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가 첫 방송을 단 이틀만을 남겨두고 있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지인 감독은 "작품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라고 강조하며 방송이 무사히 이뤄지게 된 것에 대해 다행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과연 '정년이'가 여러 논란을 딛고 무사히 시청자의 마음에 와닿을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그린다. 당초 '정년이'는 MBC와 함께 편성을 준비했으나, 제작비를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며 tvN 편성으로 바뀌게 됐다.

특히 정지인 PD는 이 과정에서 MBC를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나서게 됐고, 정 PD 외에도 조연출 등 스태프들이 대거 이탈하며 인력 유출 피해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MBC는 업무상 성과물 도영으로 인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계약 교섭의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근거로 제작사 재산 가압류를 신청했다.

그리고 지난달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MBC가 '정년이' 공동 제작사인 스튜디오N, 매니지먼트mmm, 앤피오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제기한 가압류 신청을 전액 인용하며 첫 방송이 불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이에 대해 tvN 측은 "MBC의 가압류는 법원의 확정적 판단이 아닌, 단순 보전처분이다"라며 "가압류 결정은 방송과 무관하여 아무런 지장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tvN 측은 "'정년이'는 제작사들의 주도 하에 모든 비용을 부담해 기획개발한 작품이다. MBC로부터 단 1원도 받은 적이 없다"라며 "MBC는 제작비 협상을 지연해 제작사가 어쩔 수 없이 불합리한 MBC의 조건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고 결국 제작사들은 MBC와 제작비에 대한 합의점을 단 한 번도 찾지 못했다"라고 주장, 이로 인해 편성을 변경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현재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자 정지인 감독은 "정리가 안 된 문제들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저는 법적인 이슈가 있다 보니까 구체적으로는 인지를 못했다"라며 "일단 사실 방송이 잘 나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함께 소통해온 배우들과 어떻게든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프리랜서도) 결정하게 됐다. 무사히 방송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년이'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지인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여성극을 하기 위해 모인 여성들의 이야기"라고 소개를 했는데, 원작에서 사회적 상황에 따른 여성의 한계를 녹여낸 것은 물론, '정년이'의 1호 팬으로서 그의 성장을 돕는 메인 캐릭터인 '부용'을 삭제해 논란이 일었다.

특히 부용 캐릭터에는 정년이와 퀴어 서사도 담겨 있어 이로 인해 배제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쏟아졌다. 정지인 감독은 "사실 부용이 캐릭터에 대한 고민은 제가 들어오기 전부터 있었다.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이 상황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었는데, 원작자와 상의 과정을 거쳐 12부작이라는 회차 안에서 어떤 식으로 이야기에 집중해야 할까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작을 보지 않을 수 있는 시청자도 수용할 수 있게 고민하면서 메인 캐릭터를 삭제하게 됐는데 저도 아쉽지만, 매란국극단과 극단 배우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끔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부용이 캐릭터의 서사는 다른 캐릭터에 녹아들 예정이다. 정지인 감독은 "사실 부용이가 가진 상징성이 원작에서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팬의 정체성과 퀴어 코드, 그리고 주체적인 여성으로서 나아가야 하는 그런 것들이 있는데 어떤 한 캐릭터에 담기기보다는 드라마 전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게끔 나름대로 담아봤다. 제가 지금 이야기를 하면 스포가 되기 때문에 드라마를 통해 보시면 알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지인 감독은 "원작에 있는 메시지와 크게 다르게 가지 않는다"라고 강조하며 "원작 속의 여성 서사는 저희가 벗으려야 벗을 수 없고, 뿌리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숨기거나 그럴 수가 없다. 다만 조금 더 공감할 수 있는 보편화될 수 있게끔 드라마적으로 추구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라며 "각색 과정에서 가장 크게 중점을 둔 것은 1950년대에도 꿈을 향해 달려간 여성들이 있다는 부분이다. 그건 지금의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절과 지금의 사람들이 결국 다르지 않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정년이' 역의 김태리는 "이 친구가 배우가 되고자 했다는 것과 무작정 꿈을 향해 달려가는 지점에서 공감이 간 부분이 많았다"라며 "그런 마음을 갖고 연기에 임했고, 원작이 있지만, 그래도 드라마 나름대로의 화법을 사용해 멋진 배우들의 얼굴로 표현이 된 만큼, 드라마 역시 원작 팬들도 즐겁게 보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tvN 새 토일드라마 '정년이'는 오는 12일(토) 저녁 9시 20분에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