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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혜리 "사람 향한 진심…'나 잘 살았다' 뭉클"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4.08.17 00:01

'빅토리'에서 필선 역을 맡은 배우 이혜리 / 사진 : 써브라임 제공

독특한 캐릭터다. 이혜리는 한 예능 프로그램 속 '아잉'이라는 투덜거리는 듯 사랑스러운 말투로 많은 이들의 가슴에 자리를 잡았고, 이어 '응답하라 1988' 속 덕선의 모습으로 개딸의 상징이 됐다. 이혜리의 '우당탕탕' 움직임은 많은 이들에게 웃음이었고 힐링이었고 응원이었다. 그런 그가 무려, 치어리더 캐릭터로 관객과 만난다.

영화 '빅토리'는 축구부의 승리를 갈망하는 거제도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에서 생판 초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시작되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댄서를 꿈꾸는 필선이가 있다. 이혜리는 '빅토리'의 시나리오를 "최근 읽었던 시나리오 중 가장 완벽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 사투리나 각종 댄스 등 그룹 걸스데이 출신의 이혜리에게도 부담감이 없지 않았지만 "멋진 필선이"를 잘 담아내고 싶었다.

'빅토리' 스틸컷 / 사진 : (주)마인드마크 제공

Q.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빅토리'를 "완벽한 시나리오"라고 이야기했다. 그 속에서 필선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빅토리'에 임했나.

"처음 감독님께서 '필선이가 되게 까칠할 수 있고, 자기 세계에 빠져있는 친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러면서도 건강하고 에너지가 넘쳤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저는 제가 느낀 필선이의 멋있는 부분을 살려보고 싶었다. 제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필선이 같은 언니가 있으면 따라다니고 싶을 것 같았다. 어릴 때부터 내가 하고 싶은 걸 분명하게 안다는 것은 정말 멋있는 일 같았다. 그걸 아는 것만으로도 필선이는 멋져 보였고, 직진해서 최선을 다하는 열정 있는 모습이 '청춘'같이 느껴졌다. 그런 부분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제 동생이 '언니네'라고 해줬다. 제가 필선이처럼 엄청나게 멋있지는 않지만, '겉바속촉(겉모습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모멘트가 있다고 생각했다."

Q. 걸스데이의 막내 멤버로 데뷔했다. '필선'이를 보며,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은 면도 있을 것 같다.


"돌이켜보면 진심으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좋은 기회가 주어진 것도 운이 좋은 일이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는 것도 운이 좋은 일 아니냐.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 보니, 데뷔 후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제가 그동안 무언가를 이뤘거나 잘했다기보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 같이 일하는 분들도 너무 잘 만난 것이 감사하고, 힘들다고 투정할 때마다 옆에서 '너는 잘하고 있다'라고 다독여준 사람들도 많았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

'빅토리' 스틸컷 / 사진 : (주)마인드마크 제공

Q. '빅토리'의 오프닝부터 강렬했다. 발동작뿐만 아니라 춤으로 '펌프'를 완벽하게 소화했고, 힙합 댄스, 치어리딩까지 오랜 기간 연습이 필요했을 것 같다.

"걸스데이 언니들이 '서운하다'라고 이야기하더라. '네가 이렇게 춤을 잘 췄어? 활동할 때 이렇게 열심히 연습하지'라고 이야기해 줘서 기분이 좋았다. 연습실에 펌프 기계를 가지고 와서 연습했다. 춤이랑 발이랑 따로 찍은 줄 아시는데 같이 한 거다. 펌프 위에서 딱 그 춤밖에 못 춘다. '빅토리' 준비하면서, 세어보니 11곡을 춰야 하더라. 짧게 지나가는 것도 있고, 상황에 맞게 달라지는 춤도 있다. 무대의 실패와 성공에 따라 동작도 완전히 다르다. 디테일 기준으로 세어보니 11곡이었다. 촬영이 3월부터 시작됐는데, 빨리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 전 해 11월 말부터 연습을 시작했다. 필선이와 미나의 듀오 춤부터 시작해서, 12월 말부터 치어리딩 연습을 시작했다. 하나하나, 거의 습득했다고 하면 11개를 써놓고 '엑스' 표시를 하면서 연습한 것 같다."

Q. 필선이는 거제도 토박이이고, 거의 모든 대사가 사투리로 진행된다. 어떻게 준비했나.


"감독님께서 처음에 저에게 '걱정하지 마, 필선이 말고 일곱 명은 다 사투리 쓰는 친구들로 해줄게'라고 하셨다. 그런데 사투리 하는 친구가 미나(박세완)와 순정이(백하이) 끝. 그래도 여섯 명이 '오히려 외롭지 않으니 럭키비키(긍정적 마인드를 뜻하는 신조어)잖아'라고 생각했다. 으샤으샤 하면서 해낸 것 같다. 사투리를 딱 필선이 대사밖에 못한다. 그 이외에는 잘 안되더라. 주변 경상도 출신들에게 계속 컨펌 받고, 고쳐나가면서 100% 완벽하지 않지만 '덜 거슬리면 좋겠다, 진짜 경상도 출신인지 헷갈리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연습했다."

