에 나선 가운데 정부도 배터리 정보 공개를 권고에서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벤츠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곳을 지역구(인천 서구을)로 둔 이용우 민주당 의원도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공개 의무화를 명시했다.
이 의원은 지난 8월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터리의 제조사와 제조일, 그 소재가 무엇인지는 전기차 소비자에게 중요한 선택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벤츠 차량에는 어떤 배터리가 탑재된 것인지조차 그동안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며 “그래서 자동차관리법에는 소비자 선택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공개를 강제하도록 하고, 자동차 등록원부에 기재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흰 연기를 뿜다가 폭발하는 전기차 모습. /독자 제공 영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