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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응복 감독 "겁 없이 시작한 '스위트홈', K 크리처물 이정표 되길"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4.07.31 15:31

사진: 넷플릭스 제공

'드림하이', '학교 2013',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 흥행작을 대거 배출한 이응복 감독은 스스로를 '겁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크리처 장르에 약했던 한국 드라마계에 '스위트홈'이라는 작품을 내보이기로 한 것도 그의 용기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스위트홈 시즌 3'는 괴물화의 끝이자 신인류의 시작을 비로소 맞이하게 된 세상, 괴물과 인간의 모호한 경계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들의 더 처절하고 절박해진 사투를 그린 드라마다. 지난 2020년 첫 시즌을 선보인 후 4년여 만에 끝을 맺었다. 총 제작 기간을 따지면 약 6년이다. 비로소 '스위트홈'을 마친 이응복 감독과 지난 2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스위트홈'은 김칸비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웹툰 원작 속 괴물과 잔혹한 비주얼을 현실로 담아내는 일은 시간과 노력, 무엇보다 돈까지 필요한 일이었다. 긴 시간 끝에 '스위트홈' 세 시리즈를 마친 이응복 감독은 안도와 함께 아쉬운 마음을 표했다.

"지금 시즌 3가 오픈된 지 일주일 정도 된 것 같은데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아쉬웠던 것들도 많은데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에 겁이 없어서 그런지 이제야 후회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스위트홈'은 두려운 시작이었다. 프로젝트를 처음 결정하고 나서 주요 스태프들이 돌아가면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요'라고 했을 정도다. 두려움 속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큰 관심을 받게 될 거라는 상상은 못 했다. 조용히 해보고 끝내자는 생각이었는데 새로운 걸 하나씩 해낼 때 기쁨도 있고, 성과에 대해 만족하는 부분이 점점 커졌다."
2020년 12월 공개된 '스위트홈' 첫 시즌은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이끌었다. 팬데믹으로 OTT 서비스가 수혜를 입던 때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탄탄한 스토리와 본 적 없는 비주얼, 그걸 현실로 담아낸 한국의 기술력까지 나무랄 곳이 없었다. 덕분에 한국 드라마 사상 최초로 넷플릭스 종합 순위 톱10에 올랐다.

하지만 3년 만에 돌아온 시즌 2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너무 많은 인물들이 추가된 탓에 주요 인물 분량이 적었고, 서사보다 비주얼과 연출에 집중한 느낌을 줬다. 와중에 크리처들은 전 시즌보다 매력적이지 못했다. 이응복 감독은 시즌 2 혹평 후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을 먹었다. "본질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은 소신 있게 가져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시청자 눈높이가 높아져서 이젠 얄팍한 수가 통하지 않는다"라며 반성하기도 했다.

이어 이응복 감독은 "(주변에서) 많이 부담감을 주시더라. 많은 분들이 이렇게 '스위트홈'을 사랑해 주시는 줄 몰랐다"라며 "부담감도 있지만 제 입장에서는 행복한 질책이었기 때문에,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하려고 했다"라고 시즌 3를 작업하며 새롭게 마음을 다잡았다고 전했다.
이응복 감독은 '스위트홈' 시즌 2와 3를 동시에 촬영했다. 지난해 시즌 2를 선보이고, 반 년여 후반 작업 끝에 시즌3를 내보였다. '스위트홈 시즌 3'가 극이 마무리되는 편인 만큼, 전편보다 안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시즌 1만큼의 호평은 아니다. 이 감독은 "저는 솔직히 시즌 3가 되게 재밌다"라며 작품의 메시지를 강조,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인물들이 겪는 감정이 정확하게 전달되려면 상황이 정확하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원칙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리얼한 부분을 중요하게 연출했다. 재미는 룰을 이해할 때 나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룰은 다른 크리처물과 달리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라는 공포감이 있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과 인간애, 이런 것들이 회복되기를 바랐다. 그런 부분에서 '스위트홈'은 감동적인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위트홈' 첫 편은 지금 보면 엄청난 캐스팅이었다. 현재 대세 가도를 달리고 있는 송강, 이도현, 고윤정, 고민시, 박규영 등 당대엔 신인이었던 스타들이 모두 모인 작품이기 때문. 명품 신인들을 발굴했다는 평에 대해 이응복 감독은 "'스위트홈'을 하면서 감사한 분들이 너무나 많다. 시리즈에 나온 배우들이 모두 적재적소에서 열심히 해주시고, 서로를 다독이고 리드해 주셨다. 모든 배우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라며 "제가 발굴했다기보다는 그 친구들이 워낙 연기를 잘 한다. 왜 이렇게 다들 잘 됐나 신기하기도 하다. 배우들의 에너지가 작품에 많이 담긴 것 같다"라고 겸손해 했다.