'빅토리'에서 필선 역을 맡은 배우 이혜리 / 사진 : 써브라임 제공

Q. 배우 이정하가 맡은 치형의 첫사랑이기도 했다. '난 얼굴 본다'라는 필선의 대사는 혹시 애드리브였나.

"사투리 때 말씀드렸듯이, 대사 말고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었다. (웃음) 그나마 애드리브가 있다면, 아빠(현봉식)과 밥을 먹을 때, 아빠가 '밥 더 줄까'하는데 '응'이라고 대답한 정도였다. (웃음) 시나리오 보면서 치형이가 그 정도로 통통 튀고 귀여운 인물일 줄 몰랐다. '치형'이를 살아 숨 쉬게 만든 건 (이)정하였다. 이 말에는 제작진분들도 모두 동의하실 거다. 영화를 촬영하면 편집 과정이 있지 않나. 아마 (이)정하의 촬영본은 99% 다 나온 것 같다. '버릴 게 없었구나' 싶더라. 스크린에서 보는 순간 (이)정하가 '너무 멋진 배우다'라고 생각했다."

Q. 우리나라에서는 치어리딩 영화가 도전이지만, 외국에는 잘 알려진 작품들도 있다. 혹시 '빅토리'를 위해 참고한 작품이 있나.

"치어리딩 장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가 굉장히 얼렁뚱땅, 왁자지껄, 우당탕탕 느낌의 치어리딩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참고하기보다, 저희 에너지와 기분을 조금 더 표현하고 싶었다. 마지막에는 치어리딩과 함께 필선이와 미나(박세완)가 추는 춤도 결합해서 춘다. 그런 지점도 저희만의 모먼트를 보여주는 퍼포먼스 같다. 참고보다 회의해서 최대한 저희만의 귀엽고 사랑스러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빅토리'에서 함께한 배우들을 모두 태그해 놓은 이미지 / 사진 : 이혜리 인스타그램

Q. '빅토리'를 통해 '제23회 뉴욕 아시안 영화제'에서 라이징 스타상을 받기도 했다. 소감이 궁금하다.

"사실 저는 처음 해외 영화제에 가봤다. 그래서 그것만으로도 정말 '와' 탄성이 나왔다. 그런데 상까지 준다고 하시니, '이걸 어쩌지, 엄마 모시고 가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좋았다. 행복했다. 영화 보는 내내 반응이 좋았다. '낫 프라블럼' 이런 데서 빵빵 터지시더라. '하버드 모르나'라는 대사에서도 난리가 났다. 많이 웃어주시고,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있었다. 조금 더 에너지를 받고, 응원을 받고 온 것 같다."

Q. '이혜리'의 작품 속에서 궁금해지는 배우들이 생기면 다른 데보다 이혜리의 인스타그램을 보게 된다.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 모두를 다 태그로 걸어둔다. 쉽지 않은 일인데, 그렇게 모두를 챙기려는 '이혜리'의 마음이 '필선'과 닮아 보였다.

"저는 정말 사람들이 너무 좋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좋다. 오늘도 인터뷰한다고 아침부터 신이 났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라는 설레는 마음으로 왔다. 사람들이 너무 좋다. 하지만 관계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는 생각은 든다. 그 마음이 조금 더 관계를 건강하게 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저도 별로인 구석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괜찮은 것보다 별로인 게 더 많을지도 모른다. 어떤 친구를 만났을 때, 불편함이 느껴지면 '나도 그런 구석이 있을 수 있는데'라고 넓게 생각한다. 그러면 좋아진다. 그리고 '빅토리' 현장은 다들 엄청나게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제가 챙기기보다 사실 제가 인복이 많다. 이번 '빅토리' VIP 시사회 할 때, 티켓을 관리해 주시는 팀장님께서 저에게 '혜리 씨 손님이 한 분도 안 빼놓고 다 왔어요'라고 놀라서 말씀하시더라.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더라. 바쁠 수 있지 않나. 스케줄 변동도 많고. 그런데 한 분도 안 빼놓고 다 와주셨다고 해주신 말씀을 듣고 뭉클했다. '나 잘 살았구나' 생각했다."

'빅토리'에서 필선 역을 맡은 배우 이혜리 / 사진 : 써브라임 제공

Q. '빅토리'에 대해 "처음으로 운 내 작품"이라는 말을 했다. 어떤 마음인가.

"내 옛날 어떤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사실 필선이같이 살지도 않았는데, 그 시절을 꺼낸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저도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랐고, 늘 뛰어놀았는데, 그런 것들이 자극된 것 같다. 또, 제가 필선이와 미나를 보며 촬영할 때부터 벅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도 미나 같은 친구가 있을까?'라는 질문도 했다. 필선이에게 미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큰 힘이 됐다. 그 둘을 보면, 필선이일 때도, 미나일 때도 벅차올랐다. 이런 작품이 제 필모에 있어서 너무 자랑스러운 것 같다. 극장에서 깔깔 웃다가, 눈물도 짓다가, 추억도 찾다가, 마지막에는 응원받는 느낌을 가지고 나오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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