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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하늘의 바람 "시즌제 드라마 욕심…마흔아홉에도 멜로할 수 있기를"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4.08.19 17:51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하이틴 스타에서 멜로의 여왕을 거친 김하늘은 이제 그 어떤 수식어보다 '배우 김하늘'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존재가 됐다. 다양한 장르에서 대표작을 써온 그가 여전히 전천후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것. 그런 김하늘이 최근 선보인 디즈니+ '화인가 스캔들'은 세기말 감성이 느껴지면서도 파격적인 스토리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지난 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화인가 스캔들'의 주역 김하늘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화인가 스캔들'은 대한민국 상위 1% 화인가를 둘러싼 상속 전쟁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나우재단 이사장 '완수'와 그녀의 경호원 '도윤'이 화인가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치명적 스캔들 드라마다. 김하늘은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도 최고의 골프선수이자 재벌가 며느리가 된 '오완수'를 연기했다. 꾸준한 기부 활동으로 선행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완수는 나우재단을 이끌며 그야말로 화인가(家)의 얼굴이 된다. 하지만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시어머니와 세력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고, 이때 경호원 '도윤'을 만나 묘한 감정에 빠져든다.
'화인가 스캔들'은 재벌가 사모님과 경호원의 사랑이라는 소재로 옛 감성을 불러일으켰다. 요즘엔 보기 드문 소재이지만, 김하늘은 오히려 그런 점에서 '화인가 스캔들'에 끌렸다.

"'화인가 스캔들'의 장점을 꼽자면 제 또래의 감성이 있다. 지금 친구들은 보지 못한 옛날 감성이어서 대본으로 봤을 때 오히려 신선했다. 이런 드라마는 제가 20대 중반 시절에 인기가 정말 많았다. 그때도 저는 이런 드라마를 안 했었다. 그런데 이제 저에게 오더라. 그래서 오히려 새로움을 느꼈던 것 같다."
'화인가 스캔들'에서 멜로와 재벌가 암투, 일부 액션까지 소화해야 했던 김하늘은 작품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대사를 꼽았다. 완수와 도윤의 신에서 보여준 "내 여자 할래요?", "너랑 자버릴까" 등의 직설적인 대사가 과연 지금의 시청자에게 먹힐지도 걱정이었다며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대사가 정말 힘들기는 했다. 제가 20대 때도 그런 오글거리는 대사를 해본 적이 없다. 감독님, 정지훈 씨랑 이 대사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조금 더 자연스럽게 내뱉기 쉬운 대사로 바꾸면 어떨까 의논했는데 이 이상의 대사가 없더라. 이후엔 정말 배우의 몫이 되어버렸다. 어떻게 하면 연기적으로 담백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사실 NG도 많이 났다. 제가 너무 웃어서(웃음). 다행히 화면으로 봤을 때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 같더라. 제 또래 친구들은 그 대사와 장면이 너무 좋았다고 해서 안심했다."
김하늘은 '화인가 스캔들'을 통해 정지훈과 처음으로 만났다. 지난달 열린 제작발표회에서도 정지훈과의 호흡에 만족감을 드러냈던 김하늘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정지훈의 칭찬을 늘어놨다.

"정지훈 씨는 정말 열정이 너무나 많은 분이다. 저도 제 컨디션과 체력에 비해 열정이 많은 편인데 지훈 씨는 더 하더라. 열정이나 자기관리 부분에서 너무 잘 되어 있어서 본받을 게 많다고 생각했다. 운동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굉장히 자극이 됐다. 촬영 쉬는 날에 저도 쉬고 싶은데, (지훈 씨에게 자극 받은 덕분에) 항상 운동을 하게 되더라."

"정지훈 씨의 액션은 진짜 액션이다. 상대 남자 배우가 이 정도로 제대로 액션을 한 건 지훈 씨가 처음이었다. 지훈 씨는 본인 액션 하는 걸 제가 언제 봤냐고 하는데, 저는 정말 봤다. 방해가 될까 봐 모니터로 보기는 했는데, 직접 배우가 하는 액션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데뷔 후 쉼 없이 달려온 김하늘은 2016년 결혼, 2018년 출산을 겪으며 잠시간의 휴식기를 갖기도 했다. 이후 2019년 '바람이 분다'로 복귀,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김하늘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시야가 달라졌다"라며 배우와 엄마 그 사이의 고민을 털어놨다.

"저에게는 가족과 아이가 너무 소중한데, 개인적으로는 저는 연기를 빼면 남는 게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육아를 하면 너무 행복하고 아이가 사랑스럽지만 제가 없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엄마도 물론 행복하지만, 제가 거의 30년 가까이 배우로 살지 않았나. 육아를 한지는 7년이다. 어느 순간 '나 배우 김하늘인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행복감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현장에 가면 비로소 저를 만나는 느낌이다."

"육아와 연기 둘 다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려면 체력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연기 쉴 때는 오롯이 육아만 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일하고 오면 오히려 아이에게 충실해지는 것 같다. 내 일에 충실할 때 조금 더 친절한 엄마가 되는 느낌이다."
최근 김하늘은 입양 기관 아이들을 위해 간식을 전달,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실제 보육기관과 미혼모 기관 후원을 이어오고 있는 김하늘은 '화인가 스캔들' 속 나우재단의 이사장 '오완수'와 겹쳐 보이기도 했다. 김하늘은 입양기관 봉사 중 겪은 일화를 이야기하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제가 종교도 있고 후원하던 단체도 있었다. 그러다 아이가 생기고 시야가 달라지면서 입양기관이나 보육원 쪽으로 마음이 더 가게 됐다. 미혼모 기관도 같은 취지로 후원하게 됐다. 저는 약간 옛날 마인드라 (후원 사실을) 말하기 부끄러웠는데 그러지 않기로 했다. 입양원가서 봉사하고 그게 홍보가 되어야지 이 친구들이 입양이 되는 거다. 제가 우연히 봉사하러 간 날에 아이와 부모가 가족이 되는 축복 같은 일을 직접 봤다. 정말 감동적이라 보면서 눈물이 났다. 예전에는 '(봉사가) 보여주기 식이다'하는 시선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대중분들도) 그렇게 보지 않으시더라.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저도 요즘에는 티내려고 한다."
1996년 모델로 데뷔한 후, 1998년 배우로서 첫 발을 디딘 김하늘은 올해로 연기에 몸을 담은지 26년째다. 주연 배우로 수십 년을 살아왔어도 여전히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김하늘. 그의 말에선 정성을 다해 작품을 만든 동료들에 대한 책임감이 묻어났다.

"아직도 흥행 부담감을 내려놓는 건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제가 정말 열심히 스태프들과 열정을 다 해서 찍은 결과물이지 않나. 일이기 때문에 흥행이 되면 물론 좋다. 1분도 허투루 쓰지 않았고 정말 이 신을 잘 나오게 하려고 현장의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섭렵한 그에게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 묻자, 김하늘은 거침없이 답했다.

"요즘엔 시즌2에 대한 욕심이 엄청나다. 저는 한 번도 시즌제를 해본 적이 없다. 앞으로 하는 작품에서 시즌제를 해보는 게 꼭 이루고 싶은 바람이다. 또 제가 29살과 39살에 멜로를 했었다. 마흔아홉이 될 때도 그런 멜로를 하고 싶다. 워낙 멜로 감성을 좋아해서 그 작품을 하기 위해서라도 관리를 해야겠다 싶다. 성숙한 멜로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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