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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네" 대사 그대로…‘베테랑2’ [리뷰]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4.09.11 11:30

영화 '베테랑2' 스틸컷 / 사진 : CJ ENM,외유내강 제공

서점에서 일어서있던 채로 다 읽어버린 책이 있었다. 학폭을 당했던 과거를 품고 있는 엄마가 학폭 가해자인 자기 아들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베테랑2’를 보며 그때의 복잡한 감정까지 휘몰아쳤다. 과연 ‘정의란 무엇인가‘. 시원하고 통쾌한 액션, 웃음, 리듬 속에 류승완 감독은 관객에게 던지고 싶은 '진심'을 담았다.

대한민국이 해치로 난리다. 해치는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그 방법 그대로 범죄자를 살해하고, 온라인에 이를 공개한다. 해치는 염산 테러 가해자를 같은 방식으로 살해했고, 한 여대생을 억울한 죽음에 이르게 한 성추행 교수도 같은 방식으로 살해했다. 비리 기자 출신 유튜버 ‘정의부장’(신승환)은 그를 선악을 판단하여 안다고 하는 상상의 동물, ‘해치’라고 명명한다. 심지어 '해치'는 온라인에 다음 타깃을 예고한다. 다음 타깃은 임신한 여성을 남편 앞에서 밀쳐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형량을 받고 출소하는 안하무인 전 부장(정만식).

영화 '베테랑2' 스틸컷 / 사진 : CJ ENM,외유내강 제공

'해치'를 비롯해 ‘그가 나오면 죽이겠다’는 들끓는 여론에 나라에선 서동철 형사(황정민)가 있는 강력범죄수사대에 그를 보호할 것을 명령한다. 계란과 밀가루를 뒤집어쓰며 전 부장을 아파트로 이동하던 때, 서동철 형사는 칼을 든 한 유튜버를 단번에 제압하는 경찰 박선우(정해인)를 보게 된다. 심지어 선우는 과거에도 칼을 든 시민을 제압한 영상으로 ‘UFC 순경’로 이름을 날린 바 있다. '해치'로 인해 분주해진 강력범죄수사대는 그를 새로운 팀원으로 맞이한다. 그리고, '해치'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베테랑2’는 분명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베테랑’의 세계관을 충실히 따른다. 오프닝부터 그렇다. 미쓰봉(장윤주)은 주부 도박단으로 위장한다. ‘베테랑1’에서 조태오(유아인)의 검거를 위해 총경 강정식(천호진)이 출동을 눈감아주겠다는 듯 쓱 꺼내기만 했던 주부 도박단 본거지를 강력범죄수사대는 속 시원한 한 방으로 때려잡으며 ’베테랑2‘는 더 큰 에너지로, 가장 베테랑답게 다른 길을 갈 것임을 선언하며 출발한다. 9년이라는 기다림을 값지게 하는 오프닝이 아닐 수 없다.

영화 '베테랑2' 스틸컷 / 사진 : CJ ENM,외유내강 제공

그리고 다른 길의 중심에는 정해인이 있다. 정해인이 ’베테랑2‘의 새 얼굴로 예고됐을 때부터 궁금한 지점이었다. 신입인가, 빌런인가. ‘베테랑2’는 초반부터 속 시원하게 정체를 밝힌다. 조마조마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보는 이들의 몫이다. 분명히 알면서도, 엎치락뒤치락 계단 위를 데굴데굴 굴러가는 두 사람에 다시금 혼란이 온다. 류승완 감독은 정해인이 가진 선과 악의 얼굴을 가장 적나라하게 스크린에 옮겨낸다. 정해인은 눈동자를 텅 비워내며,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보는 이들을 당황케 한다. ‘엄마 친구 아들’ 인줄만 알았는데, 완전한 베테랑 배우임을 스스로 입증한다.

황정민의 표현처럼 ‘베테랑1’이 “밀트초코”라면 ‘베테랑2’는 “다크초코”다. ‘베테랑1’에서 “어이가 없네” 할 정도로 명확했던 선과 악의 코드는 ‘베테랑2’에서는 질문으로 남긴다. 그 중심에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 아빠에서 고등학교 2학년 아들 아빠가 된 서도철이 있다. 그리고 감독이기 이전에 아빠인 류승완과 배우이기 이전에 아빠인 황정민은 그 고민을 더 하지도 덜어내지도 않고 함께 공유한다. 아빠들은 모두 아들이 살아갈 세상의 앞에 서 있다. 법이 아닌, 다수의 판단으로 내린 벌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 오늘만큼 내일을 염려하는 아빠들이기에 가능한 접근인지도, 함께 나누고 싶은 화두인지도 모른다.

영화 '베테랑2' 스틸컷 / 사진 : CJ ENM,외유내강 제공

액션은 ‘역시 류승완’이다. ‘밀수’로 수중 액션까지 선보인 그가 더 무슨 액션을 보여줄까 싶은데, 여전히 그가 담아낸 스크린 속 액션은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다 같이 응원하게 한다. 다만, 인간적인 고민이 더해진 만큼 웃음 타율은 ‘베테랑’ 때보다 조금 아쉬움을 남긴다. 고 방준석 음악감독의 바통을 받아 ‘베테랑2’의 음악감독이 된 장기하는 때로는 조금 과하다 싶을 때도 있지만, 적절한 변화와 변주로 액션과 감정이 음악에 기댈 수 있게 채운다. 때로는 음악이 말보다 강하게 서도철을 대변하기도 한다.

황정민, 정해인을 비롯해 장윤주, 진경, 정만식, 신승환, 오달수, 오대환, 김시후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베테랑1’에 이어 힘을 보탰다. '베테랑2' 속 대사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네”라고 할 만 하다. 오는 9월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8분.

영화 '베테랑2' 스틸컷 / 사진 : CJ ENM,외유내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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