쉽지 않은 현장이었지만 배우들의 호흡과 에너지 넘치는 현장 분위기 덕에 '스위트홈'을 해낼 수 있었다며 칭찬을 쏟아낸 그다.

"시즌 3에서 송강과 이도현의 분량은 최대로 넣었다. 3~4년 정도 지난 후에 성숙해져서 만난 거다 보니 두 인물의 기류가 팽팽하니 좋더라. 흑화 된 현수와 신인류가 된 은혁이가 다시 만난 게 정말 멋있었다."

"민시 씨는 다른 곳에서도 칭찬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다. 저 역시 많이 도움 받았다 시즌1 때부터 대본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작만 보고 민시 씨를 캐스팅을 했는데 현장의 활력소가 되고 힘을 많이 받았다. 작품 안팎으로도 으쌰으쌰 해주고 엄청난 응원을 해줘서 감사하다."
신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극을 이끌어간 연기파 배우 이진욱, 이시영에 대한 고마움도 덧붙였다.

"일단 이진욱 배우가 신인 친구들을 데리고 엄마 아빠 같은 역할을 다 해줬다. 시즌 1 때는 현장에 와서 한 신도 안 찍고 가거나 심지어 분장마저 안 한 적도 있다. (이진욱 배우가) 그래도 괜찮다고 하더라. 후배들을 엄청 격려해주고 좋은 힘이 되어준 것 같다. 신인 배우들에게 배우로서 가져야 하는 자질, 자신감, 이런 것들을 보여줬고, 후배 배우들이 그걸 잘 배워서 연기에 보탬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시영 씨는 정말 깜짝 놀랐다. 액션을 좀 해야 하는 캐릭터라 린다 해밀턴 정도의 여전사 캐릭터를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등에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서 오시더라. 정말 감동했다. 시즌 2~3에는 그런 모습은 나오지 않았지만, '서이경'의 이야기를 짤 때도 엄마로서의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시나리오에 잘 녹일 수 있었다."
이응복 감독은 '스위트홈'을 떠나보내고 있는 지금, 여전히 또 다른 가능성에 욕심을 드러냈다. "작품을 쓰면서 여러 버전이 있었다. 은혁이 신인류가 됐을 때 사람들의 공격을 받고, 그걸 현수가 발견한다는 스토리도 있었다. 현수가 은유를 도우려고 하는데 얽히는 이야기나 숨겨져 있다가 드러나는 부분들에 대한 것도 있었다"라며 작품에 미처 담기지 못한 부분에 아쉬움을 전했다. 그 마음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스위트홈'을 더 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스위트홈'을 한 번 더 해보고 싶기는 하다. 스핀 오프처럼 중간중간 생략된 이야기나 더 이전의 이야기들을 보여드리고 싶기는 하다. 아쉬운 부분이 늘 있기 때문에 스핀 오프를 한다면 그런 게 재밌을 것 같다. 하지만 시리즈가 제작될 가능성은 넷플릭스의 결정이 전적으로 필요하다. 저에게는 저작권이 없다.(웃음)"
이응복 감독은 '스위트홈'이 K 크리처 장르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것에 대한 책임감과 바람을 덧붙였다. '스위트홈'이 두고두고 즐기고 싶은 작품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앞으로 K 크리처 장르가 더 성장하기를 염원했다.

"'스위트홈' 시즌 1 때부터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 지금 스코어도 감사하다. 시즌 1 할 때 생각하면 지금은 시스템도 많이 바뀐 것 같다. OTT 시청자의 패턴도 많이 바뀌었다고 들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스위트홈'이) 공개됐을 때 엄청난 관심을 받는 것보다, 언제든 라이브러리에서 꺼내 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저희 이후에 많은 크리처물이 기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한국 크리처 장르가 이정표를 꽂은 것 같다. 이정표를 달고 끊임없이 (크리처 장르의 제작이) 진행되면 좋겠다. ('스위트홈'이) 에너지와 활력소가 돼서 한국 드라마도 지금에 머무르지 않고 쭉쭉 나아갈 수 있는 자신감과 계기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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